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아파트 앞에 유휴지가 있다. 아무래도 단독주택을 짓기 위한 땅인 것 같다. 유휴지 옆쪽으로 각자 개성 있는 단독주택들이 많이 지어졌다. 그런데 문제는 그 유휴지에서 경작을 하는 분들이 있다는 것이다. 토지공사는 나가라는 경고문구를 크게 써달았지만, 그 분들이 이미 점령한 땅에는 각종 채소들이 주렁주렁 이쁘게도 달려있다. 그리고 그 분들은 참 열심히도 자신들이 점령한 밭을 가꾸신다.
나는 아침에 산책 중에 그 광경을 목격한다. 초여름인 6월은 일찍부터 밝다. 가볍게 그 옆을 달리다가 본 그 경작물들이 하루가 다른 모습으로 커간다. 이 사실은 산책을 꽤 했을 때 부터 알게되었다. 그 채소들 보는 재미도 만만치 않다. 아마도 그 분들은 그 재미에 경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경작을 하는 것일까? 오이며 가지며 또 아직은 이름 모를 채소들이 오늘도 부쩍 커간다. 나도 작은 텃밭을 가꾸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아니면 집안에서 허브라도 키워볼까 생각중이다.
레니아 마조르가 글을 쓰고 클레망스 폴레가 그린 ‘내게 텃밭이 생겼어요’는 책의 앞표지 부터 건강해지는 느낌이다. 할아버지가 아이를 위한 텃밭을 마련해주고, 아이는 열심히 텃밭을 가꾼다. 씨앗을 심고 텃밭을 가꾸면서 여러 동물과 식물 곤충들과 관계를 맺어가는 이야기는 무척이나 싱그럽다. 경작한 채소를 먹고 테이블을 차리는 것을 보고 나는 텃밭을 하는 사람들이 부러웠다.
얼마 전에도 나는 우리 동네에서 불법으로 경작하는 분들을 보았다. 열심히 무엇인가를 다듬다가 나와 눈이 마주친 그 분은 아파트 우리 동에 사시는 할아버지였다. 그 분과 나는 동시에 눈을 피했다.
작은 땅이라도 구하고 싶다. 내 마음대로 경작할 수 있는 땅을 얻는다면 가장 먼저 상추와 토마토를 길러보고 싶다. 그래서 고기와 맛있는 쌈을 싸먹기도 하고 샐러드를 만들어 보고 싶기도 하다. 그 다음에는 또 어떤 씨를 뿌려볼까? 텃밭가꾸기 좋은 계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