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이 지났고,
그 사이
나는 아무 일도 없는 사람처럼 지냈다.
아침이 오면
하루는 늘 하던 순서대로 시작됐고,
해야 할 일들이
시간보다 앞서갔다.
넉넉하지 않은 삶에서는
기다림이나 기대 같은 말이
굳이 필요하지 않았다.
나는 그 시간을
특별하게 만들지 않았고,
그저
지나가게 두었다.
발표가 있던 날도
그랬다.
서둘러 확인해야 할 이유는 없다고
스스로에게 말하며
하루를 시작했다.
컴퓨터를 켜는 일도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
인터넷 창을 열고,
주소를 입력하고,
화면이 뜨기를
잠시 기다렸다.
목록은
생각보다 길었고,
스크롤을 내리는 동안
마음은
이상할 만큼 조용했다.
이름을 찾았다.
그리고
거기 있었다.
내 이름이.
그제야
이 시간이
끝났다는 걸
알았다.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사실을
어떻게 꺼내야 할지
잠시
생각했다.
숨을 고르고
조용히 말했다.
합격했다고.
엄마와 여동생은
나와 함께 울었고,
아빠는
아무 말 없이
눈시울만 붉힌 채
잠시
집 밖으로 나가셨다.
그제야
이 일이
나 혼자만의 일이 아니라는 걸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