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을 켜다

by 김용기

촛불을 켜다


- 김용기



타들어 갔고

심지의 꼬부라진 머리를 보았다

가운데 선 심지가

탄 머리를 숙이지 않았더라면

촛불은 흔들리지 않았을 테고

타다가 주저앉을 지라도

제 자리 떠나지 않는 촛 몸의 숭고함에

그 송구함이랴

촛불이 흔들리는 이유가 되었다


타닥타닥

어떻게 장작불을 이기랴만

타면서 날아가고

재로 흩어지고

당할 수 없는 불춤의 연기였으나

모일 줄 모르는 이기심은

변함이 없었다


제 몸을 때웠고

아끼지 않는 지고지순에

탄 심지가 고개를 숙였다

한 몸

장작과 달랐다


녹아 흘러내림이 두렵지 않다니

귀로 들어온 촛불이

내 안 자리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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