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 재무제표와 분식회계 Part 1

중간 재무제표의 신뢰도와 중요성

by 고니파더

일전에 한번 이야기 한 적이 있는 것 같은데 저는 책에서 배운 것을 실제 현장에서 적용해 보는 걸 좋아합니다.


약간 변태적인 성향인데 (?) 무엇보다 제가 '글을 통해 배운 것들이 쓸모 있는 것이구나' 라는 것을 느낄 때 가장 보람찬 것 같습니다.


오늘은 이와 관련된 일화 한가지를 가볍게 소개 합니다.


세부 내용은 중간 재무제표를 볼 때 왜 주의해야 하는지,


그리고 재고자산 실사 같은 것들이 왜 중요한지,


마지막으로 우리 곳곳에서 분식회계가 얼마나 자주 일어나고 있는지에 대한 것이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예를 들어 설명합니다.


4~5년 전, 주니어 심사역 시절 일로 만난 S 지점장은 심사역 생활을 오래한 사람이었습니다.


카리스마 있고 딜에 대한 인사이트 역시 매우 탁월했죠.


문제는 '내가 해봐서 아는데'가 입에 붙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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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그렇다고 치고.


이분 자신감에 차서 어느날 수산물 수입 업체에 대한 대출 50억을 요청했고 제가 담당 심사역으로 배정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업체 실적이 엉망이더군요. 당연히 부결 통지 했더니 이분 하는 말.


'내가 아는데 이런 업체들은 실적 변동성이 심해. 지금 나온 자료만 보면 안돼. 초보들이나 하는 짓이야'라고 말씀하시더군요. (참고로 저는 반말하는 사람이 너무 싫음)


지점장님 말이 맞긴 하나 3년 연속 실적이 깨져 있는 건 너무 한거 아니냐고 반문했습니다.


그랬더니 하는 말.


'이제 올라갈 일만 남았어요. 조금 기다려봐요. 중간 재무제표 구해서 보내줄께.'


다만 해당 기업은 상장업체가 아니어서 분기 공시가 의무가 아니었다는 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간 재무제표를 가지고 오셨더군요.


기한 건 지난 3년간 영업적자 20억씩 내던 업체가 반기 영업이익 10억으로, 극적인 턴어라운드를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해외에서 물고기가 많이 잡혔다'라고 이야기 하며, '내말이 맞제?'라고 의기양양하던 그분 모습이 지금도 잊혀지지가 않네요. (이런분이 임원 후보였다니...)


다른 심사역들처럼 저도 그냥 '매출액 늘었나보다',

혹은 '영업이익 턴어라운드 했구나', 혹은 '물고기가 많이 잡혔나 보다' 생각하고 승인장이 나올줄 알았었나 봅니다.


그런데 이분이 한 가장 결정적인 실수는 '본인'만 알고 '상대방인 저'를 잘 몰랐다는 겁니다.


당연히 남들 다 보는 손익계산서 따위로 심사하지 않는 저는 그때부터 재무제표를 뜯어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꽤 집요했던것 같네요.


집에까지 자료를 싸들고 와서 날이 샐 때까지 10년치 재무제표를 분석했으니 말 다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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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상한 점이 하나 보이더군요.


가만보니 기말재고가 엄청나게 증가해 있더군요. 전년도와 비교해봐도 거의 2배 가까이 증가.


다들 아시겠지만 기말재고의 증가는 매출원가의 감소를 가져오게 되죠. 이건 중급회계 1편에 나와 있습니다. (매출원가 = 기초재고 + 당기매입 - 기말재고)


그래서 전년도와 이번년도 같은 기간에 해당되는 수입신고필증을 요청했습니다.


왜 이렇게 재고가 늘었는지 보고 싶다고 하면서요.


갑자기 업체에서 당황하기 시작하더군요.


겨우 건네받은 수입신고필증에는 전년과 다름없는 수입물량이 적혀 있었습니다.


물론 단가가 올랐을수도 있지만 확인해 본 결과 그것도 아니었죠.


