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는 중요합니다 Part 3

허베이 스피리트호의 침몰

by 고니파더

심사에 있어 인터뷰와 기업실사의 중요성에 대한 글을 쓰고 있습니다.


대망의 마지막 입니다.


기존 글들을 통해 경락자금대출의 경우, 인수 사업장 실사와 차주의 사업장 방문을 통해 신규 사업 리스크에 대한 Hedge, 그리고 상환능력에 대한 의문을 풀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자기자금 조달에 대한 의문은 풀리기 전이라 사장님에게 솔직하게 질문했습니다.


"잔금을 납부할 10억은 아직 증빙이 안되었습니다."


무슨 말 하려는지 알겠다는 듯 미소를 지으던 사장님이 외투에서 꺼내서 내민 것은 종이 2장이었는데요.


가만히 보니 본인 이름이 아닌 여성 이름으로 된 잔액조회표 하나, (배우자로 추정) 가족으로 추정되는 (?) 사람의 통장 사본이었습니다.


종이에 있는 금액을 계산해 보니 제가 원한 금액의 50%는 넘어가고 있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해당 사업장에 있는 금고였는데, 자세히 말할 수는 없지만 어마어마한 현금 뭉치를 만날 수 있었죠. (부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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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자금을 어떻게 마련했지?'


문득 궁금해지더군요.


자기자금이 있는 건 확인이 되었는데 혹시나 불온한 방법으로 (ex-도박 혹은 사채업) 해당 자금을 마련한 것이라면,


이건 또 다른 문제의 시작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확인이 필요 했습니다.


어떻게 요청할까 고민하다가 이런 순간에는 그냥 정공법이 좋다고 생각해서 정중하게, 하지만 대놓고 물어봤습니다.


"양식장 낚시터 현금매출은 알겠습니다. 하지만 사업을 통해서만 마련했다고는 보기 힘듭니다. 혹시 상속 받으신건가요? 궁금합니다. 사장님"


돈을 보여줬는데도 또 궁금한게 있냐고 핀잔을 주던 사장님이었지만, 그래도 친절하게 자기자금 조달 History에 대한 이야기를 상세히 해주셨습니다.


이분의 자기자금 조달은 한국의 해양사고 역사와 함께하는데요. (거창하죠?)


돌아가는 이야기 같지만 사실이었습니다. 관련된 기사를 아래에 첨부합니다.


2007-2008 한국, 기름유출사고 (naver.com)


2007-2008 한국, 기름유출사고

2007년 12월 7일 오전 7시 6분, 충남 태안군 만리포해수욕장 앞바다 에서 삼성중공업 해상 크레인과 유조선 허베이 스피리트호가 충돌했다. 12,000여 킬로리터의 원유가 유출됐다.

terms.naver.com


기사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삼성중공업은 2007년, 태안 앞바다에서 큰 사고를 칩니다.


이것이 그 유명한 '서해안 허베이 스프리트 호 기름유출 사고' 인데요.


처음엔 기업 이미지 타격을 위해 사고 책임에 대해 소극적으로 방어하다가, 나중에 어민들이 생계 위협을 받아 자살을 하는 등 극악의 이벤트가 발생하자 본인들의 귀책 사유에 대해 인정하기 시작합니다.


관련해서 조성된 배상금이 무려 3,600억 수준.


그런데 문제는 따로 있었습니다. (여기서부터는 전해 들은 이야기)


어업인들에게 해당 배상금을 지급해야 할 허베이조합과 재단법인 서해안연합회에서 자금 집행을 가지고 서로 싸움을 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너도 나도 해당 자금에 손을 대려고 하자, 결국 '실제 피해를 당한 어업인들에게 피해를 당했다는 증빙을 문서로 제시하세요' 라는 말도 안되는 조건을 내세우기 시작합니다.


참고로 그 당시 태안 일대에는 맨손어업으로 생계를 유지하시던 분들도 많았다고 하는데요.


그분들이 '나도 어업인이오' 혹은 '기름 유출전에는 바지락을 이만큼 캤는데, 지금은 이만큼 캡니다. 나 죽겠습니다' 라는 걸 문서로 증빙하라는 일이 벌어진 겁니다.


이렇게 되자 증빙을 못하는 피해액만 쌓이게 됩니다.


예산은 받아놨는데 집행률이 떨어지는 극악의 모습을 보여주자, 안되겠다고 생각했는지 보상 위원들이 오히려 양식장 피해 어민들에게 접근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참고로 아래 기사를 보시면 양식장에서는 보통 30% 정도가 자연적으로 폐사를 한다고 하는데요.


제주녹색환경지원센터 (jgec.kr)

제주녹색환경지원센터

구분 : 기술개발 연구책임자 : 강건희 소속 : 영산홍어(주) 연구기간 : 2012.5.-12. 연구비 : 30,000,000 연구년도 : 2012 요약문 : 강건희.hwp 연구목적 제주도내 어류 양식장에서 생산되는 해산어 중 대표종인 넙치의 생산량은 2010년 기준으로 21,370톤(통계청)으로 우리나라 전체 생산량의 52%를 차지하고 있는데 이들 양식장에서는 매년 자연적 사고, 어병, 재해 등으로 평균 30% 정도 폐사어가 발생되고 있으며 제주도내 넙치 양식장의 경우 약 250여 곳에서 년간 약 6천톤 정도의 폐사어가 발생되고 ...

www.jgec.kr


이 양식장들은 일단 등록이 되어 있어 어업인이라는 것의 증빙이 쉽게 가능하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또한 자연적으로 폐사한 물고기들은 기름 유출 사고의 피해자로 그려지는, 아주 그럴싸한 그림이 만들어지기 시작한 것이죠.


결국 해당 차주분의 자기자금은 이 배상금과 연관된 (?)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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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분도 기름 유출의 피해가 없진 않았겠지요.


다만 관련 피해 배상금이 제대로 쓰이지 않았다니 참으로 허탈하기도 하고 조금 씁쓸하기도 했던 결말이죠?


일의 결과는 뒤로 하더라도 제가 의문을 가졌던 것들이 기업실사와 현장 인터뷰를 통해 하나하나 제대로 해결되는 걸 느끼게 된 계기로, 지금도 강렬하게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요즘에는 술자리 안주거리로 후배들에게 이 이야기를 자주 해주고 있는데요. (이 친구들이 이런 이야기를 상당히 좋아합니다.)


국 승인을 받은 사장님은 여전히 우럭 양식장을 하고 계신지 사뭇 궁금해지는 오늘입니다.


이 건 이후 신규 및 증액의 경우에는 인터뷰를 가지 않고 업무를 처리한 적은 거의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만큼 거래 상대방을 직접 만나는 것에 큰 가치를 두게 된 것이죠.


생각해보세요.


제가 이 현장을 가지 않았더라면 양식장 낚시터의 현금 매출과 유류피해자금을 통한 자기자금마련의 히스토리에 대해 어떻게 알 수 있었겠습니까.


이제 긴 이야기를 마무리 합니다.


사실 업무상 거래상대방을 만난다는 것은 부담이 많이 가는 일이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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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회사를 대표한다는 마음으로 해당 자리에 참석한다고 생각하면 인터뷰 준비 역시 절대로 소홀히 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인지 저는 심사의견서 못 쓰는 심사역보다, 인터뷰 준비가 제대로 안되어 있는 심사역들을 많이 다그쳤던 것 같네요. (미안하다. 애들아)


그 친구들에게는 미안한 마음이지만 진심이 전달되었다면 그걸로 족합니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다른 글로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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