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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울고 있었다

이진우 시 <베이스>

by 따시

“문득 낯선 밤에

이불 밑에서 낮은 진동이 느껴졌다

엄마가 울고 있었다”

이진우 시 <베이스> 부분


엄마는 기둥이었다. 언제 넘어져도 이상하지 않은 불안한 기둥. 그 기둥을 받치고 있는 마지막 남은 굵은 못 하나, 엄마가 울면 그 못이 빠져버릴 것 같았다. 생각해 보면 울지 않고는 살아낼 수 없었을 엄마의 生. 다행히 엄마는 울지 않았다. 엄마가 우는 것을 보지 못한 것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엄마는 내가 태어나기 전, 서른 살. 어린 네 아이와 함께 청상이 되던 그때 생에 남아있는 모든 울음을 한꺼번에 울었는지도 모른다. 더 이상 먹고 살길이 없어 고향마을을 떠나던 날, 키가 껑충한 아이를 업고 병원을 오가던 날, 의탁할 곳 없어 낯선 동네 한 칸 방에 거처를 마련하던 날. 그날들을 어떻게 울지 않고 견뎠을까? 엄마처럼 살기 싫어, 엄마가 했던 행동은 모두 외면하고 살아온 삶. 닮고 싶지 않으면서도 닮아가는 삶이 엄마와 딸의 삶이다. 외면하고 구석으로 몰아넣었던 엄마의 마음이 자꾸만 애달파진다. 막걸리가 좋았던 엄마, 맥주가 좋은 딸. 구운 두부가 좋았던 엄마, 가끔 두부를 굽는 딸. 오래전 내 곁을 떠나간 엄마의 얼굴이 가물거린다. 화장을 하지 않은 민낯으로 거울을 본다. 거기 엄마가 있다. 손톱 끝의 거스러미 같다. 잊고 있다가도 쿡쿡 손가락을 쑤신다. 뜯어내면 피가 난다. 엄마에게 질문하지 못했다. 쑥쑥 크기에 바빠서 엄마의 마음은 괜찮은지 물어볼 겨를이 없었다. 내가 크는데 방해가 되는 엄마가 미웠다. 엄마는 무조건 딸의 삶에 도움만 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어느 때는 엄마가 내 어깨에 올려진 버거운 짐이었다. 그 짐을 내려놓을 방도만 생각했다. 어떤 기억은 세월이 지우지 못한다. 엄마와 딸의 오래된 기억 같은 것. 그중에서도 어리석었던 자기 행동에 관한 것. 엄마와 함께 했던 삶에서 즐거웠던 날들은 묻혀있다. 만약 낯선 밤에 엄마가 우는 것을 목격했다면 어떤 마음이었을까? 흐물거리는 기둥을 부여잡기 위해 나는 더 단단해졌을까. 아니면 흘러내리는 기둥과 함께 나도 무너졌을까. 엄마는 울지 말아야 한다. 딸에게는 우는 것을 들키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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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