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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윈이야기 Mar 18. 2021

웰컴 투 개육아 월드

금쪽같은 내 '개'새끼


"와, 진짜 얼마나 힘든 줄 아니? 잠도 안 자지, 말은 안 통하지, 어제는 하루 종일 밥도 안 먹어서 어찌나 걱정했는지... 내가 요즘 불안해서 잠을 못 자!" 


"야! 너 애 키우는 우리 앞에서 지금 개 육아 때문에 힘들다고 하는 거야?"


"..." 

 

난 정말 심플하게, 육아와 개육아가 꽤 비슷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을 뿐이었는데_ 

친구들이 분기탱천하며 '육아'의 '육' 자만 꺼내도 '욕'먹을 각오하란다. 


누가 알아주랴, 개 어미의 마음을... 

한 아이를 출산하고 길러내는 엄마의 희생과 정성, 노고에 감히 비할 수 없겠지만_ 

개 육아도 엄연한 육아라는 것을, 

그들의 짧은 견생만큼이나 생애발달을 응축적으로_ 인간만큼 복잡다단하게 보여주며, 

아기 못지않은 노력과 사랑을 요한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다. 


강아지의 성향이 각기 다르듯, 육아 고민과 문제도 다양한데,

우리 개육아 생활의 가장 큰 퀘스트는 '배변 문제'와 '털 빠짐', 그리고 '분리불안'이라는 삼중고였다. 

씹고 뜯고 맛보고 사고 치는 다윈. 매일매일 창의적인 말썽이 우리를 기다린다. 

 사실 배변 문제는 아무것도 모르는 하룻강아지들도 쉽게 해내는 난이도 '중하'이자, 기초 미션이라고 한다. 하지만 우리는 이 쉬운 것도 꽤 오래 안달복달하며 집 곳곳에 불명예스러운 추억들을 쌓았다. 그렇지만 그건 다윈의 문제라기보다, 어설픈 초보 엄마 아빠의 육아방식 논쟁 때문이었다. 화장실에서 모든 걸 해결하도록 훈련시키자는 나의 입장과, 원하는 곳에서 자유롭게 싸는 견생을 지지한다는 남편의 입장이 팽팽하게 대립해서, 다윈에게 혼란만 가중시켰다. 건강한 육아의 지름길은 역시 부모의 팀워크와 리더십이다. 

 4개월 차 강아지가 엄마 아빠의 눈치를 보며 '도대체 어디서 싸라는 거야?!' 하는 엉덩이의 망설임을_ 왜 그땐 몰라주고 조급하게만 굴었을까? 새삼 미안해진다. 


우리 가정의 평화를 위해서였을까, 다윈은 내가 원하는 대로 주로 화장실에서 소변을 보고, 화장실에 누군가 들어가 있을 경우 패드 위에서 해결한다. 이도 저도 아닌 것 같지만, 나름대로 모두를 생각한 최고의 지혜다. 이렇게 훌륭한 해결책을 제시해주다니. 대견한 녀석이다. 

육아의 절대 진리. '잘 때'만 천사라는 것.  

'잭 러셀'과 함께 살면서 '털 빠짐' 이야기를 안 할 수 없을 것이다. 

'털'의 측면에서 말한다면, 다윈은 마치 제면기처럼 털이 계속 뽑아져 나오는 털뭉치 생명체라고 할까? 다윈과 함께 살게 된 날부터 내가 즐겨 입던 검은색 옷들은 날마다 그냥 버려졌고, 하루에도 몇 번씩 청소기를 돌려야 했으며_ 우리는 집안에서도 밖에서도, 눈코입 안에 항상 다윈이의 흔적을 느꼈다. 손님이 집에 오거나 행여 친구가 차에 타는 일이 생겼을 때, 박혀 들어가서 돌돌이 테이프로도 떨어지지 않는 초강력 털에 난감함이 역력한 얼굴을 볼 때란... 그저 부모가 죄인이다. 


덕분에 우리는 '하이퍼 미니멀 라이프'를 살게 되었다. 

신상 옷이며 가구며 인테리어 소품이며_ 사서 무엇하리. 우리에겐 그 어떤 것도 필요하지 않다.  

어차피 다윈의 털받이가 되거나 이갈이 장난감이 될 뿐이기에. 

