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대출과 CLO, 그리고 마이크 타이슨

사모대출시장은 괜찮을까?

by 고니파더

간만에 사모대출시장에 대한 신선한 기사가 눈에 띄어 소개합니다.


관련 기사는 아래 첨부


https://www.wowtv.co.kr/NewsCenter/News/Read?articleId=2025052051541

오랜기간 금융 사이드에 있다 보니 새삼 느낍니다.


너도 나도 '이 상품 좋다'는 이야기를 할 때 '해당 리스크는 점검하고 가야 한다'라는 의견 보기가 드물다는 걸 말이죠.

https://news.einfomax.co.kr/news/articleView.html?idxno=4338017

그렇기 때문에 비판하는 기사나 의견이 나오면 더욱 소중하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언론 보도는 주구장창 사모대출 시장에 대해 좋은 이야기만 들려왔던 것 같은데, (저 역시 과거 블로그에서 긍정적인 이야기를 했었습니다만) 이렇게 제대로 핵심을 파악하는 기사는 오랜만인 것 같습니다.


https://blog.naver.com/dulri0000/223245570784?trackingCode=blog_bloghome_searchlist

그래서 더 눈길이 갔는지도 모르겠네요.


오늘은 이와 관련된 일화입니다.


과거 보험사에서 근무할 때 사모대출과 관련 있는 CLO 투자를 검토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1~2번 검토하고 심사 단계에서 Drop 하다 결국 높은 분의 성화에 겨우 구색 맞춰서 승인을 냈던 기억이 있죠.


당시는 CDO, CBO로 큰 손실을 본 경험이 있어서 파생관련상품에 대한 신규 투자는 극도로 자제하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CLO를 검토하게 된 계기는 위에서 내려온 지시 때문이었습니다.


아래는 당시 담당 임원과의 대화 내용.


"CDO, CBO에 대한 손실이 꽤 많았습니다. 과거의 이야기지만 이후로 관련 상품 투자에 대한 검토는 극도로 자제하는 분위기입니다."


"그거야 나도 알고 있고 글로벌 위기에서 어쩔 수 없는 거였잖아."


"그래도 저희 기준에서는 꽤 큰 손실이었습니다."


"글쎄 그건 나도 아는데, CLO는 CDO,CBO랑 다르다고 하니까 일단 해외 Broker 만나보고 결정하는 게 어떨까? 글로벌 기관에서도 확대하고 있는 분위기고."


"..."


당시 윗분 소개로 억지로 만나본 외국계 Broker 논리는 아래와 같았습니다.


1) 사모대출 시장이 새로운 금융 상품으로 확장되고 있다,


2) 이와 연관된 CLO 시장 역시 성장하고 있다,


3) 높은 금리 대비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기대할 수 있다


위 세 가지로 정리.


1)번과 2)번은 이해가 갔는데, 도무지 3)번은 납득하기 힘들더군요.


'High Risk High Return'의 기본 공식을 깨뜨릴 만한, '내가 모르는 마법이 있는 건가?' 라는 의문점만 들었을 뿐이죠.

sticker sticker

외국계 사모대출 Player와 중개 업무를 담당하는 국내 사무소의 이야기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굉장히 다양하고 많은 사모대출 시장의 중소기업 여신들을 Pooling 하기 때문에 연체율이 낮습니다. 추가로 후순위 Equity로 10~20%를 주간사에서 받치고 있기 때문에 높은 신용등급을 받을 수도 있고, 회수율도 좋습니다."


이 말을 듣고 제가 들었던 의문은 두 가지였습니다.


첫 번째로는 '사모대출 운영자로서 양호한 자산을 왜 굳이 Book-off 시키는가?'


두 번째로는 '다양하고 많은 사모대출 시장 대출들 간의 상관관계, 즉 부도율과 섹터별 비중은 어떠한가?'


위에 언급한 질문에 대한 답이 궁금해서 관련 자료를 요청했습니다.


그러자 Broker는 당황하기 시작하더군요.

sticker sticker

왜냐하면 국내 다른 기관들에서는 트랜치별 신용등급과 금리만 물어보고 투자했는데, 갑자기 이상한 걸 물어보니 대응이 힘들었나 봅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딜 클로징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빨리 서둘러야 한다'는 말만 하더군요.


그래서 '만약 우리가 많은 자료를 요청해서 좋은 기회를 놓치면 그것은 우리의 무능력에 따른 기회비용이라 생각하겠다'고 답변했죠.


그렇게 끝까지 우겨서 자료를 받아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정말 다양한 섹터의 중소기업 여신을 취급한다고 이야기 했는데, 기초 자산인 사모대출의 차입자 중 바이오 섹터의 비중이 60%가 넘더군요.


더군다나 기초 자산 금리가 두 자리 이상 되는 물건의 비중도 꽤 높았습니다.


자료를 정리해서 브로커에게 이야기를 했습니다.


"사모 성장세는 이해하나, CLO의 구조 상 장점, 다양한 섹터를 구성해서 자산 간 부도 상관관계를 낮추는 것이 이 상품의 기본인데, 해당 CLO 딜에서의 섹터별 집중도가 너무 높다."


표정이 일그러진 브로커는 그렇게 자료를 챙겨서 돌아갔고, 얼마 뒤 높은 분의 호출을 받았습니다.


부결 통지를 받은 날, 곧바로 해당 임원에게 전화를 했나 보더군요.


'앞으로 당신 회사하고는 거래 같이 못할 것 같다'고 말이죠.


그 건으로 인해 저는 흔히 말해서 윗분에게 제대로 "찍혔"습니다.


물론 그런 단순한 이유로 회사를 떠난 것은 아니었지만 당연히 기분이 좋지는 않았어요.


이후 타 부서 팀장님과 저녁 자리에서 우연히, '해당 브로커가 제가 보고했던 임원의 고등학교 직속 후배였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정말 그때 그 딜을 취급하지 않아서 '다행이다' 라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되었죠.

sticker sticker

...


정리하겠습니다.


간접 조달 시장의 큰 축인 은행은 전통적으로 너무 보수적입니다.


첫 거래에서는 무조건 담보를 가져오라고 하고 담보가 없으면 무조건 신용등급을 보여달라고 하죠.


그렇다고 직접 조달인 회사채 시장은 미 매각의 위험과 많은 준비로 인해 중소기업으로서는 넘기 힘든 허들이 있습니다.


이런 환경하에서 최근 2~3년, 그 중간을 사모대출 시장이 잘 파고 들어서 큰 성장세를 이룬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모든 일이 그렇듯이 이 시장도 밝은 면만 있는 건 아니죠.


특히 사모대출이 기초자산의 대부분이 CLO에 대한 투자가 끊임없이 밀려오는 지금,


위에 소개한 기사처럼 관련 리스크를 다시금 점검해야 하는 순간이 어쩌면 지금이 아닌가 싶습니다.


왜냐하면 누구나 좋은 이야기를 할 때가 진짜 위기의 시작일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글을 마치며 갑자기 마이크 타이슨의 격언이 떠오르는 하루입니다.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 쳐 맞기 전에는...Everybody has a plan until they get hit. - 마이크 타이슨"

keyword
이전 04화좋아하는 기업들의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