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by 김용기

촛불


- 김용기



가운데 심지를 두고

올 곳 하게 서서 태웠노라

한 번도 다른 곳 바라봄 없이

주어진 삶 장렬하게 마쳤노라

사는 동안 간혹

유혹으로 인하여 흔들린 적은 있었으나

언제나 그 자리

벗어나지는 않았노라

가물거린다느니

희미하다고 투덜거리는 소리를 어찌

듣지 못했겠냐마는

무슨 무슨 삼 년을 세 번 보내듯이

내 삶은 내내 참음이었다는 것을

마지막 경점에

까맣게 탄 심지 한 점에 눈치챘으리라

훅 불지 않아도

꺼질 때를 알아

한 번도 가 본 적 없는 곳을 이제 향하노라

나를 향한 손가락질은

닥친 어둠이 의미 없음으로 만듦이여

그러나 잠깐의 고마움도

원망에 묻힘을 두려워하지는 않겠노라

심지 곧았다는 말 한마디는

칭찬으로 알아듣겠노라

삼십 촉 전등이 더 밝은 줄 알지만

나는 세상의 소원

몸을 태워 들어주는 역할을 했음이니

여한은 없노라

욕심이야 왜 없었겠냐만

좁고 작은 움막이라도

해가 들어오지 못하는 그곳에서

꼭 필요한 사람의 손에 붙들리겠노라 한

소원 이루었노라

늘 그랬듯이

길게 가물거리는 아쉬움

이렇게 쓰러트리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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