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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옙히 Apr 21. 2021

36 회색의 베를린

반성하는 자세

베를린이 가지고 있는 색은 회색이었다.

회색은 하얀색이 어두워진 것일 수도 있지만,

검은색이 밝아진 것일 수도 있다고 믿는다.

그 어중간한 회색은 오히려 다른 색을 입을 준비를 마쳤다고 생각했다.






베를린에 도착했다. 어김없이 해는 졌고, 한 주택 촌에 있는 한인민박에 짐을 풀었다.

한국에 딸과 사모님을 두고 혼자 독일에 와있다는 민박집 사장님은 굉장히 조용한 분이었다.

하지만 부엌에 놓인 다양한 소스와 향신료들은 그의 성격과는 다른 말을 하고 있었다.

이곳에 머무는 사람들은 주로 학생들이며, 심지어 유학을 와서 한국 음식이 그리우면 일부러 숙박을 하면서까지 밥을 먹고 간다고 해서 다음날 아침이 무척 기대됐다.


▲ 베를린 돔의 모습.

독일을 여행지로 삼는 것에 대해 호불호가 상당히 갈리는 편이다.

먼저, 술을 제외하면 사실 큰 유흥거리가 없는 국가긴 하다. 동독과 서독의 차이는 분명히 존재했고, 세계대전이나 유럽 역사에 관심이 없다면 사실상 볼거리가 전무하다. 그럼에도 베를린을 꼭 가보고 싶었던 것은 과연 역사를 반성하는 태도란 무엇일까라는 작은 생각으로부터 생긴 마음이었다.


구글 지도만 봐도 찰리 포인트나 홀로코스트 기념비처럼 베를린 곳곳에는 세계대전을 다시 일으키지 않겠다는 다짐을 볼 수 있었다. 우리처럼 분단을 겪기까지 했던 국가에서 사람들은 과연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지 너무 궁금했다.


당연히, 도착하자마자 걷기 시작했다. 베를린 돔을 지나자 베를린 텔레비전 탑 아래에서는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려있었다. 그리 크지는 않았지만 다른 곳과 다른 점은 글루바인을 굉장히 많이 파는 것이었다. 프랑스에서는 뱅쇼라고 하는데, 서로 자부심을 갖나 보다.


▲ 거리에서 만난 미니 컬링 경기.

거리를 조금 벗어나 브란덴부르크 문까지 걷는다. 사실 베를린은 다른 도시에 비해 꽤 큰 편이라 걷는 것에 부담을 느낄 수 있는데, 의외로 안전하다고 느껴 편하게 걸을 수 있었다.

거리 중간중간에는 특정 기업에서 만든 듯한 작은 술집이 있었는데, 눈에 띈 것은 컬링을 즐기는 모습을 보는 것이었다. (사실 이때까지만 해도 컬링을 몰랐다. 평창 올림픽 때서야 알았다.) 연로하신 할머니가 걷는 것도 힘들어하셨는데, 작은 돌을 밀 때만큼은 활력이 넘쳤다.


▲ 이스트 사이드 갤러리에서 본 오버바움 다리.

자고 일어나서 상다리가 휘어지는 밥상을 받았다. 무려 13가지가 넘는 반찬이었다. 정갈하게 담긴 밥상을 숙소에서 마주친 낯선 이들과 함께 공유하며 숙소 근처에서 볼 수 있던 베를린 장벽의 흔적을 보고, 이스트 사이드 갤러리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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