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딜을 보는 눈
OCI 보고서를 작성하다 과거에 알고 있던, 눈에 띄는 이름을 다시금 발견했습니다.
'SGC에너지 대표 이복영', '유니드 이화영 대표'.
참고로 이 둘은 OCI 회장인 이우현 회장의 숙부입니다.
계열사 지배구조 정리한 OCI…계열분리·친족 지분 정리 나설까 < 중화학 < 산업 < 기사본문 - 중소기업신문
그냥 숙부가 아닌 두 분 지분을 합하면 이우현 회장의 지분 두 배를 보유하고 있는 최대주주이기도 하죠.
제목은 '사돈의 팔촌'이고 'OCI'이야기하다가 왜 갑자기 SGC에너지와 유니드냐?라고 시비 거실 분들이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야기하고 싶은 건 기업 분석할 때는 주요 주주와의 관계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것.
물론 여러분들이 좋아하는 신용평가보고서에는 이런 자료들은 나오지 않습니다.
또 친족관계가 있다고 하더라도 OCI가 반드시 유니드와 SGC에너지를 도와줄 거라고 당연히 믿어서도 안되겠죠.
하지만 일정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영향력'있는 주주가 있다면 그들과의 관계, 즉 A기업과 B기업이 어떤 역학관계로 연결되어 있는지 확실히 알고 심사를 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현 시점 가장 잘나가는 OCI 심사를 할 때 유니드나 SCG 에너지를 떠올리는 분들은 없겠지만, 반대의 경우라면 OCI의 지원 가능성도 어느 정도 신용 분석에 반영해야 하지 않을까 라고 저는 생각해요.
이와 관련 일화가 하나 떠오릅니다.
과거 삼표 시멘트의 성수동 브릿지론을 담당하던 후배 심사역이 고민이 많아 보이더군요.
땅값만 외치는 차주사 및 프런트와 갈등이 점점 심해지고 있었던 시점이었습니다.
국가 기간산업 중 하나라 삼표시멘트가 망할 리는 없겠지만, 문제는 사업 시행을 담당하는 회사 자체는 재무적으로 좋아 보이는 회사가 아니었어요.
이리저리 재무융통성에 대해 고민하면서 투심위 통과가 될 수 있을까 고민하길래 한마디 해줬습니다.
"브리핑할 때 마지막에 킬포로 현대자동차를 엮어봐요!"
"현대차요?"
"재무적 파트너로 나설 수 있다고 이야기해요. 아래 기사 가지고 가고!"
[핀셋+] [삼표] 현대차그룹과 여전히 끈끈 - 딜사이트
그렇습니다.
심사역이 '이럴 것입니다'라고 이야기하면 '네가 무슨 근거로 그렇게 말을 하냐!'라고 꾸짖는 분들도,
추정으로 가득하지만 그래도 신문기사 하나 가지고 가면 '아!~그런 이야기가 있었어?'라고 고개를 끄덕이기 때문이죠.

제 논리 구조는 이랬습니다.
이미 현대제철에서 싼 가격에 해당 부지를 넘겨받은 삼표라면, 공사가 중단에 엎어진다 하더라도 뒷짐 지고 있을 현대차그룹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이죠.
왜냐?
장인어른이 500억짜리 아파트 공사를 무리하게 추진 중입니다.
그런데 공사비가 조금 부족해지고 처가의 돈이 점점 떨어집니다.
그런데 사위 개인 재산이 자그마치 4조.
너라면 이 상황에서 '안 도와주겠나?'는 것이 저의 논리.
현대제철은 왜 성수동 ‘금싸라기 땅’을 삼표에 넘겼나 < 경제 < 기사본문 - 시사저널
물론 장인어른과 사위가 원수지간이라면 모른 척하겠지만 그런 것 같지도 않았습니다.
심사역 입장에서는 명확하지 않아서 하기 싫은 대출이었겠지만 당시 평균 금리를 3~4% 웃도는 수익률은 무시할 수 없었죠.
결국 심사를 진행했고 이슈는 조금 있었지만 디폴트 없이 무사히 마무리된 딜로 기억됩니다.
재벌 자산이 GDP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우리나라 현 상황을 감안했을 때,
주주 구성을 통해 '그들만의 리그'를 파악하는 것도, 또 그를 통해 친족의 '재무융통성'을 찾아내는 것도 심사의 중요한 한 축이라 생각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써 봤습니다.
그나저나 과거 보험회사에서 근무할때 SGC에너지의 한국전력 매출채권 담보 유동화 심사를 했던 기억이 떠오르네요.
비록 우발채무에 허덕이던 '이테크 건설'이라는 폭탄이 있긴 했지만 '금리와 채권보전에서 이만한 딜이 없다!'는 생각으로 심사하고 승인했던 건인데,
역시나 신용등급이 변변치 않다는 이유로 미들에서 승인한 심사건을 거절한 프런트.
당시에 SGC에너지와 OCI의 관계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지만 더 이상 이야기하지 않았습니다.
(심사부가 승인했는데 프런트가 딜을 거절하는 구조가 이상하죠? 세상에는 이해가 되지 않는 일들도 많습니다.)
그러고 보면 좋은 딜은 생각보다 많은 것 같습니다. 다만 좋은 딜을 보는 눈이 부족할 뿐.
오늘은 여기까지!
https://core.asiae.co.kr/article/20240314164215619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