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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루비아 Oct 03. 2024

자궁경부 이형성증 진료일기

인생은 누구나 후회가 가득하지만,  건강에 대해서는 따라올자가 없다.

소견서를 받고 나서는 근무했던 병원을 주저 없이 퇴사하였다.

사실 퇴사도 퇴사지만, 근무 병원에서   진료나 수술기록이 남는 것도 원치 않았다.


퇴사를 하고 2주 뒤에  1차 상급병원의 산부인과로 가서 진료를 예약하고 의사 선생님을 만나보았다.


주치의 선생님께서 내가 가져온 진기록지와 소견서등을 보시고  초음파와 세포 검진을 하시더니 급격하게 얼굴이 심각해지셨다.


"환자분, 생각보다 육안으로 봐도 상태가 심각한 것 같아요.."


이 말과 듣고서는 검사 결과가 나오는 그 일주일 동안 나는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며 보냈다.

그 사이, 병원에서는  세포 이상으로, 조직검사를 다시 한번 해야 한다고 연락이 왔다.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머리가 너무 복잡했다.

네이버 '근종힐*카페'를 밤새워서 뒤지고 블로그와 유튜브를 미친 듯이 발품 팔아 찾아보았다.

정말 좋은 후기들도 많았지만 내 상황이 되면 원래 최악의 상황을 더 많이 보게 되는 것 같다..

아직 미혼인데... 혹시라도 자궁적출수술 말씀하시면,, 어떻게 해야 하나..?

나중에 아기를 가질 수는 있는 건가?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1주일 정도 후, 검사 결과를 들으러 갔는데, 진료실 문을 열자마자 의사 선생님 눈과 마주치자마자 나는 눈물이 펑펑 쏟아졌다. 선생님의 눈빛 만으로 결과를 알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환자분, 몸이 이 지경이 될 정도로 분명히 몸에 이상 있었을 텐데 왜 이렇게 늦게 오셨어요.

세포이상 조직검사가 P16번이 양성, 자궁경부이형성증 CIN3단계 나와서,  빨리 원추 절제술 하셔야 해요. 미혼이시죠?"

".................."

"원추 절제술 하시면, 나중에 결혼하셔서 출산하실 때 조산 하실 수 있어요."


이 말이 무슨 말인 줄 그땐 모르고 기억도 안 나고 눈물만 펑펑 쏟았다.


원추 절제술을 하면 자궁 경부가 짧아져서 조산의 위험성이 있기에, 지금은 최대한 조금 자른(?)다고 하셨다.

모든 것이  원망스러웠다.

나는 이전에  자궁경부이형성증 Cin1단계 진단을 받았었다. 몇 년 새 진행된 병의 크기에 놀라고 몸을 소중하게 대해주지 못한 자괴감에 깊은 한숨만 나올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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