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국 주민, 죽음의 두 번째 월동 준비
여름부터는 식물들을 돌보는데 조금 분주해졌었다. 올 여름은 고온에 스콜성 기후가 이어졌고 식물이 많이 죽었다.
우리집 베란다는 남동향인데, 해뜨고나서 한 세시간쯤 강렬한 햇살이 들면서 덥혀지다 11시에 햇빛이 조기퇴근하시는 그런 스타일이다.
그래서 최대 40도 습도 80%까지의 환경에 오래 노출된 식물들이 많이 죽었다. 여름에는 특별히 고온다습에 주의해야 하는 식물 몇 가지를 거실로 피신시켰는데, 기후변화에 실내식물들도 영향을 받았을 수도 있겠다.
침엽수계는 통풍이 안되는 환경 및 고온다습을 견디지 못하고 동일한 형태로 잎이 말라죽었다.
기온이 비교적 일정하게 유지되는 온실에 들어가지 못한 호야들은 이유없이 말라죽었다.(하나는 자생지가 운남성이라 이해했는데 동남아시아에서 오신 분은 왜…)
클라이머계 필로덴드론은 새순 및 키가 너무 커서 잘랐던 부분들이 더위에 다 무르면서 죽었다. 생각보다 더위에 약한 녀석들이었네… 남미 출신이라며….
일부 마란타과 식물들은 강한 햇빛을 견디지 못하여 대부분 말라비틀어졌고 하나가 새순을 못내면서 죽었다.
일부 고사리들은 그냥 말라죽었다.
첫 해에는 거의 식물을 죽이지 않았는데 올 여름이 참 가혹했던 것 같다. 심지어 11월 초까지도 제법 여름같은 날씨가 습하게 이어졌기에 월동준비도 별로 안 하다가 급하게 추워지는 바람에 거의 3일 내내 식물만 들여야 했다. 커지기는 또 얼마나 커졌는지… 식물등도 어느새 못생긴 날개형 식물등이 아니면 커진 식물들을 도저히 커버할 수 없게 되어 결국 5개나 새로 구매했다는 슬픈 이야기.
올해는 온실에 들이는 식물을 최소화하고(통풍이 안되고 빛이 부족해서 곰팡이가 생기… 더라….) 칼라데아들은 사전에 잎을 조금… 이발한다는 느낌으로 잘라줬다. 빛 부족과 통풍으로 생기는 이상 증상들을 이정도로 피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이전에 길게 칼라데아 습도 모시는 얘기를 쓴 적이 있는데, 식물 개체수가 너무 많고 커지다보니 이젠 정말 바닥난방을 안 때면 가습기도 필요없을 정도가 되었다. 그리고 칼라데아를 예쁘게 기르는 실력보다는 좀 타도 눈감는 능력이 강화되었다. 놀랍게도 뿌리가 괜찮고 새순이 나고는 있다면 쟤들 사는 데는 별 지장이 없다. https://brunch.co.kr/@5ducks/49
10센티 포트로 산 진저가 1년만에 벵갈이만해져서 살려주세요를 외치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