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각 구범성
- 김용기
술병은 아슬아슬했다
취한 눈이
바닥까지 내려간 그걸 알아차렸다
힐끔거림이 무슨 소용
술의 잔고가 고통의 단추를 눌렀을 때
돌아온 취기는
아픔의 시간을 함께 데려오지 않았다
그가 그날 목소리를 키운 이유는
술병의 잔고가 바닥에 있었기 때문일까
외로움은 곧
진드기처럼 달라붙을 테고
그날 동창들 누구도
술에 취한 그에게
손가락질하지 않았다
환갑에 마누라 없이 산다는 것은
이 땅의 창가에 앉아
아메리카노 한 잔 마실 시간이
없다는 것쯤은 안다
농사는 아무나 짓는 게 아니라는 것도,
하나 둘 시끄러움 곁을 벗어났다
아니다 제 발로 갔다
내 검은 그림자 한쪽이
그의 오른쪽에 붙어 있었다
장군을 이기고
사장을, 면장과 군수를 이기는 그에게
바닥난 술병은 슬픔이다
총각 구범성은 노을이 있는 쪽에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