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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콩달콩대디 Apr 19. 2024

남편 육아의 필요성 (2)

아내가 임신을 하고 출산을 하고 육아를 시작하면서 나 역시 남편으로서 그리고 아빠로서 역할을 잘하기 위해 책이나 인터넷을 보며 공부도 하고 고민도 하면서 육아를 시작했다. 물론 아내로부터 수많은 불만과 핀잔도 듣고 크고 작은 실수도 하면서 하나씩 배우고 깨달으면서 육아를 해오고 있고 현재도 진행형이다. 우리 아이들은 쌍둥이이기 때문에 육아의 강도가 몇 배로 힘들다. 휴직을 한 아내는 하루하루 힘들게 육아를 했고 나도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노력을 했다. 아기들이 신생아였던 시절에는 새벽 4시에 일어나(그 시기에 나와 아내는 아기들을 재우고 나면 너무 피곤했기 때문에 밤 9시가 취침 시간이었다) 출근할 때까지 가사와 육아 준비를 하고 퇴근하면 바로 집에 와서 잠이 들 때까지 육아를 하고 주말에도 모든 시간을 육아와 가사로 보냈었다. 그 당시 내 나름대로는 내가 할 수 있는 노력은 다 한 것 같고 가능한 모든 시간을 쏟은 것 같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육아 휴직 중인 아내가 아침에 눈을 뜨고 밤에 잠들 때까지 하루 종일 아기들과 사투(!)를 벌였던 것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그나마 나는 출근해서 회사에 있는 동안은 아침에 커피 마시는 여유도 있고 점심에는 맛있는 식사도 하고 동료들과 얘기도 하며 가끔 주변 산책도 하면서 스트레스를 풀 수도 있었고, 일을 하는 동안도 혼자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점에서 출근이 오히려 육아로부터의 퇴근인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회사 여직원들이 출산 휴가 동안 회사에 복귀하는 날을 손꼽아 기다렸다는 말이 단순한 농담이 아니었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육아를 시작하기 전에는 집에서 사랑하는 아기를 돌보는 것이 회사에서 일하는 것보다 편하고 좋을 텐데 왜 회사에 빨리 복귀하고 싶어 할까 하고 생각을 했었는데 정말 큰 착각이 아닐 수 없었다. 나의 첫 번째 착각은 집이 회사보다 편하다는 생각이었는데, 집에 일주일만 있어도 한정된 공간에서 매일매일의 생활을 하는 것이 얼마나 답답한지를 알 수 있다. 두 번째 착각은 아기와 함께 하는 것이 회사사람들과 함께 하는 것보다 좋다는 생각이었는데, 하루만이라도 신생아를 혼자 돌본다면 아무리 사랑스러운 내 자식이라도 말도 안 통하고 시도 때도 없이 울고, 일방적으로 보살펴야만 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를 알 수 있다. 마지막 착각은 회사에서의 시간보다는 집에서의 육아가 여유로울 것이라는 생각이었는데, 하루 종일 끝이 없는 육아와 가사를 한번 경험해 본다면 절대 할 수 없는 생각이었다. 이런 착각들이 깨지고 나서야 회사를 출근하는 남편보다 전업주부나 육아휴직 후 하루 종일 아기를 돌보는 아내의 육체적 힘듦과 정신적 스트레스가 얼마나 심한지를 깨닫게 되었다. 직장 맘의 경우에는 그나마 회사에서 숨 돌릴 수 있는 여유가 있을 수는 있지만 출퇴근 전후의 가사와 육아를 전부 혼자 담당해야 한다면 전업주부에 비해 그 고됨의 강도는 비슷하거나 더 심할 것이다. 이렇듯 아내가 육아와 가사를 전담하게 하는 것이 얼마나 심한 육체적 노동과 스트레스를 혼자 짊어지게 하는 불공평한 역할 분배인지를 명심해야 한다


