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 같이 단 하루라도 기적이 일어나기를 간절히 바랐다.
‘기적을 일으키고 싶은 사람이 되고 싶냐고?’
‘정말 매일같이 기적이라도 일어나길 바랐다.’
경만은 정말 누구보다 간절히 원했었다.
꿈에서라도 기적이 일어난다면, 얼마나 좋을까 혼자 되뇌었던 경만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경만은 태어남과 동시에 부모님을 잃었다.
경만을 출산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경만의 부모는
산부인과 건물을 나와 길가에 선 주황색 포니택시에 몸을 실었다.
집까지 가는 거리는 고작 20여분 남짓이었으나
과속을 하던 트럭이 간당간당하게 남은
황색 신호를 지나치고 교차로를 진입하는 순간
경만을 태운 택시가 트럭과 추돌하는 사고를 당했다.
이 사고로 택시에 타고 있던 경만의 부모는
모두 사망하고 말았다.
다행히 경만의 모가 경만을 부둥켜안은 채
경만을 보호했기에 가까스로 살아남게 된 것이다.
경만은 그날 이후 제 부모를 죽이고
혼자 악착같이 살아남은 ‘재수가 좋은 놈인 동시에
천하에 재수 없는 놈‘이 되어버렸다.
경만은 그 사고 이후 외가에서 할머니의 손에 자라났고,
어린 시절부터 부모의 보살핌이 무엇인지 모른 채 자랐다.
그래서 경만은 엄마를 보고 싶은 마음이 컸다.
‘엄마가 너무 보고 싶다.’
미라클이 건넨 말에 경만은
“근데요… 그 기적이란 게 무엇이든 일어나게 하는 건가요?”
미라클은 잠시 바깥을 응시했다.
벚꽃비가 바람에 날려 장관을 이루는 모습이었지만,
미라클은 마치 예상했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
미라클은 단호한 어조로 경만에게 타이르듯 말했다.
‘경만 씨, 기적은 가엾은 인간에게 신이 내리는 축복이에요.’
‘신은 신의 행복을 위해 기적을 일으키지 않아요.‘
듣고 보니 맞는 말이었다.
경만은 배시시 웃으며, ‘에이~ 당연하죠 하하하 기적이 그렇게 쉽게 일어나나요?’
미라클도 경만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경만 씨, 기적을 일으키는 건 반드시 타인을 위해 쓰는 거랍니다.
자신에게 기적을 일으킬 순 없답니다. 알겠죠?‘
경만은 미라클의 말을 들으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근데요.. 진짜 기적이 일어나게 하실 수 있나요? 하하하
너무 동화 같은 이야기 아닌가요? 실제 그런 일이 일어날 리도 만무하고 말이죠.‘
경만은 기적이 일어나면 좋겠지만, 그게 어디 가능한 일이냐라고 반문할 태세를 갖췄다.
미라클은 마치 예상했다는 듯 경만에게 말했다.
‘경만 씨, 그럼 그 기적이란 거… 보이면 믿으실 건가요?‘
‘아! 그럼요~! 제 눈으로 직접 보기라도 한다면야… 님이 말씀하신 건 다 할 수 있죠!’라며 호언장담을 했다.
미라클은 그럼 그 기적을 잠시 보여주겠노라 말하고,
잠시동안 경만에게 자신의 손을 잡고 악수를 할 것을 부탁했다.
경만은 의아했지만 반신반의하며 미라클의 손을 꼭 잡았다.
처음 느껴보는 감촉이었다.
부드러운데 만진 것 같지도 않은 이 느낌은 뭐지?
미라클과의 악수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 경만은 잠시 눈이 풀렸고, 경만은 미라클을 쳐다보며 정신을 잃었다.
정신을 잃었던 경만의 귀에 여성의 음성이 나지막이 들렸다.
‘경만아!‘
여기가 어디인지 모르겠는데 마치 천국이 있다면,
천국인가 싶은 기분이 들었다.
한번 더 경만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눈을 찔끔 감았다가 뜬 경만의 눈앞에는
벚꽃이 핀 거리에 서있는 가녀린 한 여성이 보였다.
그랬다.
경만의 모였다.
경만이 사진으로만 봤던 경만의 모가 눈앞에 서있었다.
‘엄마.ᐟ 진짜 엄마 맞아?’
‘그래 경만아. 우리 경만이 많이 컸네~’
경만의 눈에는 눈물이 하염없이 흘렸고,
어린아이처럼 울부짖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경만은 그동안 말로 표현하지 못한
못다 한 그리움을 토해내느라 한참을 엄마의 품을 찾았다.
‘경만아. 아유… 다 커서 엄마 숨 막혀~’
이내 정신을 차린 경만은 엄마의 목소리에 집중했다.
‘엄마.ᐟ 근데 이거 꿈이야 생시야? 나 잘 모르겠어.’
