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네가 좋아. 아무것도 기대할 수 없게 만드는 그 냉정함 말이야. 그게 너무 편해. 너하고는 뭐가 잘못되더라도 어쩐지 내 잘못은 아닐 것 같은 느낌이 들거든.”
-은희경, 타인에게 말 걸기 중에서.
그녀는 모든 사람에게 진심이었습니다.
그 마음을 가지고 장난하고, 이용하는 사람들을 보며 차라리 안심했을지도 모릅니다.
보인 진심에 진정으로 다가온다면 그것보다 그녀를 더 난처하게 하는 건 없을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그런 상황에서는 모든 잘못의 원인을 자신에게서 찾아야 하니까요.
진심을 다하는 타인에게 잘못을 찾는 일 따위는 차마 하지 못할 사람이니까요.
그래서 진실되게 돌아오지 않을 타인에게만 말을 거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녀도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던 사실 하나가 있습니다.
자신이 누군가에게 진심으로 대했다면, 상대방도 진심으로 대할 수밖에 없다는 걸 말입니다.
어쩌면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진심일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해봅니다. 다만 진심을 마주할 용기가 없을 뿐이라고, 그래서 삶은 더 심심해지는 거라고.
진심으로 엮이는 순간을 생각합니다.
‘너’를 사랑하는지, 아니면 너를 사랑하는 '나'를 사랑하는지를 말입니다.
'너'를 사랑한다면, 네가 떠난 순간이 참을 수 없을 만큼 ‘나’를 미워하는 시간이겠지만,
너를 사랑하는 '나'를 사랑했다면, 네가 사라진 순간 미치도록 '너'를 미워하게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