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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시 Jul 27. 2022

새벽 수영을 마치고

어젠 늦은 저녁에 커피를   마셨더니 새벽 1시까지 잠이 오지 않았다. 그래도 새벽에 수영을 가야 하니까 억지로 눈을 붙였는데 잠드는지도 모르게 잠에 빠졌다. 순식간에 시간이 흐른  같다. 5시를 알리는 알람이 울리고 있다. 눈은 감겨 있는데 정신은 깨어났다.

머릿속으로는 무엇을 해야 할지 안다.

아이들 자고 있는 안방에서 살금살금 옷방으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고 미리   가방을 들고 나와서  한잔 마신  현관문을 조용히 열어 나가면 된다.

 모든 것을 하는  걸리는 시간은 5-6 내외.

머릿속으로는 이미 현관문을 나가고 있지만 아직 내 몸은 침대 위에 있다.


- 아이들이 깨면 어쩌지 오늘은 쉴까

- 새벽반에 사람도 많고 요즘 코로나도 심상치 않은데 오늘은 쉴까

- 어제 열심히 했으니까 오늘은 쉴까

- 오늘 아이들하고 바다 가기로 했으니까 거기서 연습하면 되지 오늘은 쉴까


오늘은 쉴까? 오늘은 쉴까 를 몇 번 반복하면 어김없이 10분이 지나 재 알람이 울린다.

무거운 몸을 일으키며 다시 생각한다. 어제 일찍 잤어야 했다. 어제의 빈둥거리며 귀한 잠을   나를 반성하며 일단 옷을 갈아입어야 한다. 일단 몸을 일으키면 그다음은 빠르다. 준비를 마치고 엘리베이터를 타는 시각 5 20.

 

새벽 자동차로 가득한 주차장에서 끼익 바퀴 소리를 내며  밖으로 나온다. 아직 새벽이라 어둑어둑하고 사위가 진갈색이지만 분명한 것은 아침이 시작되고 있다. 집에서 수영장까지는 10분. 주차장은 수영하러 온 사람들도 이미 붐빈다. 빈자리가 하나 있는지 눈을 끔뻑이며 서둘러 주변을 살핀다. 다행히 한 자리가 있다.


10 강습에서 새벽반으로 옮긴지는 3주째이다. 10 수업의 파이팅을 벗어나고 붐비는 사람들을 피해 고요할 것으로 예상했던 5  강습으로  맘대로 옮겼다. 어차피 아이들 방학을 했기 때문에 오전 10시에는 나오기 힘들어서 수업 시간 변경은 불가피했다.

5  수업에 처음 들어갔을  나는  가지로 놀랐다.

첫째는 주차장 자리가 10시 수업 못지않게 모자랐고

둘째는 여자 샤워장엔 빈자리가 많아서 좋았고

셋째는 10시 수업에는 볼 수 없었던 남성 수강생 분들이 대거 포진하고 있다는 사실이었으며

넷째는 5시에 일어나 수영을 하는 사람들이 이토록 많을 수 있다는 점이었다.

마지막으로 겨우 성인 수영장에 적응하려던 참이었는데 다시 어린이 풀장으로 돌아갔다는 것이다.

두 달 조금 안 된 나의 실력으로는 어린이 풀장이 적당하다는 선생님의 판단은 옳았다.


어린이 풀장에서 보는 성인 수영장의 거친 물결이 나에게 닿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하지만 여기 어린이 풀장도 상황은 복잡했다.  들어와서 호흡을 배우는 분들, 킥판을 잡고 발차기를 하는 분들, 부력 도구를 등에 차고 물에 뜨는 연습을 하는 분들.

평영을 이제 막 배운 나는 어린이 풀장에서는 그래도 상급 코스였다.

나와 비슷한 수준의 수강생 분들은 나포함 4분이어서 우리는 한 팀이 되어 연습을 시작했다.


수업 시간을 바꾼  3 , 평영을 이제 익숙해서 발로  잡는 느낌이 좋다. 새롭게 배우는 접영은 발차기,   접영에서  양팔 접영을 시도하고 있다.

팔을 돌릴  물이 너무 무겁고 발차는 느낌이 익숙하지 않아 배부르게 물을 마시고 있는데 그래도 여기까지  것이 대견하다.

이렇게 수영을 마치고 돌아오면 6 40.

아이들은 아직 자고 있다.


수영을 시작한  2달이 되어간다. 며칠  적도 있었지만 실제로 수영장에 가서 연습을  날을 달력에 적어놓았는데 세어보니 40일이 되었다.

수영장에 가기 전에 어떠한 핑계를 대고서 미루고 싶은 마음이지만  마음을 접어두고 일단 수영장에 도착하면 시간은 금세 흐른다.

매일 수영 영상을 보고 있는 나에게 남편이 말한다.


- 재밌나 보네. 멋지다.


맞다. 재미있다. 정말 오래간만에 배우는 것이 재미있다. 누가 시키지 않고 등 떠밀어서 시작한 것이 아니라 오로지 내 의지로 온 몸으로 배우는 시간이 좋다. 힘들지만 좋고 숨차지만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것은 지금 내가 이것이 좋기 때문에 가능하다. 이 마음이 천년만년 얼마나 갈지는 모르지만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있는 지금의 내 모습은 충분히 멋지다.


이미지 출처 - Pixabay로부터 입수된 Simon Mettler님의 이미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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