‘그래 경만아. 우리가 이렇게 만나는 날이 오다니 엄마도 믿기지 않아.’
‘엄마.ᐟ 나 정말 엄마 보고 싶었어. 엄마는 나 보고 싶지 않았어?’
‘아유~ 얘는 엄마도 늘 보고 싶어서 늘 너와 함께 했었어.
너는 못 봤겠지만 엄마는 다 보고 있었단다.’
‘진짜?’ 경만은 어린아이처럼 엄마와 이야기를 한참 동안 나누었다.
더 이상 경만이 할 말을 찾기 힘들 때 경만의 모는 경만에게 나직이 말했다.
‘경만아. 잘 들어. 이렇게 우리가 만날 수 있게 된 건 다 미라클님의 축복이란다.’
‘미라클님에게 네가 좋은 쓰임이 될 수 있는 기회이니
이 엄마는 네가 미라클님의 제안을 잘 고민해 봤으면 좋겠구나.‘
‘응 알았어. 그분 이름이 미라클이었구나.. 이름처럼 기적이네..‘
‘근데 엄마 나도 신기해.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거지?’
‘엄마도 신기해. 하지만, 이 모든 게 신의 뜻일 거란 것 밖에는 모르겠어.’
‘늘 우리 경만이가 행복한 사람이길 바랐는데 엄마의 진심을 전할 수 있어 행복했어.‘
‘엄마 그럼 이제 우리 못 만나? 다음에는?‘
아이처럼 떼를 쓰는 경만에게 경만의 모는
미소를 보이며, 타이르듯 말했다.
‘이 엄마는 언제나 그랬듯 경만이 너와 함께 할 거고,
경만이에게는 더 많은 좋은 사람들이 함께 할 거야.‘
‘엄마와 네가 다시 만날지 못 만날지는 모르지만,
그것 또한 미라클님의 뜻일 거라 생각해!’
‘그렇구나… 진짜 기적은 일어나는 거였어!!!’
경만의 모는 경만에게 자신의 새끼손가락을 내보였다.
‘경만아. 이거 봐.. 엄마와 너는 늘 연결되어 있단다.’
그 손가락에는 경만과 이어진 투명한 실이 어렴풋이 보였다.
‘그… 그러네 엄마.ᐟ 진짜 신기해…’
‘경만아. 늘 사랑했고, 늘 네가 행복하길 바랐단다.’
그래서 경만의 모는 경만에게 자신의 모든 복을 경만에게 주었다.
‘엄마 없이도 네 스스로가 행복한 사람으로 살아가길 바라.ᐟ’
‘알았어… 엄마.. 진짜 잘 지내.ᐟ 나도 잘 지낼게~.ᐟ’
그렇게 아쉬운 만남을 뒤로한 채
돌아선 경만의 왼쪽 눈동자에는 믿지 못할 크기의 숫자가 새겨졌다.
미라클은 잡았던 손을 내려놓았고,
경만은 남은 눈물자국을 소매자락으로 닦았다.
눈물로 옷이 흠뻑 젖어 축축했지만,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미라클은 경만의 눈을 보며,
‘이제 기적을 믿나요?’라고 말했다.
경만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미라클은 우주피스공화국의 헌법과 국가보안부
비밀요원의 행동수칙이 담긴 아주 얇은 책을 건넸다.
‘경만 씨,
비밀요원의 행동수칙을 잘 읽고 기억해 두세요.‘
‘네! 그럼요~!’
‘경만 씨 눈에는 안 보여도 전 언제나 경만 씨를 지켜볼 거예요.
그리고 필요하면 ’ 미라클‘이라 부르면 언제든 응답할 거예요.‘
미라클은 경만에게 새끼손가락을 내보이며 말했다.
‘그럼 이제 기적을 일으켜볼까요?’
Ps. 왜 하필 경만이었을까?
미라클에게는 그저 한번 스쳐 지나갔을 뿐인 아이였을 텐데 말이다.
경만은 일곱 살 때 유치원에서 봉사하던 미라클을 처음 만났다.
이때 경만은 미라클을 처음 보았음에도 신기하리만큼 잘 따랐고, 경만은 마치 엄마의 품을 찾듯 미라클에게 ‘엄마!’라며 불렀다.
그리고 헤어지기 싫어하는 경만과 미라클은 아주 놀라운 약속을 하고 만다.
‘이모.ᐟ 저… 사실 이모가 엄마가 아니란 걸 알아요. 하지만 언젠가 제가 어른이 되고 나서도 엄마가 보고 싶으면 엄마가 되셔서 와주시면 안 돼요?’
‘그래 알았어.’라고 미라클은 마치 홀린 듯 대답을 했다.
신에게서 처음으로 약속을 받아낸 아이, 그 아이가 바로 경만이었다.
그런 경만에게 미라클은 마음 한편에 신경이 쓰였다. 그리고 그 아이는 참으로 바르게 성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