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으로 남은 시간

by 여운

전날보다는 훨씬 이른 시간에

일정이 끝났고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맑았다.


기다리고 있던 엄마를 챙겨

집으로 돌아가야 했지만,

내 몸에는

에너지가 남아 있지 않았다.


머릿속은 비어 있는 느낌이었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나를 그대로 들어서

내 방으로 옮겨 주면

딱 좋겠다는 생각뿐이었다.



내 방으로 들어와

문을 닫았다.


불은 켜지 않았다.

어둠이 더 편했다.




침대에 몸을 맡기자

의식하지 않아도

숨이 길어졌다.


아무 생각 없이

있고 싶었는데,

정말

아무 생각도 떠오르지 않았다.


머릿속은

정리되지 않은 채로 비어 있었고,

그 공백이

이상하게도

안정적이었다.


이틀 동안

말을 골랐고,

표정을 관리했고,

몸을 세워 두었는데,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


나는

누구에게도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상태로

돌아와 있었다.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이 시간은

아무 이름도 갖지 못하겠지만,

적어도 지금만큼은

아무것도 되지 않아도

괜찮았다.


그날의 나는

조용히

누워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