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회계처리하는 경우도 있구나'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는데, 개인사업체나 중소기업의 경우에는 종종 발견될 수 있을 것 같아 이번 기회에 정리해 두기로 합니다.
참고로 회계정책의 변경과 (재고자산 평가의 방법 - 선입선출법이나 가중평균법의 적용) 오류수정은 소급법을 적용하고, 회계추정의 변경은 (감가상각방법의 변경) 전진법을 적용합니다.
잘 모르시는 분들은 이 글을 읽기 전에 CPA 나 세무사 중급회계 강의를 반드시 듣고 나서 이 글을 읽는 것을 추천합니다.
예를 들어 설명을 해봅니다.
여기 A라는 업체가 있습니다.
외국 유학파 CEO 를 둔 이 업체는 삼성이나 LG 주력 제품의 성질을 측정하는 기초제품을 (일종의 테스트기) 납품하고 있습니다. (정확한 상품명은 고객정보를 위해 생략) 타행에 주력 건물을 담보로 제공하고 오랜기간 거래해왔는데, 이번 기회에 당행과 거래하고자 하는 상황입니다.
제공되는 담보가치를 감안 시 신용대출 비중은 전체 여신금액 25억 수준에 10% 미만입니다.
다른 건들과 비교해 봤을때 신용리스크는 부담스럽지 않은 수준. 말 그대로 왠만하면 승인해도 괜찮은 상황이라는 뜻.
참고로 최근 3개년 동사 영업이익은 약 300백만원 수준이었습니다.
금융비용은 평균 170백만원으로 이자보상배수도 나쁘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가만히 살펴보니 재미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총자본이 매년 감소하고 있다는 것이죠. 매년 감소하는 금액은 200백만원 수준이었습니다.
처음에 이 재무제표를 보고도 담보가치에 매몰되어 별다른 생각이 없었던 후배 심사역에게 이야기했습니다.
왜 총자본이 변경되는지 그 사유를 확인해 보라고 말이죠.
처음에는 배당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배당을 하지 않았다고 하더군요.
다음으로 과거 세무조사를 받아서 우발부채로 계상해 놨던 것이 확정부채로 변경된 건 아닌지 확인해보라고 지시했습니다.
이 경우 일시 손실 인식으로 자본이 감소하는 경우도 있죠.
그런데 역시 아니라고 했습니다.
점차 자본의 변경사유가 궁금했고 세무조정계산서를 받아보라고 지시했고 저는 퇴근했습니다.
다음날인가.
혼자 끙끙거리며 이유를 찾으려고 노력하던 후배 심사역.
결국 그 원인을 알게 되었고 실소를 금할 수 없었습니다.
결론적으로는 회사가 계상했던 무형자산의 상각이 큰 문제였는데, 상각이 가능한 무형자산임에도 이들은 상각하지 않았고 회계 감사 과정에서 그 부분이 지적되었다는 거였습니다.
10년의 내용연수를 감안 시 매년 감가상각비는 약 200백만원 수준이었는데, 문제는 감가상각비를 감안했다면 이들의 영업이익은 이자비용을 커버하지 못하는 수준이었다는 점입니다.
담보가 아무리 좋아도, 신용포지션이 아무리 적어도, 상환력이 뒷받침 되지 않는 차주는 문제덩어리라는 거. 강조 안해도 다들 아실겁니다.
더 큰 문제는 업체 면담 자리에 이 문제를 제시했는데, 대처하는 경영진의 자세가 가관이었다는 점입니다.
큰 문제가 아닌데 왜 그리 민감하게 반응하냐는 식.
정말 이런 업체에 여신을 지원하고 맘 편히 두발 뻗고 지낼 수 있겠냐는 걱정이 들었기 때문이죠.
그 뒤로는 더이상 이 업체의 재무제표 숫자는 단 하나도 믿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신뢰는 깨져버렸습니다.
실제 심사 과정에서 의사결정을 하는데 이게 가장 큰 요인이 됩니다.
결국 거래에 있어서 기본이 안되어 있는 업체라는 걸 알게 되었기 때문이죠.
결론적으로 미련없이 부결을 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부결하고 나서도 너무 잘했다 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 사례로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사례를 정리하면서...
교과서에서 들었던 회계 지식을 실무에서 접하기는 쉽지 않은데, 좋은 사례였다고 생각합니다.
저에게도 자극이 되는 이벤트 혹은 헤프닝 이었다고나 할까.
더불어 선배의 지적을 잔소리로 생각하지 않고 꼼꼼하게 일처리한 후배 심사역의 역할도 빼놓을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