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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윈이야기 Apr 06. 2021

아니요, 당신의 개는 뭅니다.

내 새끼는 내가 망치는 겁니다.

요즘은 그렇지 않지만, 예전에는 산책하며 만나는 거의 모든 강아지들과 다윈을 인사시키곤 했다. 

물론 보호자에게 먼저 물어보고_ 이유도 없이 짖거나 짖어댈 것 같은 친구들은 피해서 말이다.  

 친구라면 무조건 좋아하는 다윈이 꼭 인사하겠다고 멀리서부터 난리를 치기도 해서지만, 더 어릴 때 다양한 강아지들을 만나고 경험해 보는 것도 괜찮겠다 싶어서였다. 나쁜 경험을 하면 당연히 안되지만_ 경험을 통해 세상 강아지들 모두가 다 자신의 친구는 아니라는 걸, 다윈도 알기를 바라서였달까. 

 하지만 다윈과 내가 겪은 나쁜 경험은_ 우리가 인사를 하려고 했을 때 벌어진 것이 아니었다. 

  

집 앞에 있는 체육공원에서 동네 강아지 친구들과 놀고 있었다. 어떤 아주머니가 작은 몰티즈와 함께 산책 중이셨는데_ 대뜸 다윈에게 끌어다가 "인사해! 친구야! 안녕~하고 인사해!"라고 하셨다. 내가 당황한 사이에_ 다윈은 반갑다고 꼬리를 흔들며 인사를 했고, 그 몰티즈는 다윈을 바로 물어버렸다. 

 너무 놀란 나는 다윈을 먼저 진정시켰지만, 다윈은 이미 엄청 겁을 먹었다. 몰티즈는 제정신이 아닌 채로 흥분해서 다윈에게 계속 달려들었고, 내가 막아서며 아주머니께 최대한 침착하게 말했다. 


"이 친구, 이전에도 물었나요?" 

"네, 근데 무는 것도 아니에요. 처음 봐서 낯설어서 그래~ 친해지면 안 그래요." 


이건 무슨 말이야? 인간 세계에서도 개 세계에서도 다분히 정상적이지 않은 상황에, 온몸을 덜덜 떨며 얼어 있는 다윈. 

 이런 상황에서 나까지 당황하고 화를 내버리면 안 될 것 같았다. 애써 꾹꾹 참으며 아주머니께 말씀드렸다. 


"무는 걸 아시는데도 인사시키신 거예요? 반대로 저 친구가 물렸으면 어쩌려고 그러세요?" 

"안 물어요, 문 게 아니고 인사한 거라니까? 애들이 이러면서 친해지는 거지~" 


더 이상 무슨 말을 하겠는가, 이미 궤도를 벗어난 사람과 아웅다웅해봤자 의미 없는 에너지 낭비인 것을. 나는 몰티즈에게 발로 막아서며 경고를 주고, 다윈을 데리고 그 자리를 피했다. 

그야말로 격분이었다. 

나는 왜 그 상황을 바로 피하지 못했을까, 

나는 왜 그 몰티즈가 물기 전에 다윈을 구해내지 못했을까, 

다윈 이 녀석은 명색이 사냥개라면서_몰티즈한테나 겁을 먹고... 이렇게 약해서 어떻게 살아가겠다는 건가! 

그 아주머니에게 분명하게 경고를 하지 못하고 지나친 것이 못내 한이 될 지경이었다. 

 그렇게 우리에게도 '트라우마' 하나가 생겼다.    


그 경험이 마지막이었다면 좋았으련만. 우리는 그 후로도 그런 나쁜 경험들을 몇 번 더 겪었다. 


한 번은 견주가 핸드폰만 보느라 자기 개를 쳐다보지도 않고, 자동 리드 줄을 한 상태로 산책을 하고 있었다. 그 개는 다윈을 보자마자 미친 듯이 짖으며 달려왔고, 줄은 계속 길어져 다가오니_ 내가 재빨리 다윈 앞을 막아섰다. 나는 그 견주에게 "죄송하지만, 강아지 컨트롤 좀 해 주세요."라고 말했으나_ 별로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는 듯, 이어폰을 꽂은 채 가던 길을 갔다. 자동 리드줄은 찌이익하고 계속 늘어나고, 자기 개가 계속 흥분하며 날뛰니 주변 행인들까지 우왕좌왕 정신없는데도 아랑곳없이_ 질질 당기며 가는 그 모습을 보니, 처음엔 개에게 화가 났지만, 곧 너무 안타깝고 불쌍해졌다. 