남편의 육아 참여 필요성은 부부간의 공평한 역할 분담 측면뿐만 아니라 아기가 엄마와 아빠의 다른 육아 방식을 통해 정서적으로 균형 있게 성장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도 얘기할 수 있다. 엄마의 아기를 대하는 태도가 감정적이고 수용적인 데 반해 아빠의 경우는 이성적이고 원리원칙적인 경향이 있기 때문에 아빠의 육아를 통해 아기는 사회성 발달에 필요한 자기 절제를 배울 수 있다. 물론 이러한 아빠의 육아방식은 아기와 어느 정도 언어를 통한 의사소통이 가능한 시기(대략 만 2살 무렵)에서부터 점차적으로 필요하며 그전에는 아빠도 엄마와 같은 육아방식으로 아기를 대해야 한다. 아빠와 지내는 시간이 많고 아빠와의 관계 형성이 잘 될수록 아기의 정서발달은 물론 두뇌발달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가 있듯이 아빠 육아의 장점을 살리기 위해서는 아빠의 적극적인 육아 참여를 통해 아기가 엄마와 아빠 모두의 돌봄을 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엄마와 아빠 모두와의 상호작용과 균형 있는 관계형성을 통해 한 사람의 인생에 있어서 가장 기본적인 애착관계가 형성되고 언어발달과 신체발달이 촉진됨으로써 앞서 얘기한 연구결과와 같은 긍정적인 영향이 나타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때 아빠와 엄마의 육아 방식의 다름으로 인해 부부간의 의견 충돌이 발생할 수도 있는데 영유아기 시기에는 엄마의 방식이 바탕이 되어야 하고 아빠의 방식은 필요시 적절하게 개입이 되어야 한다는 점을 꼭 염두에 두어야 한다. 육아는 엄마와 아빠 중 한 사람만으로도 잘할 수 있는 개인전이 아니라 부부가 협동해서 서로가 잘할 수 있는 부분을 최대한 활용해야 하는 팀 경기이다. 운동경기도 각자의 포지션에서 맡은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야 팀으로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듯이 육아도 마찬가지로 남편과 아내가 각자의 역할을 잘 수행해야 부부도 아기도 모두 행복한 육아를 수행할 수 있다. 만일 남편이 해야 할 역할을 포기하거나 소홀히 하는 순간 팀으로서의 부부의 역할 균형은 무너지고 그 결과 아내뿐만 아니라 아기입장에서도 행복한 육아가 이루어지기 어렵게 됨을 항상 명심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남편의 육아 참여에서 명심해야 할 점은 제대로 된 육아 참여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내 경우에도 아내가 자주 불만으로 얘기했던 점이 바로 내가 하고 싶거나 나만의 생각으로 해야 한다고 여기는 일만을 한다는 것이었다. 아내가 임신 기간일 때 아내를 위해 한 일들 중에서도 내가 하고 싶은 일일 뿐 아내가 원하는 일이 아닌 경우도 많았고 육아를 하면서도 당장 아내나 아기를 위해 필요한 일들보다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이나 내가 해야 한다고 하는 일을 먼저 하는 경우가 많았다. 예를 들면 주말에 아내가 거실에서 울고 있는 아기들을 달래는 상황에서 아내를 위해 음식을 한다고 요리를 하고 있다거나, 아기들이 낮잠 자고 깨어나 울고 있는데 육아용품을 주문하기 위해 핸드폰으로 계속 검색을 하고 있다거나, 분유 제조기 같은 육아용품이나 거실 또는 화장실 청소할 때가 되었는데 내 기준에는 아직 깨끗하다고 생각되어서 청소를 미루는 등 내 관점과 기준에서만 육아를 수행함으로써 아내 입장에서는 남편의 육아 참여가 실질적인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물론 그렇다면 아내가 시키는 일을 하면 되지 않겠냐라고 반문할 수도 있지만 그 경우에는 스스로 알아서 육아나 가사를 하지 않는다는 아내의 더 큰 불만이 생기게 된다. 남편이 아내와 같은 생각과 기준으로 육아를 할 수 있다면 가장 바람직하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거의 희박하기 때문에 육아의 과정에서 대화를 통해 서로의 기준과 생각을 맞춰가는 노력도 남편의 육아 참여에서 꼭 필요한 부분이다.


다둥이의 육아 강도는 L(육아노동 수준) X N(아기수)의 배수의 관계가 아니라 L(육아노동 수준)의 N(아기수) 승의 지수의 관계이다. 즉 외둥이의 육아강도가 3이라면 쌍둥이의 육아강도는 3 X 2 = 6 이 아닌 3의 2승 = 9 정도 된다는 얘기다. 물론 체감적으로 만든 산식이지만 다둥이를 키우거나 키워본 부모는 충분히 공감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쌍둥이의 육아가 힘든 예로 아기가 우는 상황에서 한 명의 부모가 아기를 달래는 경우를 가정해 보자. 외둥이의 경우에는 아기가 울면 우는 아기만을 달래면 된다. 하지만 쌍둥이의 경우에는 한 명이 울면 다른 아기도 따라 울거나 두 명의 아기가 거의 동시에 우는 상황이 대부분인데 한 명의 부모가 두 명을 한꺼번에 달랠 수가 없기 때문에 한 명을 먼저 달래게 된다. 하지만 이럴 경우 다른 아기는 자기를 달래 주지 않는다고 더 크게 우는데 그러면 달래고 있는 아기도 계속 울게 되고, 다급히 달래고 있던 아기 대신 더 크게 우는 아기를 달래게 되면 다른 아기가 더 크게 울게 되기 때문에 결국은 진정되는 아기는 없고 아기 울음만 무한 상승의 패턴을 밟게 되는 경우가 많다. 다른 아기가 더 크게 울어도 달래고 있는 아기를 충분히 달래고 다른 아기를 달래면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막상 그 상황에서 부모의 마음과 행동은 그렇게 되지 않는다. 집이 떠나가라 울고 있는 아기를 옆에 두고 다른 아기를 안고 달랠 수 있는 냉정함과 강심장을 유지하기는 쉽지 않다. 또한 엄마와 아빠가 울고 있는 아기들을 각각 달래면 되지 않냐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부부가 같이 쌍둥이를 달랜다고 해도 엄마와 아빠가 각자 아기 한 명씩을 안고 달래는 아름다운 모습은 현실에서는 거의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아기들은 울면서 떼를 쓸 때 엄마를 찾지 아빠를 찾지 않을뿐더러 아빠가 안아서 달래려고 하면 엄마를 외치며 더 크게 울기 때문이다. 이럴 때는 아빠가 옆에 있어도 안타깝고 미안한 눈빛으로 아기들과 아내를 번갈아 볼 뿐 결국 쌍둥이 모두를 달래야 하는 것은 아내 혼자의 몫인 경우가 많다. 쌍둥이를 키워보니 다둥이를 키우는 이 세상 모든 부모, 특히 엄마들에게 무한한 경의와 존경의 마음을 전하고 싶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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