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는 90% 이상이 일부일처제를 따르지만 포유류 중 일부일처제를 따르는 종은 늑대, 비버, 미어캣 등 5% 미만이다. 인간보다 훨씬 강력한 일부일처제 유전자를 가진 동물도 바람을 핀다. 완전한 일부일처제 유전자는 없나보다.
많은 새가 일부일처제(monogamy)를 채택하고 있다. 조류학자 데이비드 랙(David Lack)은 조류의 약 90%가 일부일처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990년대 DNA 검사를 해보니 대부분의 종이 ‘외도’(Extra Pair Copulation, EPC)를 한다. 이를 사회적 일부일처제(social monogamy)라고 부르는데 외견상으로 일부일처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아니라는 것이다. 조류 전체를 대상으로 하면 대체로 약 10%가 다른 수컷의 새끼임이 밝혀졌다. 인간과 똑같이 하룻밤의 ‘정사’를 은밀하게 한다. 인간처럼 수컷 새들도 암컷을 쫓아다니며 배우자 감시(mate guarding)를 한다고 한다.
이를 바탕으로 과학자들은 사람도 부성불일치가 10%쯤 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염색체를 조사해 친자 여부를 확인하는 최근 연구 결과에 의하면 약 1%밖에 되지 않는다. 그러나 중세 때 묘지에서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10%가 훨씬 넘었다는 연구도 있었다.『암컷은 언제나 옳다』(2011년 번역출간)를 쓴 브리짓 스터치버리(Bridget Stutchbury)는 암컷이 ‘혼외’ 교미를 하는 것은 좋은 형질을 지닌 수컷과 ‘바람’을 피우면 좋은 형질을 물려주어 번성하게 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를 좋은 유전자 가설(good genes hypothesis)이라고 부른다. 매력적인 사람을 만나면 혹하는 인간도 마찬가지이다.
수십 년 전 인간에게서 처음 발견된 호르몬이 있다. 지금까지 기능을 정확히 알지 못했다. 2024년 이 호르몬을 쥐에게서 발견되었다.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호르몬 생성 세포를 발견했으며, 이 세포가 활성화된 동물들은 일부일처제를 선택해 진화했을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일부일처를 유지하는 쥐에게서 이전에는 발견되지 않았던 새로운 부신피질층을 발견했다. 이 부신피질은 기원 전 1만 8천 년 전부터 진화됐다. 또한 일부일처제 쥐는 부신피질에 특정한 유전자가 훨씬 많다. 이 유전자은 일부일처제 관련 특정 호르몬은 생산한다. 인간의 일부일처제 기원과 부모의 양육 행동이 이 호르몬 때문이라고 추측된다.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86-024-07423-y
우리가 흔히 문화적이고 윤리적인 행동이 실제로는 유전자나 호르몬이 배경에 있다. 리처드 도킨스의 말처럼 인간은 그저 이기적인 유전자나 호르몬의 조종을 받는 존재일지도 모른다. 실제로 그렇다. 성장기에는 성 호르몬에 강력하게 휘둘린다. 늙어서 남성 호르몬이 약해지면 유순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