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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콩달콩대디 Apr 24. 2024

임신 과정에 동참하기


임신은 육아와는 달리 남편이 아내를 대신하거나 같은 역할을 할 수 없다. 종종 남편들도 아내의 임신기간 중 아내와 비슷한 체중증가, 감정기복, 피로감 등과 같은 상상임신 증상(쿠다드증후군)을 겪는다고도 하지만 자궁에서 태아가 자라고 호르몬의 변화로 인해 신체가 변하는 것은 아니다. 이렇듯 아내의 임신 과정에 대해 남편이 육체적인 동참은 할 수 없지만 감정적인 동참은 할 수 있다. 감정적인 동참이란 아내가 임신 과정에서 느끼는 감정들을 같이 공유하고 공감하는 것인데 이를 위해서는 아내 곁에서 최대한 많은 시간을 보내고 다양한 경험을 같이 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내의 병원 검진 시 동행하고 태명을 지을 때 같이 고민하고 태아가 태동할 때 같이 느끼는 등의 경험을 함으로써 임신과정에서 아내가 느끼는 경이로움, 기쁨, 기대감, 두려움, 걱정, 불안감 등의 감정들을 공유하고 공감할 수 있다. 


임신을 하게 되면 아내는 정기적으로 병원 검진을 받게 된다. 병원 검진 시 초음파 검사 등을 통해 태아의 성장 상태를 확인하고 산모 상태나 건강에 대해서도 검사를 하게 된다. 특히 초음파 검사에서는 태아의 머리, 손, 발 등 신체의 발달 상태를 산모와 보호자가 화면을 통해 직접 눈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꼭 아내와 동행해서 눈으로 확인하고 설명을 듣는 것이 좋다. 비록 초음파 영상이지만 태아의 모습과 움직임을 눈으로 직접 봄으로써 아내가 느끼는 생명 탄생의 신비로움을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고 이를 통해 아내의 임신과 아기의 탄생을 실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병원 정기 검진은 태아의 성장 상태뿐만 아니라 임신 주수에 따른 태아의 기형 여부나 질병 등도 진찰하기 때문에 아내에게는 태아를 볼 수 있어 가슴 설레는 시간이기도 하지만 혹시라도 태아에게 문제가 있을까 걱정되는 매우 긴장되는 시간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아내가 심리적으로 안정되고 의지할 수 있도록 남편이 곁에 있어 주는 것이 필요하다. 만일 검진 시 태아에게 이상이 발생된다면 그 얘기를 듣는 아내는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은 걱정과 불안에 빠질 것이기 때문에 남편이 곁에서 안정시켜 주고 위로해 주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태아에게 문제가 발견된다면 남편의 걱정과 불안도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크겠지만 그 상황에서는 무엇보다 아내를 보살펴주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병원 정기 검진에는 꼭 빠지지 말고 아내와 항상 동행하기를 바란다. 만일 평생을 같이 할 아내와 앞으로 태어날 아기를 위해 한두 달에 한번, 반나절의 시간도 내기 어렵다면 본인의 우선순위에서 가족은 1순위가 아닌 것이다. 만일 그런 남편이라면 지금부터라도 생각을 바꾸기를 바란다. 


