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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치(羞恥)

- 찐 옥수수는 맛있다

by 김용기

수치(羞恥)


- 김용기



한 살도 안 된 옥수수가

누런 수염을 달았다

덥수룩

건방지다


늦봄부터 정성을 들였고

내다보고

들여다보며 여름까지 가꿨더니

어른노릇 한다


수염 난 할아버지를

감히 벗겨봤더니

우윳빛 허연 몸 가지런했으며

쭈글거릴 거라는 생각은 잘못

할아버지 아니었다


스스로 수염을

깎을 줄 알았더라면

겸손이 반영되었을 테고

TV에 오르지 않아도 됐을 텐데

치부를 드러내

욕보임 당하는 옥수수 수치는

자업자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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