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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중 그 밤 0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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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틈새 Jul 02. 2024

나란히 걸어주는 사람

사진: Unsplash의 Anne Nygård


"그랬지. 그런데 이걸 꼭 너한테 주고 싶더라고."

 설레는 말이었다. 나에게 무언가를 주려고 앞을 가로막지도 않고 옆으로 다가와 나란히 걸어주는 사람이라니. 그가 주는 김밥이라면 먹어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 이송현, 『일만 번의 다이빙』중에서.


우리는 의식하지 못한 상태에서조차 타인에게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강요하고 있지 않을까요.

오늘 누군가에게 했던 말들을 떠올려보면, 

부드럽게 말하면 권유였고, 

비즈니스적으로 말하면 제안이었고,

솔직하게 말하면 강요였습니다.

견해를 가진다는 것은 그것에 대해 분명해지는 일이지만(사실 그 명확함조차 오류를 내포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만큼 완고해진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이성복은 그의 시론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시를 쓸 때 우리는 무슨 말을 하려는지 몰라요.

 우리가 이름 붙일 수 없는 것만이 우리를 행복하게 할 수 있어요.

 시는 무지가 주는 기쁨의 약속이에요.'

그래서 시가 좋은가 봅니다. 해석을 강요하지 않으니까요.

 

앞을 가로막지 않고, 

옆으로 다가와 나란히 걸으며,

억지 부리지 않고 차분히 물어봐 주는 사람, 

그런 시시한 사람이 당신 곁엔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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