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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분꽃 Sep 28. 2023

하늘이 내게 준 생일선물

밤 보관하는 최고의 방법

"미역국 먹었어?"

그냥 웃었다.

우리  시댁은 나빠서가 아니라 쫌. 그렇다.

그렇다고 내 생일이라고 내가 미역국을 끓여 먹는 것도 우스워서.

생각햐보니 25년이 지났지만 한 번도 미역국을 못 먹었다.

생일이 별 거냐고 하지만  실수라도 미역국을 끓이는 일이 한 번도 없었던 나의 시댁.

어머니나  형님이나 이러기도 쉽지 않을 것 같다.


칭찬받을 때도 그랬는데, 지금은 당연으로 받아들인다.

참으로 정이 없다는 게 놀라울 뿐이다.

8시 30분에 시작해서 2시까지 전을 부쳤다. 줄이고 줄여 두 시간정도 줄어들었다.

나름 이 정도면 괜찮다 생각했는데 나란히 늘어서 채반을 보니 입이 다물어지지가  않는다.

한참 더 줄여야 한다.


밤을 주으러 산을 향했다.

남자들은 낫을 들고 길을 만들고 우린 쫄래쫄래.

밤천지다.

 주워도 주워도 눈앞에 밤천지다.

하늘이 내게 주신 선물. 신이 났다.

조금 전만 해도 허리가 지끈거렸는데 다 잊어버렸다.

엄마도 언니도 지인들 얼굴이 떠오르고

한번 정도 깎아 먹을 만큼 곱게 싸서 나눠줘야지 하고 생각하니 기분 좋아져 미친 듯이 주워 담았다.

네 명이서 30분 정도  이렇게 줍다니.


시장에 들고 가서 껍질을 벗겨달라 할까?

킬로당 천 원이었는데..

아니면 잘 씻고 소금물에 살짝 데쳐내

김치냉장고에 넣고 두고두고 열 알씩 깎아먹을까.


한 번은 아무것도 모르고 김치냉장고에 비닐봉지채 넣었다가

밤벌레가 나타나 냉장고 문을 닫아버리고 남편을 불렀던 적이 있었다.

지인들이 알려주는 이 방법저방법 해봤지만

내가 얻은 결론은

소금물을 끓여서 밤에 붓는 것보다

직접 소금물에 일분 안되게 끓여 건져 물기 없이 김치냉장고에 보관하면 밤은 그대로. 벌레는 혹시 있었더라도 움직이는 일은 절대로 없다.

오래도록 맛나게 비타민c를 실컷 먹을 수 있다.


오늘 새벽에 눈뜨자마자 아들 두 녀석이

"엄마 생일 축하해."

이래서 사나 보다.


언니의 생일 축하 전화를 받고 나니

부는 바람이 부드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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