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리맘 Oct 01. 2023

친환경 생활이 새해 목표가 될 수 있다

새해엔 항상 뭔가 결심하게 되고 이전보다 더 나아지려는 생각을 하는 건 어디에서나 같은 거 같다.


새해맞이로 달력 사기

독일에서 사는 외국인들은 공짜가 없는 나라라고 푸념을 하곤 한다.


새해가 되어도 작은 달력 하나를 어디에서 얻기가 어려운데 애초에 기업에서 만들어서 판촉물로 사용한다는 걸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는 나라가 독일이 아닐까 싶다.

thalia에서 여러 가지 물품을 구경하는 사람들. 우리나라의 대형 서점처럼 번화가에 한 개씩 있는 서점이다


연말부터 서점에는 벽에 걸기에 부담스러울 정도로 큰 사이즈부터 탁상용까지 여러 크기의 달력을 팔며 많은 사람들이 신중하게 고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친하게 지내던 독일인의 주방에 가면 식탁 근처 벽에 커다란 액자처럼 과일과 야채 사진이 있는 달력을 본 적이 있었는데 볼 때마다 신선한 느낌을 받았었다.

흔한 부엌 달력

그들은 거실이나 식탁 근처에 가족이 모두 잘 보이도록 걸 수 있는 큰 달력을 신중하게 고르는 편이었다.


달력의 그림은 반 고흐, 르누아르 같은 명화가 젤 눈에 띄고 여행지의 아름다운 경치와 스포츠에 관련된 사진도 인기가 있었다.


우리나라도 예전처럼 달력을 흔하게 구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해마다 우리 부모님은 큰 글씨의 달력을 거실에 걸어 두셨는데 달력이 집안의 분위기를 좌우하는지는 독일에 살면서 알게 되었다.

르누아르 명화 달력


새해목표는 친환경적 생활방식

유명 언론 포르자(FORSA)가 지난해 연말에 1000명의 사람들에게 설문 조사를 했다.

2023년 꼭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스트레스를 없애거나 줄이기 67%

가족과 친구들과 더 많은 시간 보내기 64%

더욱 친환경적이고 기후 위기를 의식하는 삶의 방식 64%

건강한 식생활 53%

절약 40%

육류 섭취 줄이기 34%

체중 줄이기 33%

휴대폰 인터넷 사용 줄이기 31%

텔레비전 시청 시간 줄이기 20%

알코올 줄이기 16%

담배 끊기 9%


우리가 바라는 소망과 일치하는 게 많이 있지만 친환경적이고 기후 위기를 의식하는 삶의 방식은 좀 놀라웠다.


사실 우리도 분리수거가 잘 되고 있고 빵이 주식인 나라보다는 음식물 쓰레기가 많이 나올 수밖에 없으니 줄이는 방법에 대해서는 많은 의견들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


국민 모두가 걱정하는 기후 변화, 실천은 어떻게?

아무도 상상도 못 한 코로나19의 불행을 겪으면서 우리나라와 달리 마스크가 턱없이 부족했었고 유럽엔 사망자도 늘고 있었다.


그 시기에 현지에서 교육받은 딸아이는 내가 마스크를 사용 후에 어떻게 버리는지에 촉각이 곤두서있었다.


그냥 버리게 되면 새들이 땅에 내려와서 모이를 먹다가 다리가 걸려서 못날게 된다고 양쪽 끈을 가위로 잘라서 버리라고 신신당부를 하고 지켜보기까지 하였다.

이건 독일 전역 어린이들의 공통적인 걱정거리였다.


코로나로 늘어난 일회용품 사용, 어떻게 해결했을까?

늘 깨끗한 환경에 간단하게 식사를 해결하는 나라지만 도시는 예전과 다른 모습이 보였다.


종이에 둘둘 말아서 빵 몇 개를 사가던 예전과 달리 완전 봉쇄가 길어지고 식당에서 앉아 음식을 먹을 수 없으니 파스타 같은 음식을 일회용 용기에 담아 가는 일이 늘어나게 되었다.


파스타를 담았던 용기는 기름기가 있을 뿐 잘 씻으면 재활용이 가능할지도 모르지만 독일인들은 위기를 느끼고 있었다.


