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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러코스터 인생 (하강)

by 흰돌

컴퓨터 시간 사건 이후로 아이가 하교 후 늘 하는 이야기는 오늘은 안 울었어요 또는 오늘은 교실에 안 갔어요이다.

정말 안 울었는지 잘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날 이후로 전화는 없다. 이제 아이도 눈치라는 것이 좀 생긴 걸까.


하지만 문제가 생겼다.


학교에서 너무 애쓴 것인지, 감기약을 먹어서인지 요즘 집에서 떼가 더 는 것이다. 거의 매일 떼를 쓰고 그 강도도 심하다.


아이는 애기 때부터 떼가 심했다. 고집도 너무 세고 화가 풀릴 때까지 악다구니를 썼다. 저 작은 몸에서 어떻게 저렇게까지 큰소리가 나고 저런 힘이 나올까 싶었다. 놀이 치료 선생님께서 하신 말씀이 맞는구나 싶다.


어머니, 아버님보다 아이가 기가 더 센 거 같아요.


요즘 아이는 로봇에 다시 빠졌는데 예전에 가지고 놀던 다이소표 레고블록에 또 영혼을 바치는 중이다. 그게 또 화근이 되었다.


아침이고 저녁이고 그 블록에 홀릭 중인데 그걸 멈추는 게 잘 되지 않았다. 등교 시간이 되어도 덜 만들어서 가기 싫다고 떼를 썼고 얼마 전에는 정해진 시간에 자기로 약속했는데 덜 완성되었다며 짜증을 내길래 시간을 좀 더 주었다. 하지만 20분이 넘어가자 억지로 데려가게 되었고 역시나 안 자겠다고 생떼를 쓰기 시작했다.


전쟁의 서막이었다.


불을 끄고 침대에 누웠어도 떼는 수그러들지 않았다. 아무리 단호하게 말하고 어르고 달래도 아이의 분노는 멈출 줄 몰랐고 일어서서 발을 구르고 괴성을 지르고 울부짖었다.

아이가 화에 집어삼켜진 것 같았다. 벽에 대고 말하듯 나의 말은 아이의 귀에 닿지 않는 듯했다.


매일 지속되는 떼부림에 지친 나는 아이처럼 참지 못했다. 폭풍 속에서도 나는 고요해야 했다. 하지만 아직 여물지 못한 나는 아이와 같은 모습이 되고 있었다.


몸부림을 막기 위해 아이의 몸을 꽉 껴안고 아이가 멈추기를 기다렸지만 흥분한 우리는 더욱 불타 올랐다.


" 네가 계속 이렇게 떼를 쓰면 나도 똑같이 떼를 쓸 거야!"


흥분한 아이에게는 오히려 독이 되는 걸 알면서도 공포로라도 멈추길 바랐다. 아무리 울고 애원해도 아이는 짐승처럼 포효했다.


그렇게 한 시간 정도 흘렀을까. 너무 지친 나는 아이에게 결국 협박을 시작했다.


" 풀어주세요, 죄송해요라고 말해야 풀어줄 거야. 10초 안에 말하지 않으면 저 블록들 다 보내버릴 거야!"


아이는 계속 울다가 결국 죄송해요라고 말했다.


나는 잘했다고 하며 아이를 꼭 안아주고 재웠다.


하지만 나는 울음을 멈출 수가 없었다. 아이가 불쌍했고, 나도 불쌍했다.

언제까지 이런 삶을 살아야 할까. 좋아지는 날이 오기는 할까.


그리고 밀물처럼 후회의 감정이 밀려왔다.


왜 그렇게밖에 말을 못 했을까.

더 성숙하게 아이를 대하지 못했을까.

더 참았어야 했는데.


스스로가 너무나 못나 보이고 자괴감으로 끝없는 무력감이 찾아든다.


롤러코스터가 직각으로 끝도 없이 추락한다.


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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