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가끔씩 체험활동을 간 날에는 선생님께 어김없이 전화가 왔다. 아이가 줄을 서서 같이 가지 못하고 다른 곳으로 혼자 가버린다고. 그리고 인형극이라든지 무서운 느낌이 드는 순간, 충동성을 이기지 못하고 울면서 뛰어가 버린다고 하셨다. 또, 친구들과 잘 어울리기보다 혼자 책을 보거나 하는 시간이 많다고 하셨다.
결국 나는 또 나의 불안을 이기지 못하고 소아정신과에 예약을 하게 되었다. 지역 병원이지만 예약이 차서 8월 중에 가게 되었다. 또 아이의 사회성이 걱정되어 휴직을 한 두 번째 목표인 친구 만들기에 집착하게 되었다.
나도 극내향인이라 다른 사람에게 먼저 다가가기가 어렵고, 인간관계를 잘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무엇보다 다른 사람의 시선에 신경을 많이 쓰고 내 모습을 솔직하게 다 드러내는 것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아이를 위해서라면 부모도 사회성을 키워야 한다는 말이 있듯, 나는 용기를 내어 또래 엄마들과 친해지려 나름 노력해 보았다. 하지만 이미 끈끈한 사이에 내가 비집고 들어가는 것이 쉽지 않았고 아이가 그 친구들에게 큰 관심이 없어 함께 놀아지지 않았다.
그러다 한 엄마가 갑자기 이사를 가게 된 후, 남은 다른 엄마가 우리 동으로 이사를 오게 되었고 출산을 하게 되었다. 나는 용기를 내어 아이 선물을 전달했고 그 뒤로 그 엄마와 조금은 가까워지게 되었다. 서로 연락처와 나이도 그때서야 주고받았고 드디어 같이 키즈카페에도 가게 되었다.
나도 아이와 함께 자라는 것 같았다. 친구 한 명을 만드는 것이 이렇게 힘들다는 것을 다시 깨달았다.
하지만 그날 따라 아이의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어제 너무 일찍 잠들어 새벽에 일어났고 센터에서 오전에 수업까지 듣고 왔는데 낮잠을 안 잤기 때문이다.
약간 불안했지만 이게 어떤 약속인데! 나는 긴장된 마음으로 일찍 키즈 카페로 향했다. 하지만 나의 희망은 산산이 부서지고 말았다.
아이는 새로운 환경과 피곤함으로 너무 각성이 높아져 흥분했고, 주의 산만함이 극에 달했다. 그 친구와는 어울릴 생각도 없이 혼자서 모터가 달린 양 이곳저곳을 누비고 다녔다. 나는 혹시라도 안전이나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가 갈까 봐 아이를 졸졸 따라다닐 수밖에 없었다.
그에 상반되게 그 친구는 여자아이에다 몇 번 와본 적이 있어 아주 차분하게 한 활동을 오랫동안 했다. 하지만 우리 아이는 다른 아이가 가지고 노는 걸 그냥 가져오거나 장난감들을 와르르 쏟고 쿵쿵 뛰어다녔다.
나는 민망해지기 시작했다. 아니 부끄러웠다. 내 아이의 민낯이 다 까발려지는 기분이었다.
설상가상으로 정해진 시간이 끝나자 피곤했는지 더 놀겠다고 생떼까지 부리기 시작했다. 땀범벅이 된 나는 얼른 이 자리를 피하고 싶었다. 자신감과 자존감이 바닥을 쳤다. 결국 흐지부지 역사적인 키즈카페 나들이가 그렇게 끝이 났다.
나는 그 뒤로 그 엄마의 눈치를 보게 되었고 혹시 우리 아이를 이상하게 생각하지는 않을까, 더 이상 같이 놀려고 하지 않으면 어떡하지 하며 노심초사했다. 하지만 다행히 그 엄마는 평소처럼 아이들을 함께 놀이터에서 놀리며 다정하게 말을 걸어 주었다.
그 순간, 내 마음속 불안도 조금은 녹아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