여기까지 왔다면 체크해야 하는 포인트는 그 기말재고가 실제로 존재하는 건가에 대해 의문을 가져야 한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저는 확신했습니다.


해당 재고는 가공의 것일거라고요. 왜냐?해당 업체의 중간 재무제표에는 그 흔한 법인 인감 하나 찍혀 있지 않았거든요.


따라서 재무제표를 신뢰할 수 없다 말했고 기말재고 상승에 따른 영업이익 턴어라운드라는 점을 지적하자, 이번엔 지점장이 갑자기 화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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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더 궁금한 것은 고객과의 미팅 자리에서 이야기 하라고 말하면서 자리를 박차고 나가시더군요.


여기서 끝냈어야 했습니다.


그랬다면 이 지점장님 망신은 당하지 않으셨을텐데.


고객과의 미팅날.


저는 S 지점장과 고객을 자리에 앉혀두고 해당 업체의 지난 10년간 매출 추이와 재고자산 증감과의 관계를 시계열로 분석했습니다. (제가 말했죠? 자료 집에 가져가서 날 샜다고) 그러면서 이야기 했습니다.


'지금 제출한 중간 재무보고는 업체에서 분식회계를 한 것이라고 판단됩니다.


만약 동의하지 않으면 회계법인 인감이 날인된 정식 보고서를 제출해 주십시오.


해당 보고서가 날인된 후 재고자산 현장 실사는 직접 할 수 있게 협조해주세요. 만약 재고자산 실사 후에도 문제가 없다면 대출 심사를 다시 진행하겠습니다.'


위 요청사항에 대해 제대로 된 답변 어떤 것도 내놓지 못했던 거래처 재무담당 이사는 얼굴이 벌개져서 돌아갔고, S 지점장은 나가서 줄담배를 피면서 저에게 한마디 하더군요.


'이 심사역 준비 많이 했네요. 그런데 굳이 거기까지 물어봐야 할 필요가 있었을까 싶네요.' (이때는 존대말로 돌아옴)


이후 스토리...


해당 업체에 대한 여신 신청은 당연히 부결 통지했습니다.


상황이 궁금해서 뒤를 캐보니 6개월 뒤 (정확히는 9개월 뒤) 재무실적을 발표했더군요.


회계법인 인감이 날인된 결산보고서에는 중간 재무보고에 보이던 그 많던 재고자산은 역시나 어디로 갔는지 하나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다만 영업적자는 전해에 비해 조금 줄긴 했지만 여전히 10억을 상회하더군요.


다행히 업체가 망하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결국 버티지 못하고 서울 요지에 있는 사옥까지 이듬해에 매각하고 살아남기 위해 아둥바둥 거리는 걸 봐야 했습니다.


여기까지 술자리에서 이야기 하면 팬클럽 후배들이 물어보는 한 사람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지점장님은 어떻게 되었는가.


슬프게도 그분이 취급했던 다른 대출이 크게 연체되어서 은행에 손실을 무지막지하게 끼쳤다고 합니다.


그래서 자기 동기들 명예퇴직금 많이 받고 나갈때 한푼도 못받고 임금피크대상자로 선정되었다고 합니다.


지금도 본인이 집행한 대출을 사후관리하고 있다는 슬픈 사연이 전해지고 있습니딘.


뭐 남의 불행은 관심이 없으니 그분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까지로 하겠습니다.


정리합니다.


오늘의 교훈.


사실 기말 재고자산이 증가하면 매출원가가 감소한다는 것, 글로 배울 때는 정말 난이도가 낮은 하급 지식이라고 생각해요.


다만 이것을 실제 심사사례에서 어떻게 적용하느냐.


이건 또다른 문제인 것 같습니다.


원론적인 이야기만 하는 '헛똑똑이'가 되지 않으려면, 이런 연습을 실제 필드에서 계속해서 해야 합니다.


지금도 불철주야 매출액과 당기순이익의 굴레에 빠져 있는 분들에게 경각심을 일으키자는 의미에서 오래된 사례를 꺼내봤습니다.


많은 분들에게 도움이 되는 사례이기를 바라며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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