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으로서 적극적인 육아 참여를 위해서는 육아로 인한 아내의 힘듦이 얼마나 큰 지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것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보통의 남편이 하기 쉬운 착각과 오해는 본인이 회사에 출근해서 일하는 것처럼 전업주부 또는 휴직으로 집에서 있는 아내가 모든 가사와 육아를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이유로는 본인의 아버지로 대표되는 부모님 세대에서는 남편은 직장생활을 하며 돈을 벌어오는 역할을 담당하고, 어머니는 집안일을 도맡아 하면서 몇 명이나 되는 자녀를 혼자 키우는 역할을 담당했다는 사회적 경험에서 유래한다. 실제 70~90년대 여성의 사회참여가 제한적이었던 시기에는 부부의 역할이 남편은 경제활동을, 아내는 가사와 육아 역할을 담당했었다. 하지만 그러한 역할분담이 옳거나 바람직했던 것은 아니다. 그 시대의 남편들은 적극적인 육아 참여 대신 직장생활과 사회생활에 집중한 나머지 자녀들과의 친밀한 관계가 형성되지 못하고, 자녀들의 경우에도 아버지의 이미지는 어렵고 먼 관계로만 인식이 된 결과 본인의 경제활동이 끝난 후 가족 내에서 외로운 존재가 되어 버린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한 요즈음 부모님 세대에서 황혼이혼이나 졸혼과 같은 부부관계의 종결까지 가는 경우도 많은 것을 보면 분명히 결혼생활에서 남녀의 이분법적인 역할 수행이 문제가 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나마 유추할 수 있다. 물론 육아 이외의 다른 문제들도 부부관계에 영향을 끼쳤겠지만 힘든 육아를 수행하는 데 있어 부부의 협력이 필요한 시기에 남편이 그러한 역할을 수행하지 않음으로 인해 부부관계의 균열이 생겼을 것이라는 것은 의심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물론 지금 세대의 젊은 부부들에게서는 이전 부모세대와 같은 이분법적인 부부의 역할은 찾아보기 힘들지만 아직까지도 남편은 직장과 사회생활에 좀 더 집중을 하는 대신 육아는 상대적으로 아내가 더 많이 해야 할 일이라는 인식은 크게 변함이 없는 것 같다. 이러한 이유는 출산과 모유수유가 여성의 역할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를 포함하는 육아는 당연히 여성의 역할이라는 남자들의 인식이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맞벌이 가정이 많아짐에 따라 남편들도 어쩔 수 없이 가사와 육아에 참여하게 되고 이를 통해 육아가 얼마나 육체적으로도 힘들고 정신적으로도 스트레스가 높은 지를 경험하게 됨으로써 육아에 있어서 부부의 역할에 대해 이전과는 다르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또한 여성의 사회 진출 확대와 경제활동의 증가로 인해 육아과정에 남편들도 동등하게 참여해야 한다는 아내들의 목소리와 의견들이 이전보다 더 힘이 실리게 되고, 남녀평등의 현상과 인식이 사회에서 가정으로 확대되면서 가정의 중요한 불평등 영역이었던 육아에 있어서도 부부의 역할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 속에서도 남편들은 여전히 아내가 육아의 중심이고 본인은 이를 도와주는 존재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부부가 동등하게 육아를 담당해야 한다는 인식으로까지는 바뀌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아내와 남편 모두가 육아의 중심이라는 인식이 기반이 되지 않는 한 남편의 육아는 언제까지나 아내의 육아에 대한 지원 역할에 머무를 수밖에 없고 자기 완결적이 되기 어렵다. 어떤 일이든지 본인이 중심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면 생각의 결과인 행동도 주체적으로 이루어지기 어렵다. 하지만 육아와 같이 부부 중 누군가는 해야 하고 또 할 수밖에 없는 일인 경우에는 나의 편함이 상대방의 고됨으로 직결될 수밖에 없고, 상대방의 고됨이 아이러니하게도 나의 행복에 영향을 미치게 됨으로써 결과적으로는 가족 전체의 행복에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음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여기서 이렇게 얘기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남편의 역할만 중요하고 아내의 역할은 중요하지 않은가요? 남편의 역할에 앞서 아내의 역할에 대해 먼저 얘기해야 하지 않나요?” 물론 당연히 육아에 있어서는 아빠보다는 아내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 남편이 아무리 육아에 적극 참여한다고 하더라도 모유수유의 역할과 출산의 주체로서 아기를 보살피고 보호하고자 하는 엄마의 본능적인 본성 등은 아빠가 대체할 수 없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신생아와 영유아시기에 아기가 아빠보다 엄마를 더 찾는 것도 이러한 엄마와 아기 사이의 임신과 출생의 과정에 기인하는 본능적인 관계에 기인한다고 얘기할 수 있다. 하지만 아내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고 해서 서 남편의 역할이 필요 없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아내가 아기를 돌보는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남편의 적극적인 역할 수행이 무엇보다 더 필요하다. 또한 출생 후 신생아와 영유아 시기의 아기에게는 아빠보다는 엄마의 역할이 더 중요하지만 굳이 그것을 언급할 필요는 없다. 왜냐하면 엄마인 아내는 누가 얘기하지 않아도 육아에 최선을 다하고 있기 때문이다.
