챙기셨어요? 몸
새로운 습관 ‘아침 루틴’
새벽부터 아내는 부엌에서 아침 준비로 바쁩니다. 알람 소리에 눈이 떠지기는 했지만, 몸은 여전히 이불속에서, 덜 깬 잠 속에서 나올 생각이 없나 봅니다. 자! 이제 몸을 깨워볼까요? 두 다리를 번쩍 허공으로 들어오려 양손으로 두 발을 잡습니다. 발을 잡은 양손을 가슴 쪽으로 당기면서 다리는 천장 쪽으로 쭉 폅니다. 밤새 뻣뻣해진 오금과 햄스트링이 말랑말랑해질 때까지 늘려 펴줍니다.
다음 스텝. 허공으로 팔을 들어 올려 양옆으로 내려놓으며 몸통을 왼쪽으로 이어서 오른쪽으로 비틉니다. "드득" 척주가 조금씩 분절을 시작합니다. 이제 정신이 조금 차려지면 양 팔로 침대 위를 지지하며 엎드립니다. 고양이 자세(Marjaryasana)로 척주 사이사이를 분절시키며 기지개를 켭니다. 15분 정도면 충분합니다. 요즘 아침 루틴 Routine 이 된 침대 위 '기상 체조'를 마무리할 즈음 부엌에선 "달그락달그락" 소박한 반찬과 함께 국물 있는 아침밥이 차려집니다.
"달그락달그락"
제철인 봄나물을 조물조물 무치면서 아내는 이 싱싱한 녀석을 어떤 그릇에 담아내면 좋을까? 함께 생각합니다. 투박한 장독 뚜껑 같은 접시가 있다면 딱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그릇들을 "달그락달그락" 들었다 놨다 하더니 금세 딱 맞는 그릇을 골라 손맛 듬뿍 얹어 거침없이 담아냅니다. 이럴 때는 '장금이’가 따로 없네요.
"지금 안 일어나면 아침밥 없다~"
딸아이에게 한 소리인지 굼뜬 남편에게 한 소리인지, 한 번 더 부르는 소리는 분명 이렇게 부드럽지 않을 거라는 것을 알기에 서둘러야 합니다. 하루 중 가장 소중한 한 끼를 놓칠 수는 없죠. 냉큼 일어나 식탁에 앉아 오늘 메뉴를 확인한 후, 정말 감사한 마음을 담아 아내와 눈을 맞춘 후 국물 한 숟가락을 입안에 밀어 넣습니다. 이때 지켜보는 아내에게 한 마디.
"음~ 좋아!"
"오늘 먹고 싶었던 거야."
"맛있어!"
감탄사 3종 세트와 함께 오늘 아침 평화는 이렇게 찾아옵니다.
몸도 '그릇'
우리 몸도 그릇과 같습니다. 유무형의 수많은 것들이 하루도 빠짐없이 몸 그릇에 차곡차곡 담겨 쌓이기도 하고 담겼다가 지나가기도 합니다. 기름진 한 끼 식사의 영양분이 쌓입니다. 일하면서 받은 스트레스가 쌓이고, 불현듯 떠오른 좋은 아이디어가 담기기도 합니다. 또 일상의 행복이 스미기도 하고, 누군가를 향한 미움의 씨앗이 싹트기도 합니다. 이 모든 게 우리 몸 안에서 모두 이뤄진다니 참 열 일하는 우리 몸입니다.
좋은 것일 수도 그렇지 않은 것일 수도 있는 것들이 몸에 담길 때, 우리의 시선은 어디를 향하고 있을까요? ‘좋은 것?’, ‘좋지 않은 것?’ 대부분은 ‘담기는 것들’에 집중하고 이것들과 맞짱 떠서 이겨보려고 애를 쓰고 있지는 않나요? 지금부터는 이 모든 것들을 고스란히 담아내는 ‘그릇’에 집중해 보았으면 합니다.
타고난 유연성!
아기를 떠올려 볼까요? 이제 겨우 혼자 바닥에 앉아 있을 수 있는 아기가 나른한 햇살과 따뜻한 공기를 들이쉬며 꾸벅꾸벅 졸고 있습니다. 두 다리를 앞으로 쭉 뻗어 앉은 자세로 졸다가 어느 순간 상체가 앞으로 휙 넘어지며 가슴을 허벅지 위에 얹어 놓고 그대로 잠이 듭니다. 지극히 자연스러워 보이는 이 모습에서 저는 아기의 ‘모빌리티 Mobility’ (운동성)를 생각합니다.