한동안 코로나 환자의 치료와 의료진 확보에 신경을 쓰던 정부가 식당에서의 일회용품 사용을 규제하기로 결정을 했고 때마침 저런 설문조사가 언론에 나와서 더욱 반응이 좋은 걸로 예상되고 있다.


딸이 다니는 대학교에도 학식을 포장으로 팔기 시작했다. 

하지만 일회용 용기가 아닌 재사용이 가능한 밀폐용기에 받아가면 가격이 할인되었다.


리펀드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더라도 매일 학교에 가는 학생들한테는 어렵지 않은 일이고, 무엇보다 가격을 할인해 주니 평소 환경보호에 관심이 없던 학생들까지 참여하게 만드는 시스템이 인상적이었다.

2600원 정도 하는 커피를 약 400원가량이나 할인해 준다. qr코드를 찍어 내 정보를 등록한 뒤 14일 이내에 리펀드 하는 시스템



  친구들이 눈치를 주는 문화

나는 아이들이 학교에 갈 때 500미리짜리 생수를 가방 안에 넣어주면서 적어도 목이 마르는 일은 없겠거니 하며 안심을 했었다.


그러나 우리 아이들이 쉬는 시간에 생수를 한 모금씩 마시는 모습이 독일 아이들의 눈을 거스르게 되었다.


왜일까?

집에 큰 용량의 생수를 사서 작은 텀블러에 담아 오라는 것이었다.


브리타 정수기를 보편적으로 많이들 사용하지만 생수를 사서 먹는 가정 또한 많은데 가족 모두가 외출용으로 작은 생수를 사는 게 아니라 큰 생수를 사서 각자 텀블러에 담아 오면 작은 플라스틱 사용이 줄일 수 있다는 것이었다.


우리 아이들은 친구들의 의견에 고마워하면서 나에게 전해 주었다.

생활필수품이다 보니 마트에 가면 텀블러 종류가 많이 전시되어 있다

환경보호를 해야만 당선되는 정당들

독일도 많은 정당 단체가 있고 선거운동도 많이 한다.

하지만 눈에 띄는 건 친환경적인 생활이 항상 등장했었다.


정치인의 일거수일투족을 일반인들이 눈여겨보기 마련인데 그가 아무렇지 않게 생활한 덜 친환경적인 행동이나 무심코 버린 일회용품이 그의 사람 됨됨이에 포함되는 일이 종종 있었다.


선거가 끝나면 얼마나 환경을 생각하면서 선거운동을 했는지도 국민의 평가를 받게 된다.


친환경적인 공약을 내 세워야만 지지율이 높아지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아예 정당의 아이덴티티를 환경보호로 삼은 "녹색당"은 특히 젊은 층에서 엄청난 지지를 받는다.

2022년 초에 국민들을 대상으로 한 지지율 설문.

도표에서 보면 전 총리 메르켈이 속한 기독 민주당 (CDU CSU) 다음으로 녹색당이  20퍼센트 지지를 받고 있다.


피부로 느껴지는 기후변화에 두려워하는 국민들

내가 독일에 처음 갔었던 2010년 겨울은 몇 개월 동안 거의 매일 눈이 쌓일 정도로 왔었다.

우리 동네 공원의 겨울 모습


그리고 어느 계절이나 일조량이 부족하여 과일이 맛이 없었다.


하지만 점차로 지구 온난화로 중남부지방은 일조량이 많아져서 과일이 제맛을 내고 이제는 겨울에 눈이 쌓일 지경이 안되니 일상생활에서는 편할 수 있다.


전세계가 염려스럽지만 독일이 지나치리 만큼 친환경 생활을 강조하고 중요하게 여기는 건 공교육의 영향이 크다.


 독일 공교육에는 환경보호가 매우 중요한 분야로 포함되어 있다.


정치경제, 윤리, 생물등의 과목에서는 물론이고 독어, 영어, 불어 같은 어문 과목에서도 환경보호에 대한 글을 읽고 토론한다.


독일에서 살면서 공교육이 가지고 있는 힘을 느낄 수 있는 부분 중 하나였다.



이전 09화 꿈속에 나올 것 같았던 조슈아 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