내 경우에는 임신을 시도했던 첫 번째 시험관 시술 후 결과를 듣기 위해 아내가 병원에 갔을 때 같이 가지 못했던 후회가 컸기 때문에 임신 기간 동안 아내가 병원에 갈 일이 있을 때는 항상 동행을 했다. 가능하면 하루 휴가를 내기도 했지만 회사일이 바쁠 때는 반차를 내서라도 꼭 같이 병원에 가서 초음파 영상을 함께 보면서 진료를 받았다. 초음파 영상을 볼 때마다 의사가 이게 머리고 이게 팔이고 이게 엉덩이고 이게 발가락이고 지금 태아가 어떤 자세인지 등등을 매우 상세하게 얘기해 주고 아내도 고개를 끄덕이며 의사 얘기를 듣곤 했는데 나는 솔직히 출산 바로 전 정기 검진 때까지도 초음파 영상을 볼 때마다 저게 머리인지 엉덩이인지 의사의 설명을 들어도 구분이 잘 안 가는 답답한 경우가 많았다. 더군다나 남녀쌍둥이인 관계로 의사가 여아와 남아를 따로 설명해 주시면서 아내와 서로 화기애애하게 대화를 나누곤 했는데 그럴 때면 학교 수업시간에 선생님과 반 1등 학생이 주고받는 질문과 답변을 들으면서 그 내용인지 무엇인지 이해가 안 돼 답답해하는 꼴등 학생의 심정이 이런 거겠구나 싶은 생각만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기 검진 때의 아내와의 동행은 태아의 움직임과 심장 박동 소리, 그리고 출산이 가까워질수록 점점 아기의 형태를 갖춰가는 모습을 보면서 ‘아 내가 정말 아빠가 되는구나’ 하는 신기함과 감격을 느끼기도 하고, 집으로 오는 동안 아내와 그날 봤던 초음파 영상 속의 태아들에 대해 얘기하면서 행복감을 느끼기도 했던 소중한 시간들이었다. 다행히 태아가 건강하게 잘 자라준 덕에 임신기간 동안 아내와의 병원 동행은 나에게는 마음 설레는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다. 참고로 초음파 영상을 볼 때 남편의 역할이 있는데 바로 영상 속 태아의 모습을 사진으로 찍거나 동영상으로 촬영하는 것이다. 우리가 다녔던 병원에서는 나중에 따로 초음파 영상을 파일로 준다고 해서 굳이 동영상 촬영까지는 필요 없었지만 아내의 지시(!)로 검진 때마다 찍어야 했기 때문에 왜 굳이라는 불만을 감히 표현은 못하고 항상 속으로만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임신이 안정기에 접어들면 남편과 아내는 태아와 정서적 교류를 시작하게 된다. 그러한 정서적 교류의 시작점이 바로 태명을 짓는 것인데, 태명으로의 호칭을 통해 태아는 엄연한 하나의 생명체로써 아내와 남편에게 인식되기 시작한다. 태명은 튼튼이나 씩씩이처럼 의미를 부여해 짓기도 하고, 콩콩이나 통통이처럼 부르기 귀여운 의성어로 짓기도 한다. 부부가 같이 태명을 짓는 과정은 아내와 남편이 태어날 아기에 대해 같이 의논하고 결정하는 의미 있는 시간이기 때문에 남편도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를 내고 아내와 같이 고민도 하면서 그 순간들을 즐기는 것이 좋다. 출산 후 아기의 이름을 짓는 것은 정말 신중해야 하는 중요한 일인데 반해 태명을 짓는 것은 부부가 부담 없이 할 수 있는 재밌는 일이다. 태명을 짓고 나면 뱃속의 태아를 부를 수 있는 이름이 생기기 때문에 이전보다는 더 자연스럽게 태아와의 대화가 가능해진다. 물론 태아와의 대화라고 해도 쌍방향의 소통이 아닌 일방향이지만 엄마와 아빠의 목소리를 들려줄 수 있고 종종 태아가 태동으로 반응할 때도 있기 때문에 이러한 행동들을 통해 남편과 아내는 아빠와 엄마가 되어감을 느낄 수 있게 된다. 아내는 보통 태아와 하루 종일 모든 시간을 함께 하는 ‘한 몸’이기 때문에 맘속으로 또는 혼잣말로 태아와 대화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정서적인 교류를 한다. 하지만 남편은 아내처럼 태아와 ‘한 몸’이 아니기 때문에 정서적 교류를 위한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이때 태어날 아기에게 하고 싶은 얘기들과 바람들을 아내에게 들려줌으로써 태아에게 전달하는 것도 필요하고, 태동이 있을 때면 직접 손으로 아내의 배를 만지면서 피부로 전달하는 것도 필요하다. 남편의 태아를 향한 대화와 스킨십은 아내를 통해 전달되기 때문에 결국 아내와 태아 모두와 정서적 교류를 하게 되고 이를 통해 아내와 태아 모두의 심리적 안정감과 만족감을 줄 수 있게 된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남편 스스로도 아빠로서의 자기 정체성과 아기에 대한 애정이 높아지게 된다. 임신은 아내 혼자 출산을 위해 겪는 통과의례가 아닌 남편과 아내가 함께 태어날 아기를 맞이하기 위한 행복과 설렘의 과정이다. 그리고 이러한 행복과 설렘은 남편의 관심과 노력이 있어야만 얻어질 수 있다.


남편이 아내의 임신상태와 태아의 성장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주수별로 그 상태를 짐작할 수 있는 좋은 방법 중 하나는 출산 관련 앱을 이용하는 것이다. 해당 앱을 통해 출산 D-day는 물론이고 주수별 평균적인 임산부와 태아의 상태를 알 수 있기 때문에 아내의 상태에 따라 필요한 영양제 등을 남편이 미리 준비해서 건네준다면 아내는 임신 과정에 동참하는 남편에게 더욱 고마움을 느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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