아기에게는 자연스럽지만 어른에게는 곡예 같고 묘기 같은 동작! 다음의 경우도 익숙하실 겁니다. 막 걸음마를 시작하고 발바닥의 압력을 즐기며 위태롭게 뛰어다니는 아기는 쉽게 넘어집니다. “철퍼덕!” 하지만 안전하게 넘어집니다. 잘 다치지도 않습니다. 아기에게는 자연스러운 ‘달리고 넘어짐’이 어른에게는 큰 부상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몸이 커지고 성장할수록 우리 몸은 엄마 뱃속에서 가지고 태어난 몸의 ‘모빌리티 Mobility’를 점점 잃어가는 것은 아닐까요? 직장생활을 시작하면서 움직임이 적어지고 앉아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우리 몸은 더 빠른 속도로 ‘타고난 몸’에서 멀어집니다. 자연스러운 노화의 과정으로 여기신다면, 그 생각 때문에 노화의 속도는 더 빨라질 겁니다.
'물그릇'을 생각해 봐요.
‘그릇’ 이야기로 돌아옵니다. 봄나무 무침은 딱 맞는 그릇에 담겨 더 맛깔스럽게 식탁에 올려집니다. 우리 몸도 ‘그릇’이라고 생각하면 그 안에 담기는 것은 아마도 ‘물’ Water과 같을 것 같습니다. 이유가 있습니다. ‘물’은 담기는 그릇에 따라 모양이 바뀌죠? 마찬가지라고 생각했습니다. 우리 몸의 모양에 따라 그 안에 담기는 것들의 생김새가 달라지고 흐름도 달라지거든요.
초등학교
테니스부
라켓을 이용한 운동에는 친숙했지만, 다리로 하는 운동은 정말 답이 없었습니다. 물론 지금도 크게 다르지는 않은 듯합니다. 여느 시골 아이처럼 학창 시절을 보내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운동은 더더욱 멀어질 수밖에 없었죠. 그러다 한 5년 전 즈음 우연한 기회가 왔습니다. 온 가족이 1년 정도 PT와 필라테스를 깊게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우연한 계기가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몸의 변화는 오래가지 않을 수 있지만, 몸을 대하고 운동을 대하는 마음에는 큰 변화가 생겼습니다.
이렇게 바뀐 몸에 대한 생각은 일상의 ‘생활'까지 바꾸었습니다. 늘 내 몸의 상태를 살피고 관찰하며 관심을 갖게 된 거죠. ‘올바른 자세’가 얼마나 중요한 지도 알게 되었습니다. 엑스레이로 근골격을 찍어 내듯, 가끔씩 해부학 책을 참조하면서 몸속을 들여다보는 습관도 생겼습니다.
40대 후반에 우리 ‘몸 그릇’은 중요한 시기를 거칩니다. 잘못된 자세가 계속되면 척주에 이상 증상이 생기고, 어깨가 앞쪽으로 말리며, 골반이 틀어지기 시작합니다. 틀어진 골격에 인대와 근육이 제대로 붙어 있을 리가 없습니다. 사용 안 하는 근육은 짧아져 몸의 가동범위를 좁히고, 통증으로 사용이 줄어든 근육은 쉽게 말라버려 상태를 더 악화시킵니다. 우리 몸을 해치는 습관은 반복되고 몸은 더 불안정한 ‘그릇’이 되어 갑니다. ‘노화’로 여기고 그러려니 받아들이는 것은 ‘삶의 질’을 너무 쉽게 포기하는 것 아닐까요?
‘몸 그릇’을 새로 빚을 수는 없습니다. 잘 관리하고 보살펴야 하는 건 당연합니다. 지금 당장 ‘요가 수업’을 시작하고, ‘필라테스’를 큰돈 들여 배우라는 말씀은 아닙니다. 물론 하면 안 하는 것보다 좋겠죠.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몸 그릇’ 챙기기. 바로 내 몸에 대한 ‘꾸준한 관심’입니다. 매일 아침 몸무게를 재고, 삐져나온 뱃살만 들여다보며 다이어트 결심만 세우는 건 제가 말씀드리는 ‘꾸준한 관심’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끼니마다 좋은 음식을 챙겨 먹으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피로와 스트레스를 관리하는데 최선을 다하는 것이 ‘관심’의 시작입니다. 이렇게 당연한 것이지만 실천은 또 다른 문제인 경우가 많습니다.
주 1회 6km 달리기(퇴근 후 야간)
주말 아침 운동모임 ‘조기운동회’(4월~11월)
주 1회 요가 수업(출근 전 아침)
주 2회 사내 ‘M-gym’(점심시간)
매주 이렇게 모두 챙겨하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회식이나 날씨, 게으름, 감기, 방송 스케줄 등으로 건너뛸 때도 많습니다. 중요한 건 ‘몸 챙김’을 위해 나만의 루틴 Routine을 만드는 것입니다. 하고 싶을 때 하는 운동으로는 중년의 몸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나만의 ‘몸 챙김 루틴’을 꼭 만들어 보시길 권해드립니다.
- 주말작가 씀 -
#시도하지_않으면_확률은_0% 이다
#나만의_이유를_찾아서
#나만의_가치를_찾아서
브런치 블로그(https://brunch.co.kr/@5more-seconds)
인스타그램(https://www.instagram.com/young_rak/)
페이스북(https://www.facebook.com/5moreseconds)
유튜브(https://www.youtube.com/user/3young1)
e-mail(3young@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