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조용한 날이 더 불안한 이유

3. ‘무사함’과 ‘평온’ 사이의 경계

by 박하루

조용한 하루가 늘 좋은 것만은 아니다.

발작이 없는 날이 이어질수록,

나는 이상하게 더 긴장했다.

‘너무 괜찮은데, 이상하다’

‘혹시 쌓이고 있는 건 아닐까’

‘곧 크게 올지도 몰라’

불안은 평온한 척하는 일상 속에서 더 깊어졌다.


사람들은 내가 멀쩡해 보이니까,

괜찮아졌다고 생각했다.

이제 다 나은 거냐고,

옛날처럼 다시 돌아간 것 같다고.

그 말이 틀린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맞는 말도 아니었다.


몸이 괜찮다고 해서,

마음까지 괜찮은 건 아니었으니까.


나는 늘 두 가지 사이에 서 있었다.

무사함과 평온.

겉으론 무사해 보이지만,

속은 여전히 뒤척이고 있는 상태.

조용하다는 게 정말 평온한 건지,

아니면 더 큰 무언가를 앞두고 있는 고요인지

헷갈릴 때가 많았다.


그래서 웃는 게 조심스러웠고,

좋은 날을 기록하는 것도 망설여졌다.

괜히 자만하다가,

금방 무너질까 봐 겁이 났다.

남들이 보기엔 아무 일 없어 보이는 그 하루가

사실은 나에겐 가장 조심스럽고,

가장 아슬아슬한 날이기도 했다.


나처럼 병을 밝히지 못한 채 살아가는 사람들 중엔

이런 감정을 혼자 껴안고 사는 이들이 많을 거다.

말하지 못해 더 외롭고,

괜찮아 보이려 애쓰느라 더 지치는 사람들.

나는 안다.

무사한 하루에도,

그 안엔 수많은 불안과 용기가 함께 있었다는 걸.


그러니 오늘도 괜찮았다면,

그건 그냥 ‘운이 좋았던 하루’가 아니라

내가 애써 지켜낸 하루라는 걸 잊지 말자.

그 하루를 버티느라 얼마나 고생했는지를

내가 가장 잘 알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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