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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의 리비도(Libido), 발칙한 오르가즘

사랑할 수 없는 존재의 어쩌면 슬픈 성욕

by 더블윤


때론 미끄럽게
때론 끈적하게
달콤하게 젖어온다

들어간다
비빈다
섞는다

그리고 새로운 생명을 잉태한다

꽃이 바라본 세상은 사랑으로 가득했고
꽃이 바라본 사랑의 모습은 그러했다
그리고 그녀는,
사랑할 수 없는 자신이 몸이 싫었다


매일매일 스스로를 가꿨다
찬란한 색을 갈아입고
달큰한 향을 뿌렸다

홀린 듯 다가오는
매력적인 줄무늬와 날개를 가진 B씨
그의 반짝이는 눈이 그녀의 속을 바라보았다

꽃잎을 벌리며 속삭인다
내게 머물러줘

끈적한 꿀을 찾아 B씨가 안으로 다가온다
그는 달콤한 꽃의 꿀을 탐하며
그녀의 가루와 돌기와 난세포를 자극한다

오므라드는 꽃잎

입에 꿀을 잔뜩 머금은 B씨가
유유히 집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꽃은 이방인의 손길에 젖어,
새로운 생명을 잉태했다

발칙한 꽃의 사랑의 대상은
어쩌면 이방인이었다





스스로 부족함을 느꼈던 시였기에 발행을 철회했던 글입니다. 일부 수정을 거쳐 재 발행 된 글임을 알려드립니다.

외설이 아닌 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이 글이 다가오길 바랍니다.


아래는 비슷한 생각을 통해 이 글의 재발행에 영향을 주신 잡귀채신 작가님의 글입니다.

https://brunch.co.kr/@jabche/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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