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공부하게 하는 한마디

“아이가 좋아하나요? 책말고, 엄마를요?”

by 에스더


이은경 선생님의 강연을 들은 날이었다.

강연이 끝난 뒤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 한 엄마가 조심스레 손을 들었다.


“아이가 책은 잘 읽어요.

그런데 공부는 도통 안 해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리고 이어진, 이은경 선생님의 질문.

아이가 좋아하나요?


질문한 엄마는 어리둥절하며 되묻는다.

“책이요? 네, 좋아하죠.“

“아니오, 엄마를요.”


그 말에, 그 엄마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 엄마는 아마도

많은 노력 끝에 아이를 책 읽는 아이로 만들었을것이다. 그 과정에는 수많은 다그침과 협박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책만 읽으면 돼. 성적이 잘 나오면 모든 게 해결될 거야.’ 그렇게 믿으며 밀어붙였을 것이다.


그리고 나 또한, 그랬다.


이 힘든 공부를 아이가 끝내 잘 해내기만 하면,

“한 번 잘하게 된 아이는 그 기세를 타고 쭉 해낼 수 있을 거야.” 라고 생각했었다.

그게 나의 위로였고, 희망이었다.

그리고, 내 수고는 거기에서 끝날 것이라는 얕은 속내도 있었다.


하지만 간과했던 것이 있다.

힘든 일은
능력이나 재능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하는 것이라는 걸.


나도 잊고 있었다.

내가 학창 시절 가장 좋은 성적을 냈던 시기는,

부도나고, 남편 없이 아이 둘을 억척스럽게 키워내는 엄마를 기쁘게 하고 싶은 마음으로 공부 했었다는 것을.


엄마를 가장 많이 사랑했던 때,

가장 좋은 결과를 냈었다는 것을.


그걸 깨달은 후,

내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수요일 오후, 고학년이 된 첫째 아이의 하교를 마중 나간 것이었다.


“지금부터 40분은,

엄마는 온전히 너의 것이야. 뭐 할까?”


매주 아이가 하고 싶은 것은

놀랍게도 이것들이었다.


“부루마블 하자.”

“토마토 모종 사러 가자.”

“라면 끓여보고 싶어.”

“엄마랑 낮잠 자고 싶어.”

“카페에서 이야기 하자”


엄마와 하고 싶은게 고작 이거였다니.

이 사소한 것 조차 해주지 않고

공부와 독서만 강요하고 있었다는게 미안했다.


아이는 아무말도 하지 않고

자신에게만 집중해주고 있는 엄마의 시선만으로도 그 시간을 행복하게 몰입하고 있었다.


나같은 행동파, 성과 주의 엄마에게는

너무 느린 시간들이었고, 답답하기 그지 없었지만, 본능적으로 그 시간들이 아이를 크게 하고 있구나를 느꼈다. 아이의 행복한 마음이.


내가 그동안 얼마나 내 마음대로

이 아이의 시간을 통제하고 주도해왔던가.


사소한 것에도 존중 받고, 가장 아끼고 좋아하는 것을 함께 좋아해주는 엄마를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렇게 엄마와의 시간을 사랑하게 된 아이는

비로소 그 힘든 공부도 엄마를 믿고

기꺼이 해주는’ 아이가 되는 것이다.


“공부하는 아이가 되기 위해선 먼저,

엄마를 사랑하는 아이가 되어야 한다는 것.”


독기와 집념이 내는 성과는 너무 연약하지만,

마음 곳곳에 스며들어버린 사랑으로 무장된 아이는 고난 따위는 우스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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