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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불안의 심연

by 흰돌

나는 왜 이토록 불안이 높은 걸까. 그 시간 이후로 나는 내 감정과 마주해 보려 내 마음을 계속 들여다보았다.

나는 나의 엄마처럼 원래도 걱정과 불안이 높은 사람이다. 아이를 낳고 나서는 아이를 향한 불안이 더 높아졌다. 교사의 아이니 더 바르게 똑똑하게 키워야 한다는 아무짝에 필요 없는 부담감을 가졌다. 그래서 아이에게 책도 많이 읽어주고 노래도 많이 들려주었다. TV는 해로우니 절대 보여주지 않았다. 하지만 아이의 늦은 발달과 코로나라는 시대 때문에 대부분 집에서 시간을 보냈고 그런 생활이 아이에게 더 악영향을 미친 것 같다. 좀 더 자주 밖에 데려가고 불안을 떨치고 혼자 걷게 내버려 둘걸. 좀 더 많이 이야기해 주고 눈을 많이 마주쳐 줄 걸. 책은 늦게 읽힐걸. 그 어린것이 책을 좋아한다고 책 육아 한답시고 기뻐하던 내 모습이 너무 후회스럽다. 그리고 3살까지 아이를 봐주지 못했다는 것. 복직의 스트레스로 아이에게 화를 냈던 것, 더 거슬러 올라가서는 조산으로 아이를 자연분만 하지 못했고, 모유를 충분히 주지 못했다는 것.


이 모든 나의 불안과 죄책감이 아이를 이렇게 만든 것은 아닐는지.


앞으로는 나의 불안을 좀 내려놓고 좀 더 편한 사람이 되고 싶다. 내 아이의 있는 모습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그저 사랑만 주는 엄마가 되고 싶다. 여전히 너무 똑똑하지만 다른 아이들과는 다른 내 아이 때문에 하루에도 몇 번씩 마음이 오락가락 하지만 말이다. 우리 아이는 정상이야, 아니야 치료를 해주어야 해라고.


내가 이렇게 글을 쓰는 것도 내 감정에 조금 더 솔직해지고 내 마음을 글쓰기로 치유하고 싶어서이다. 누구에게도 속시원히 말하지 못했던 나의 괴로움을 대나무숲에 큰소리로 외치듯이.


그 8월이 올 때까지는 조금은 내 아이에게 더 집중하자. 하지만 집착하지 않고 편하게 당당하게. 어떤 이야기를 듣게 되더라도 동요하지 않고 내 아이를 위해 최선을 다 할 것이다.


아이는 믿는 대로 자란다는 것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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