누가 저 멀쩡했던 귀여운 푸들을 망쳐 놓았는가? 


갑자기 다가와 다짜고짜 강아지를 들이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자신의 개가 공격성이 있는 걸 알면서도 사회성을 길러준다는 얄팍한(?) 생각으로 '안 물어요~' 하면서 숨기며 어떻게든 인사시키려는 보호자들도 있다.

 애견 카페에도 가고, 줄 없이 산책을 시키기도 한다. 내 강아지는 소중하니까 다른 친구들이 누릴 것 다 누려야 하고, 또 무엇보다_ 내가 편하기 때문이다. 


이 사랑스러운 개들은 도대체 무슨 죄인가?


엄마가 혼자 있고 싶다는 애를 강제로 등 떠밀며 집에 초대하면, 아이라고 좋아할까? 

누군가가 자신에게 싫은 일을 억지로 강요하면, 본인이라면 '그래, 좋아!'하고 하겠는가? 

개라고 다를까? 

아니, 개는 다르다는 생각에 그런 것이라면_ 적어도 어떤 논리와 맥락이 있어야 되는 것 아닌가?!

엣헴! 내 강아지가 소중한만큼, 예의와 배려를 잊지 말아요.  




다윈의 보호자로서 말하자면_ 

'다윈은 안 물었다', 여태까지는 말이다. 

자신을 향해 짖는 강아지들에게 겁을 내고, 금세 무시하며 자리를 뜨는 평화주의자 녀석이기에_ 앞으로도 물지 않고 살 가능성이 훨씬 높지만, 우리는 개의 본능을 알 수 없다. 

 나와 남편은 다윈이 앞으로도 순둥순둥한 평화주의자로서 살아갈 수 있도록, 평생 공격성을 모르도록, 혹시 놀다가도 흥분해서 무는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_ 최선을 다해 돌볼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말할 수 있는 것은 어디까지나 '아직까지는 물지 않는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런 생각으로 다른 개들과 보호자들, 그리고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는 사람들을 대해야 한다고 본다.   

  

"우리 개는 안 물어요~" 


문다, 물 수도 있다. 물지 않았는가! 

그러니_ 보호자는 개에 대해 잘 알아야 하고, 특히 '내 새끼'에 대해 잘 알아야 한다. 

안다면_ 내 새끼 같은 다른 강아지들도 똑같이 존중해 주기를 바란다.  


교정을 위한 보호자 나름대로의 노력과 인고의 시간들이 있었을 것이라 믿는다. 

하지만 끝내 고쳐지지 않아 포기한 것이라고- 믿고 싶다. 

만일 그런 거라면, 같은 보호자들에게- 다른 강아지들에게, 최소한 미리 조심하고 일러주는 배려는 잊지 말자.


반려 동물 인구가 1천5백만 명을 넘었다고 한다. 

이렇게 다양하고 수많은 가정이 있는 만큼, 비슷한 경험을 공유하는 동지로서_ 보호자들 간의 배려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된다. 또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존중받아야 하는 만큼, 반대로 싫어하거나 무서워하는 사람들에 대한 존중도 잊으면 안되는 것 같다.  


내 눈에는 이 지구 상에서 가장 소중하고 사랑스럽지만_ 

모든 개가 다윈의 친구가 될 수 없고, 모든 사람들이 다윈을 좋아해 줄 수는 없다.   

이것은 사람도 개도 너무나 좋아하는 다윈에게, 내가 가장 강조하는 교육이자_ 나 자신 스스로에게도 하는 다짐이다. 냉정해 보일 수 있지만, 함께 사는 곳에서 당연한 이치이다. 


개들은 안다. 누가 자신을 피하고 부담스러워하고, 무서워하는지_ 

사람이 모를 뿐이다. 그러니 이제- 내 강아지에 집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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