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푸드 가게에 문을 열고 들어갈 때 입구에 서서 "어서 오세요"라고 반기는 사람이 있으면 깜짝 놀랄 것이다.
독일의 대학 도시중 하나인 이곳의 맥도널드에 뜬금없이 아르바이트생들이 문안밖에 서서 인사를 해서 들어오는 사람들이 깜짝 놀라고, 대다수의 젊은이들이 익숙하게 주문하는 키오스크옆에 서서 "도와 드릴까요?라고 말해서 오히려 불편하기까지 한 그날은 본사에서 점검하러 오는 일 년 중의 단 하루라고 한다.
가식적인 거 빼고, 빠르고 편리하게 우리의 생활에 익숙해진 패스트푸드도 사실은 고객에게 친절하게 다가가는 매뉴얼이 있었던 거다.
여기 맥도널드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두 젊은이는 동남아에서 독일로 유학을 온 케이스로 자국에서 최고의 고교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을 하고 1년간의 어학코스를 마친 후 공대에 진학을 했다.
고국에 계시는 부모님도 지나가는 모르는 사람을 붙들고 우리 아이가 독일공대로 유학을 갔다고 자랑을 할 만큼 뿌듯해하신다는 말을 1학년 초기에 전해 줬었다.
그도 그럴 것이 전 대통령이 여기 대학 도시에서, 심지어 같은 기계공학과 출신의 엔지니어였기 때문이다.
이렇게 희망찬 마음으로 유학 생활을 시작했지만 어느 날부터 이 두 친구는 맥도널드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다.
독일의 이공계는 아르바이트를 할 수 없을 만큼 수업이 어렵고 과제와 시험이 많기로 유명하다.
가난한 집 아이가 아르바이트를 하느라 학업에 충실하지 못할까 봐 생활비를 주는 이 나라에서 독어가 원어민이 아닌 외국인이 아르바이트를 한다는 건 거의 학업에 신경을 쓰지 않는 것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그러나 이 두 친구를 학업이 아닌 아르바이트를 하는 일이 더 우선이 된 건 이유가 있다.
자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사람이 받는 월급이 200유로 정도인데 여기 맥도널드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 600유로 이상을 번다는 거다.
진짜로 이 두 친구의 통장에는 돈이 쌓이기 시작했고 학업 성적은 엉망이 되어 버렸다.
우리 아이는 틈나는 대로 요약한 노트를 주면서 공부를 도와주었고 함께 학교를 못 다니는 불상사가 생길까 봐 얼마나 속을 태웠는지 모른다.
그러나 이 두 친구는 공부 비중이 낮은 전공으로 옮길 각오까지 하면서 점점 현실과 타협을 하기 시작했다.
나도 이 똑똑한 친구들이 더 이상의 꿈을 꾸지 않는 것이 마음이 아팠다.
그리고 우리 아이들이 열심히 공부를 하는 것에 국력이 뒷받침되어 있다는 걸 절실히 깨달았다.
입학한 지 2년 6개월이 되어 가고 학교에서 성적이 뚜렷하게 나눠져 버린 이 시점에 맥도널드 본사에서 매장 점검을 하러 나왔다.
매일 주방이나 카운터에서 바쁘게 일하던 이 두 친구가 출입문 입구에서 들어오는 손님에게 인사를 하는 단순히 일을 하며 반나절을 보내면서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고 한다.
내가 여기에서 뭐 하고 있지?
공부하러 왔는데... 이러려고 집 떠나서 독일까지 왔나!
너무나 기다리고 듣고 싶었던 말이었지만 자국의 화폐가치로는 너무 높은 독일 물가에 안타깝기만 했었는데 이제 이 두 친구가 공부할 시간을 더 할애해서 같이 졸업을 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가져도 될 것 같다.
나는 이 두 친구들의 부모는 아니지만 바램이 있다.
다른 나라 학생들보다 더 힘들게 유학 생활을 해야 하는 이들이 자국에서는 희소가치가 있는 인재로 일할 수 있고, 국가 발전에 기여해서 가까운 미래에는 공부에만 전념하는 아시아 학생들이 많이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