하얗고 깔끔한 화보 속 집처럼,

햇살 들어오는 거실에서 강아지가 아장아장 걸음으로 모던한 소파, 감성 충만한 인테리어 소품들과 어우러져 사랑스럽게(아무것도 망가뜨리지 않고 '얌전히') 노는! 그런 육아는- 정녕 나에게 허락되지 않는 것인가!

오늘도 나는 낡은 회색 트레이닝복과 다윈이 물어뜯느라 곤죽이 된 신발을 걸치고_ 산책을 나간다. 

다윈, 우리 집을 돌려줘!

마지막으로 개육아 난이도 '최상'급 중 하나인 '분리불안'. 다른 종보다 비교적 독립적이고 자기만의 시간을 즐길 줄 아는 '잭 러셀'이라지만, 새끼 때 겪는 자연스러운 현상이기에_ 다윈도 예외는 없었다. 

추운 겨울, 현관문 밖에 의자를 놓고 앉아 5초부터 1분까지 늘려가며 남편과 들락날락_ 몇 날을 오들오들 떨었던가. 그러나 이 방법, 저 방법 다 써봐도 도무지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 

 TV에서 본 대로 현관문 앞에 서서, "나갔다 올게~ 금방 올게~ 간식 먹고 쉬고 있어~!" 하며 설득도 해보고, 개육아 선배의 성공 팁으로_ 몰래 나갔다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들어와야 강아지들도 무뎌진다기에 은근슬쩍 어물쩡거리며 나가도 봤다. 관심과 애정을 끊고 평소에도 분리를 시키고 있어야 한다는 의견에 일부러 모질게도 굴어보았다. 복잡하고 어려운 노즈 워크와 새 장난감도 소용없었다, 간식을 찾아 먹고 노는데 채 5분도 걸리지 않으니... 

 어찌나 구슬프고 애절하게 울며 찾는지, 한 번은 너무 힘든 마음에 다윈을 붙잡고 함께 엉엉 울었다. 

 우리는 절실했다. 이 고통은 다윈이 더 클 것이기에_ 우린 그저 발만 동동 구르며 다윈에게 미안해했다. 아기를 키우는 엄마의 마음이_ 이해되는 순간이었다.  


'내 마음이 전해지면 얼마나 좋을까. 또 네 말을 내가 이해할 수 있다면 얼마나 속 시원할까.' 


다윈의 분리불안이 많이 진전되었다고 느낀 건_ 거의 한 살이 되었을 때부터였다. 될 수 있으면 다윈이 홀로 있는 시간을 만들지 않으려 최대한 노력하고, 아무리 오래 놔둬도 최장 시간은 4시간으로 정했다. 다윈도 가끔 무료함을 어필하고자 작은(?) 사고를 쳐 놓을 때가 있기는 하지만_ 우리가 외출하면 맛있는 간식을 먹을 수 있기에, 은근 빨리 나가주기를 바라는 눈치를 보일 때도 있다. 이 또한 지나고 보니 겪으면서 성숙해질 성장통이자, 생애발달 과정 중 한 챕터였다. 다윈에 대해서 이해하려 했던 시간만큼 개 육아에 제법 여유도 생겼고, 다윈 스스로 경험하고 익숙해지면서_ 나이가 들면서 배우고 깨달음을 얻은 영향도 있는 것 같다. 


내 새끼가 언제 이렇게나 컸나. 너무 신기하기도, 뿌듯하기도 하고_ 개부모로서 이렇게 파란만장한 경험을 선사해 준, 금쪽같은 내 '개'새끼에게 고맙기도 하다. 자기 침대에서 쌕쌕 대며 자는 다윈을 보며_ 남편과 나는 우리 모두가 서로에게 서툴렀던 때를 가끔 떠올린다. '참 좋은 개야.' , '우리 나름 잘 키웠어, 원래도 훌륭한 녀석이었지만.' 하며 팀워크를 다잡고 앞으로도 힘내자고 해본다. 

어느 엄마의 말대로, 육아는 끝이 없기에...   


"이제 제법 괜찮은 부모다워졌는데_ 슬슬 둘째 만나야 되는 거 아니야? 다윈에게도 형제가 있으면 좋잖아!" 


하, 다윈 돌본다고 갈아넣은 내 시간이 얼만데! 

나중에... 숨 좀 돌리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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