남편의 육아는 아기가 태어나면서부터 시작되지만 아내의 육아는 아기를 출산하기 전인 10개월의 임신기간부터 시작된다. 임신확인 후 태아에게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는 음식들을 삼가는 것부터 각 종 영양제 섭취, 운동 그리고 태교 등을 통해 아내의 육아는 시작되는데 이는 바로 태어날 아기의 상태가 아내 본인의 상태와 직결되는 육체적 심리적 결합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임신기간 동안 출산 후 이루어질 육아에 대한 준비도 동시에 이루어지는데, 출산을 할 병원, 산후 조리원, 육아 도우미에 대한 결정부터 아기 침대, 분유제조기, 분유 포트, 기저귀교환대, 바구니 카시트, 유모차, 아기용 장난감, 아기 욕조, 온습도계, 아기용 손톱 깎기, 젖병 소독용 집게, 기저귀 쓰레기통 등 각종 육아 아이템들과 기저귀, 배냇저고리, 속싸개, 가제 손수건, 아기용 물 티슈, 젖병, 분유, 목욕 세제, 아기용 목욕 타월, 로션 등 육아용 소모품에 이르기까지 열거하면 끝도 없는 준비물들을 정리하고 각 준비물별로 어느 회사 제품이 좋은지를 인터넷이나 맘 카페, 또는 육아를 하고 있는 지인을 통해 파악하고 구매를 한다. 출산이 다가오면서 매일 집으로 배달되는 육아용품들을 정리하고 출산 시 병원에 가져갈 준비물과 산후조리원에 가져가야 할 준비물까지 정리하는 모습을 보면 아내가 이 많은 것들을 언제 준비했는지에 대해 놀람을 넘어서 경이로움을 느끼기까지 한다. 물론 이게 끝이 아니다. 앞서 얘기한 준비물은 출산 준비물일 뿐이고, 출산 후 육아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아기의 성장 단계마다 필요한 준비와 해야 할 일들을 미리미리 다 파악하여 주도적으로 처리하는 모습을 보면 아내에게 육아를 더 신경 쓰라던가 육아에 더 참여하라는 얘기는 할 필요가 없음을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오히려 아내가 그 많은 일들을 직접 혼자 처리해야 함으로써 정작 중요한 아기 돌보는 일에 더 많은 신경을 쓸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남편의 적극적인 육아 참여 노력이 필요하다.
아내가 전업주부인지 직장맘인지에 따라 육아에 있어서의 아내의 역할은 차이가 존재한다. 하지만 두 경우 모두에 있어서 남편의 육아 참여 수준은 본인이 휴직을 하고 육아를 수행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달라질 이유가 없다. 아내가 전업주부인 경우에는 육아 시간이 늘어나는 만큼 힘듦이 증가하고, 직장맘인 경우에는 육아와 회사생활을 병행함으로 인해 육체적 고됨과 정신적 스트레스가 마찬가지로 증가하기 때문에 두 경우 다 남편의 적극적인 육아 참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핏덩이로 태어난 아기가 커가는 과정에서 크게 아프지 않고 정서적으로도 안정되게 하나의 독립된 인격체로 성장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부모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한지는 굳이 얘기할 필요가 없다. 이러한 부모의 관심과 노력은 아내 혼자만의 역할로는 충분할 수가 없다. 힘든 일의 연속인 육아에 있어서 아기의 바람직한 성장과 아내와 남편 자신의 행복을 위해서 매일매일의 남편의 적극적인 육아 참여는 필수적이다
육아가 얼마나 힘든지를 상징하는 것 중의 하나는 바로 출산과 육아로 인해 발생하는 여자들의 우울증일 것이다. 여자들이 육아를 하면서 우울증에 걸려 힘들어하는 얘기들을 언론매체나 주위 얘기를 통해 많이 듣곤 하는데 우울증이 생기는 이유로 첫 번째는 당연히 육아 자체의 육체적 정신적 힘듦에서 오는 스트레스와 육아로 인한 경력단절에서 오는 상실감을 얘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두 번째로는 힘든 육아를 부부가 함께 하는 것이 아닌 아내 혼자서 감당해야 하는 독박 육아의 억울함이나 남편에 대한 서운함, 그리고 좌절감을 얘기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두 가지 이유 모두에 있어서 아내의 심리적인 문제가 생기게 되는 원인을 생각해 보면 그 원인이 아내 자신의 문제가 아닌 육아에 적극 동참하지 않은 남편으로 인해 발생되는 문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우울증은 극도의 정신적 스트레스가 일정 기간 지속되었을 경우 호르몬의 변화를 동반하여 발현이 되기 때문에 의학적으로 우울증 진단을 받았다면 단순히 본인의 의지만으로 고쳐질 수 없고 약물치료와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병이다. 