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은 축복이지 않을까

꺾이지 않은 소망에 감사하며

by 에스더


요즘 내게 금요일은 신이 자비를 선사하시는 작은 숨구멍 같다.

목요일 막바지까지 참고 달렸던 내 일상도 금요일이 되면 그 작은 구멍으로 '숨'이 들어온다. 깔딱거리던 숨이 내뱉어지며 '이제 좀 살 것 같은' 순간을 맛본다.


중력을 거스르는 그 무거운 발걸음보다 무거운 건 내 안의 불안을 밀어내는 일이다. 내가 숨 쉬며 하고 있는 모든 일상이 '이까짓 것들이 뭐가 될까'하는 의구심과의 싸움이다. 아직까지 나를 꺾지 못하고 있는건 그보다 더 빠른 속도로 내 안에 긍정을 채우고, 불안과 공포를 모른 채 하고 있기 때문일거다. 얼마나 버틸수 있을까?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은 채, 혼자 걷는 느낌은 익숙 하다. 하지만, 익숙해졌다고 그것이 마음의 노동이 아닐 수는 없다. 거스르는 물살에 버티고 서 있는 그 순간은 쉽사리 어떤 성과나 열매를 마주할 수 없기에 버티고 있는 다리의 근육통과 사방으로 튀겨 시야를 가리는 물살을 맞으면 머릿속은 다시 복잡해진다.


이렇게 사는 게 맞나.


마음의 노동은 운동장을 끝없이 뜀박질하거나 무거운 짐을 한없이 옮기는 일만큼 고단하다.


저녁밥을 겨우 차렸다.

설겆이는 하지 못한채 식탁 의자에 앉아 쉬고 있었다. 무언가를 쳐다본다는 것도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걸 처음 알았다. 눈동자 초점하나 어디에 꽂을 기운 조차 없었다. 잠시 멍하니 앉아 있었다.


딸이 다가와 내 얼굴을 살피더니,


"엄마 졸려워?"

"아니, 그냥 좀 피곤해"

"엄마 슬퍼?"

"아니, 그냥 좀 숨 쉬는 중이야"


볼수 있는 힘도 없는 애미가 말을 하면서 정신이 들었다.내가 애미였다는 것을 잠시 잊었었나보다. 정신 차리고 싱크대로 향한다. 그날의 설겆이를 미루지 않음에 내 자신이 기특했다.




어쩌면

이 불안이 축복일 수 있지 않을까?


불안은 날 흔들리게 하지만, 깨어 있게 만들고,

고단함은 나를 지치게 만들지만, 깊어지게 했다.


나는 지금 나의 고통을 직시하고 있고, 그 의미를 끝까지 고민해보고 있다. 불안에 떨고, 공포와 마주하고, 권태로움과 싸우고 있는 이 자비롭지 않은 일상을 무기력감 없이 받아들여본다.


내 마음 가득, 나를 괴롭히는 그 '불안'이라는 것은 어쩌면 여전히 '나는 소망을 버리지 않았다'는 증거 일지 모른다. 왜냐하면,

불안은
꺾인 꿈에는 결코 생기지 않으니깐.


지칠지언정, 멈추지 않고 무언가를 간절히 바라고 있기에, 더 잘하고 싶기에 그것에 도달하지 못할까 두려운것이 아닌가. 그 고단함이 조금 귀찮다고 내 안의 그 불씨를 꺼버리고 싶은가? 그건 아니다. 희망이 없는 자유속에 배회하고 싶지 않다.


아직 살아 있기에 흔들리는 이 '소망'을 정성껏 붙들어 흔들리고 있는 이 '불안'을 ‘축복'이다고 여겨본다. 이런 삶도 은근 중독이 되는 듯하다. 쓰러질 듯 쓰러지지 않고, 내가 뿌려놓은 작은 씨앗들이 어떠한 선을 이어줄때 희열을 느낀다.


잠깐 '숨' 고르고,

잠수를 하듯 월요일로 뛰어들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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