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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옙히 Apr 22. 2021

37 회색의 베를린

테러의 위협

베를린이 가지고 있는 색은 회색이었다.

회색은 하얀색이 어두워진 것일 수도 있지만,

검은색이 밝아진 것일 수도 있다고 믿는다.

그 어중간한 회색은 오히려 다른 색을 입을 준비를 마쳤다고 생각했다.







이스트 사이드 갤러리는 장벽의 일부에 오랜 시간에 걸쳐 그림을 그려놓은 세계 최대의 야외 갤러리이다. 그 길이는 무려 1316m인데, 다 걷지는 않았고 역에서 내려 중간쯤부터 오버바움 다리 방향으로 걸었다. 가장 유명한 '형제의 키스'를 보기 위해 가는 장소기도 하다.


군 생활을 하면서 기획전으로 광화문에 있던 대한민국 역사박물관에 베를린 장벽 중 일부가 야외에 전시된 것을 봤었다. 의무경찰로 근무를 했기에 미국 대사관 경비 근무를 할 때 오고 가며 장벽을 유심히 살펴볼 기회가 있었다. 마음먹으면 넘을 수 있을 것 같은 높이에 그리 두껍지 않은 얇은 장벽이 민족을 갈라놓을 수 있음에 소름이 돋았다.


▲ 이스트 사이드 갤러리의 모습.

그 장벽이 강을 따라 펼쳐져 있는 것을 보자, 당시에 느꼈던 허무함과 전율을 다시 느낄 수 있었다.

베를린에서 사실상 가장 유명한 관광명소인데, 온갖 낙서로 인해 갤러리가 고통받고 있다고 했다. 사실 지난 이탈리아 친퀘테레에서도 그 작은 마을에서 절벽 위로 오르기까지 선인장과 나무에 한글로 새겨진 낙서를 보고 말았었다. 유럽 여행을 하면서 종종 한국인들을 마주칠 일이 있고, 부끄러운 행동을 하는 것을 볼 수 있었는데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었다.



▲ 베를린 홀로코스트의 모습.


세계대전의 흔적을 느끼며 찰리포인트와 베를린 홀로코스트에 도착했다. 마치 관의 모습을 한 홀로코스트는 지하에는 박물관이 운영되고 지상에서는 조형물이 전시되었다. 후에 알았는데, 저 조형물 안은 비어있고 지하에서는 그 아래 유대인 학살에 관한 자료들이 전시되고 있었다. 


만약 일본이 우리나라와 아시아 지역에 대한 잘못을 인정하고 이런 식으로 다시 과오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해놨다면 일본을 사랑했을 것이다. 비슷한 행동을 했으나 다른 태도를 가진 섬나라를 떠올릴 수밖에 없는 하루였다. 


베를린에서 독일인들의 역사에 대한 태도를 엿볼 수 있었는데, 3년 후 교환학생으로 프랑스에 머물면서 독일인 친구를 사귀어 그 친구의 집에 머물면서 태도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젊은 친구라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배워서 가질 뿐 깊게 공감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는 말을 들었는데, 그것보다는 사회적인 분위기가 형성되었음에 감탄했다. 세대가 바뀌어 자신이 일으키지 않았는데 완벽히 공감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는 생각한다. 모두가 기억하는 것이 중요하겠지.



▲ 아이스바인과 슈바인 학센


부서진 성당으로 불리는 카이저 빌헬름 교회 앞 크리스마스 마켓에 들러 숙소 사람들과 글루바인을 마시고 독일식 족발인 아이스바인과 슈바인 학센을 즐기며 베를린 일정을 마무리했다. 부서진 성당은 제2차 세계대전의 폭격으로 입은 상처를 그대로 간직하며 참혹함을 기억하자는 의미로 보존되고 있다. 


베를린이 가지고 있는 색은 회색이었다.

회색은 하얀색이 어두워진 것일 수도 있지만,

검은색이 밝아진 것일 수도 있다고 믿는다.

그 어중간한 회색은 오히려 다른 색을 입을 준비를 마쳤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 자리를 빌려 명복을 빌고 싶다.

나는 베를린 일정을 마치고 다음날 함부르크에서 하루 머물고 네덜란드로 넘어갈 예정이었는데, 함부르크에 도착하자 충격적인 소식이 들렸다. 바로 전날 글루바인을 즐겼던 부서진 성당 앞 크리스마스 마켓에 이슬람 극우주의자들에 의해 트럭이 돌진했고, 5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2016년의 12월, 추웠던 그날 세상을 떠난 이들에게 평화가 깃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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