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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경자 Oct 29. 2023

포기를 세다

아이들은 옥수수처럼 키가 자라 여물었고

나는 잘 마른 옥수수처럼 주름지고 말라 갔다 

    

얘야 통통한 네 손을 보니 내 손은 주름이 많아졌구나

내 손도 그런 시절이 있었는데

엄마는 잠시 내 손을 잡고 놓았다

내 손은 아이들의 손보다 주름이 졌고 탄력이 줄어들었는데     


가슴에 멍울이 만져진다는 엄마와 함께 갑상선유방센터에 간 날이었다

이 병원에서 제일 유명한 선생님의 접수는 벌써 마감되었고

오전에 진료 가능한 선생님에게 접수하던 그 날이었다


나는 왼쪽 오른쪽 양성종양으로 치료를 받았고 

엄마는 오래전 자궁을 잃으셨다

나는 수유를 하지 못했고 엄마는 다섯 아이를 낳고 다섯 명에게 오래 모유 수유를 했다


우리는 자궁근종이 있었고 나는 아직 자궁을 적출하라는 의사의 권고를 귀 밖에 세워 두고 있었다

아이들은 비혼주의를 내세우고 나는 그 생각을 찬성하고 

엄마는 아니라고 반대를 했다   

  

선택할 수 없는 것과 선택을 하지 않는 것 사이에는 

포기라는 장미가 담장을 넘어섰다


엄마의 선택은 우리를 기름지게 했고

나의 선택은 포기를 받아들이는 것이라 여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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