사랑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그 무엇입니다. 신의 모습이 궁금합니다.
어렸을 적에 ‘하나님’ 하면, 하얀 수염을 길게 늘어뜨리고 하얀 옷을 입고 지팡이를 쥐고 있는 모습을 떠올렸습니다. 모든 것을 형상화해야만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어린 시절의 한계 때문에 그랬을 것입니다. 잘 보이지 않는 희미한 형상을 사람의 모습으로 인지하는 무의식적인 습관을 지닌 사람들이 많다고 합니다. 땅거미가 질 무렵 산비탈에 구부러져 있는 나무의 모습을 먼발치에서는 마치 사람의 모습으로 착각하듯이 말입니다.
성인이 되어서도 사실 하나님 하면 어렸을 때 생각했던 모습이 반사적으로 먼저 떠오르곤 하였습니다. 물론, 찬찬히 생각해 보면 그럴 리가 없습니다. 하나님은 어떤 모습일까 하는 의문은 여전히 숙제로 남아있습니다. 성경에서는 하나님은 영이라고 하였기 때문에, 인간의 눈에 보이는 형상은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영적 존재에 대해서 어떤 명확한 개념이 부족한 나로서는 여전히 잘 이해가 되질 않았습니다. 하나님의 모습은 마치 시간의 시작과 끝이 상상이 안 되는 것처럼, 잘 그려지지 않습니다.
하나님에 대해서 처음으로 그나마 맘에 와닿게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은 성경의 한 구절을 보았을 때였습니다.
“하나님은 사랑이라”
단순한 정의이지만, 비로소 이 구절을 통해 하나님을 어떻게 인식해야 하는지 어렴풋하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사랑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그 무엇입니다. 하나님 또한 그런 존재가 아닐까 싶습니다.
연인, 가족, 친구, 이웃, 또는 동식물이나 심지어 무생물이라도, 누군가나 무언가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 상태에는 지극한 행복이 깃들게 됩니다. 또한, 나, 그리고 내가 사랑했던 대상은 사라질지언정, 사랑했었다는 마음은 분명히 우리의 존재를 증명하는 것이고, 우리가 단순한 물질적 존재가 아니라는 어떤 믿음을 줍니다. 사랑이라는 마음 상태는 아마도 최고의 “좋은 상태”일 것입니다. 세상 모든 사람이 사랑하는 마음만을 한결같이 유지한다면, 이는 그대로 지상낙원이 아닐 수 없습니다. 사랑은 결국 우리가 그리는, 그러나 잘 그려지지 않는 천상의 세계를 가득 메우고 있는 것이고, 그 세계를 주재하는 하나님의 속성일 것입니다. 사랑하는 마음 그 속에는 우리가 하나님이라고 부르는, 이 우주 만물의 질서를 주재하는 의로운 존재가 함께한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기독교에서는 하나님의 형상에 따라 사람을 창조했다고 가르칩니다. 학창 시절에 국사 시간에 배웠던 동학의 중심사상인 ‘인내천’은 말 그대로 사람이 하늘이란 뜻입니다. 기독교에서는 또한 사랑 안에 거하는 자는 하나님 안에 거하고 하나님도 그의 안에 거한다고 가르칩니다. 신의 모습을 굳이 형상화하고자 한다면 먼 곳에서 찾을 것이 아니라 바로 사람의 모습에서 찾으면 될 듯합니다. 물론, 그 사람은 사랑의 마음을 가진 사람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