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꽃 피는 봄에 놀러와유

-나이가 들면 왜 꽃이 좋아지는 걸까?

by 봄비

나의 이야기책 다섯 번째 이야기


4월 16일 여섯 번째 모임

우리 마을 할머니들은 꽃을 좋아하신다. 작년에 마을 소풍을 태안 튤립축제에 다녀왔는데 할머니들이 꽃 모종을 한두 개씩 사가지고 오셨다. 이름도 모를 꽃들을 사가지고 마당 한 귀퉁이에 곱게 심으셨겠지?

우리 마을엔 봄이면 수선화, 매화, 벚꽃, 제비꽃, 매발톱, 연산홍, 작약, 붓꽃, 황매화 등의 꽃들이 우리 마을 곳곳에 핀다. 우리 마을은 추워서 그런지 수국은 잘 죽는다. 그나마 라임라이트는 피는데 엔드리스 섬머는 실내에서는 피지만 야외에서는 잘 피지 못한다.

이 모임을 처음 시작할 때 할머니들이 자신을 꽃으로 여겼으면 했다.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나는 암것도 못햐" "나는 바보여"라는 말씀을 자주 하셨는데 요즘엔 꽤나 자신감을 얻어서 아직도 잘 못한다고 엄살은 하지만 한번 시작하면 뚝딱이다. 입에서 나오는 말들이 바로 시가 된다. 그림도 어찌나 잘 그리시는지... 할머니들 자체가 꽃이어서 '나의 이야기책' 모임 주제가도 '예쁘지 않은 꽃은 없다'이다. 만날 때마다 이 동요를 부르곤 하는데 아직 할머니들에게 익숙하지는 않은 듯하다.

KakaoTalk_20250402_224635973_01.jpg

우리 모임의 최연소 참가자이신 70세 송명O 아줌마의 시다. 꽃만 바라봐도 가슴이 몽글몽글해지고, 눈물이 난다고 하신다. 마음에 슬픔이 가득차 있으신데 모임에 오셔서 조금씩 슬픔을 덜어내고 있다.

KakaoTalk_20250507_233819639_04.jpg

박O순 아줌마의 자화상이다. 실제로 초록바지를 입고 다니시던 멋쟁이 아줌마다. 한동안 우울증으로 누워 계셨는데 이야기책 모임을 하면서 개그맨이 되셨다. 우리 모임의 분위기를 살리신다.

KakaoTalk_20250507_233819639_05.jpg

팔순이 넘으신 권영O 할머니의 자화상이다. 할머니는 그림을 참 잘 그리신다. 수채화 물감도 잘 다루셔서 물을 적당히 잘 섞어 색칠하신다. 지금은 마르셨는데 젊었을 적엔 꽤 통통하셨다고 하신다.

매주 할머니들과 아줌마들의 글솜씨와 그림솜씨에 깜짝깜짝 놀란다. 이렇게 잘 쓰신다고? 이렇게 잘 그리신다고? 모쪼록 이 모임을 통해 할머니들과 아줌마들이 자신의 재능을 새로이 발견하고, 글과 그림을 잘 엮어 '나의 이야기책' 한 권으로 세상에 나오길 바란다.

keyword
수요일 연재
이전 04화처음 써보는 엄마 이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