이렇듯 우울증은 바이러스나 병균에 의해 갑자기 감염되어 걸리는 병이 아니라 일정 기간 동안의 정신적 스트레스가 누적되면서 걸리는 병이기 때문에 아내가 약물치료가 필요한 우울증 진단을 받을 정도로 힘든 상황이라는 것을 남편이 알 수 있는 시간은 충분히 있었을 것이다. 아마도 대부분의 남편은 걱정은 하면서도 아내의 육아의 힘듦을 덜 수 있는 구체적인 행동 대신 마음으로만 안타까워하거나 위로의 말을 건네는 수준으로 그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남편 입장에서는 진심으로 걱정하고 위로해 주었겠지만 아내 입장에서는 힘든 상황은 전혀 개선되지 않고 악화만 되는 방치의 시간이었던 것이다. 아내가 말이 없어지고 웃음이 줄기 시작한다면 더 늦기 전에 아내와 진솔한 대화를 나누어야 한다. 그리고 아내의 육아 부담을 실질적으로 줄일 수 있는 방법을 같이 고민해 보고 바로 실행에 옮겨야 한다. 물론 아내가 힘든 상황에 처하기 전에 남편이 처음부터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겠지만 본인이 제대로 육아에 참여하고 있는지를 남편 스스로가 판단하기는 매우 어렵기 때문에 사후적으로라도 아내의 피드백을 듣는 것이 필요하다. 남편의 큰 착각 중에 하나는 본인은 충분히 육아에 참여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인데 특히 맞벌이 부부의 경우 퇴근하고 같이 육아와 가사를 하고 주말에도 같이 아이들과 놀면서 시간을 보낸다면 나는 충분히 육아에 참여하고 있고 아내와 동등하게 육아를 분담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쉽기 때문이다. 남편 입장에서 아무리 육아에 적극 참여한다고 해도 아내 관점에서는 남편이 공동 육아를 하는 것이 아닌 단순히 도움을 주는 수준에 불과하다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에 아내가 남편의 육아 참여를 어떻게 평가하고 무엇이 부족하다고 느끼는지에 대해 서로 대화를 나누는 것이 정말 필요하다. 사람은 본인의 역할에 대해서는 과대 평가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육아의 경우에도 실제보다 남편 스스로가 본인이 많은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고 설령 육아에 투입하는 시간이 남편과 아내가 비슷하다고 할지라도 육아와 관련해서 고민하고 의사결정하는 눈에 보이지 않는 역할들은 차이가 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앞에서 얘기한 대로 임신기간을 고려한다면 남편과 아내가 육아를 시작한 시점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현재 관점에서 남편과 아내의 육아 참여 시간이 비슷하다고 하더라도 총 투입 시간으로만 보면 남편이 오히려 아내보다 더 많은 시간을 육아에 투입해야 한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내가 아내와 육아를 하는 시간이 비슷하다고 해서 내가 충분히 내 할 일을 다 하고 있다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여자의 임신 기간인 10개월 중 임신 사실을 확인한 이후 본격적으로 조심하고 절제하며 온갖 불편의 시간을 보내는 기간을 9개월이라고 생각하면 여자의 출산 전 육아 관련 투입 시간은 24시간(임신한 여자는 잠잘 때도 불편한 자세로 자면서 조심을 한다) X 30일 X 9개월 = 6,480시간이다. 이 중 임신기간 동안 남편이 아내를 위해 투입하는 시간을 매일 1시간이라고 한다면 이를 제외한 시간은 총 6,210시간이다. 남편이 아내와 동일한 시간을 육아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출산 전 아내가 투입했던 6,210시간만큼을 남편이 추가 투입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남편이 매일 2시간씩 8.5년 동안 아내보다 더 육아를 수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