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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을 견뎌야 봄이 온다

by 흰돌

드디어 우리 아이가 1학년이 되었다. 입학식을 하고 처음으로 1학년 교실로 들어가던 순간을 잊지 못한다. 아이보다 더 긴장하고 떨렸던 순간이다.


내 아이도, 우리도 태어나 처음 경험해 보는 순간들이 3월에 있었다.


아이는 자기만 한 가방을 등에 메고 겁도 없이 교실로 들어섰다. 갓 태어난 새끼를 보듯 다른 부모들도 1학년 교실에 매달려 떠나지 못하고 있었다. 1학년 선생님께 인사를 하고 자기 이름이 적힌 책상에 앉는 모습이 대견했다. 아빠 학교에서 연습한 보람이 있었다. 잘 앉아있을까 걱정이 되어 계속 보고 싶었지만 나가라고 한다. 남편과 나는 어쩔 수 없이 차에서 대기하다 입학식장으로 향했다.


유치원을 졸업할 때도 선생님께서 사회를 보신다고 우리 아이만 옆에 좀 있어달라고 하셨다. 졸업 공연도 고집을 부리며 끝까지 연습에 참여하지 않은 아이였다. 언제 튀어나갈지, 어떤 돌발행동을 할지 모를 아이였다. 다른 아이들은 모두 혼자 의젓하게 앉아있는데 우리 아이만 부모가 옆에 앉아있었다. 내 아이만 좋지 않은 이유로 특별 대우를 받는 느낌, 보통의 아이들과 다르다는 느낌은 부모로서는 정말이지 참담하고 위축이 된다. 다행히 졸업식에 아이는 얌전히 잘 앉아있었고 졸업 공연도 잘해서 선생님들의 눈이 커질 정도였다.


하지만 나는 선생님들께 가장 크고 화려한 꽃다발을 선물해 드렸다. 우리 아이도 다른 아이들만큼 예쁜 꽃이라는 걸...


이런 아이여서 입학식도 걱정이 되었다. 혹시라도 큰 소리 때문에 귀를 막거나 식장 밖으로 뛰쳐나가지는 않을까... 그런데 아이는 너무나도 의젓하게 자리에 잘 앉아 있었고 여러 공연에도 돌발 행동을 보이지 않았다. 남편과 나는 처음으로 안도했고 하나의 산을 넘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이런 기적은 한 번만이 아니었다. 그다음 날도 그 다음다음날도 아이는 학교에 가는 걸 즐거워했고 한 번도 선생님께 연락이 오지 않았다. 기초 조사서에 온갖 걱정들로 종이를 가득 채워 보냈지만 괜한 선입견을 가지실까 두려워 adhd나 약복용에 대해서는 적지 않았다. 여전히 학교에서 잘 지내는지, 연락이 오지는 않을까 조마조마한 마음은 있지만 로봇방과후를 너무나 사랑하는 우리 아이의 울컥하게 하는 뒷모습을 보며 오늘도 아이를 학교로 보낸다.


이번 주에 학교교육설명회와 학부모 총회가 있고 곧 상담을 하게 될 것이다. 선생님께서 우리 아이를 어떻게 보고 계실까 두렵기도 하지만 너무나 잘 적응하고 있는 우리 아이를 생각하면 두려움이 사라진다. 이렇게 계속 잘 적응하고 adhd가 완치되어 약도, 놀이치료도 안 받는 날이 오기를 고대한다. 하지만 나의 불안은 여전히 존재한다.


사람들이 adhd 아이들을 색안경을 끼고 보는 시선을 느꼈을 때, 나의 동료나 친구들마저도 그저 쉽게 adhd 아이들을 비난할 때, 나는 어떤 말도 할 수 없다. 우리 애도 adhd라고 쉽게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그런 말을 했을 때 사람들의 당혹해하는 표정이나 애써 위로하려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다. 그리고 이전에 그런 생각을 가졌던 나 자신도 미워진다. 소아정신과에서 아는 사람들을 보았을 때 숨고 싶은 그 마음도 미워진다.


adhd는 부끄러운 병이 아니다. 그저 사랑스러운 우리 아이들의 또 다른 모습일 뿐이다. 세상 사람들이 조금은 너그럽고 따스한 눈으로 우리 아이들을 바라봐주길 바란다. 우선 나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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