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낳기 전에 식당에 가면 항상 보이는 모습이 아이 앞에 놓여있는 스마트폰이었다. 아이는 숟가락이 입 앞으로 올 때마다 기계적으로 벌렸다 닫기를 반복하고 있었고, 눈은 화면에 고정되어 있었다.
몇 개월 되지 않아 보이는 아이가 고사리 같은 손가락을 상하좌우로 휘~ 휘~ 움직이며 본인이 원하는 동영상을 재생시키는 모습이 놀라웠다.
그 때도 이미 아이에게 스마트폰을 노출시키면 발달에 좋지 않다는 것을 수없이 들어왔기 때문에 우리는 절대 스마트폰을 보여주지 않겠노라고 다짐했었다.
동영상은 보여주지 않았지만, 멀리 떨어져 있는 식구들과 통화를 위해서 가끔 영상통화를 할 때면 통화하는 화면을 신기해하며 이리저리 탐색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거기서부터 노출되기 시작했던 것 같다. 영상통화로부터 시작된 스마트폰의 체험을 아이는 스펀지처럼 흡수하기 시작했다. 손가락으로 터치하면 화면이 바뀐다는 사실부터 항상 움직이는 무언가가 나올 것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우리는 그래도 두 돌까지 거의 보여주지 않았다. 단, 양치질을 할 때는 딱 5~10분 정도만 보여주었다. 우리 아이는 유난히 이가 빨리 나서 초기부터 관리가 필요했다. 그래서 꼼꼼히 시키고 싶은데, 아이는 칫솔질을 완강히 거부했다.
처음에는 하는 둥 마는 둥 시켰는데, 서서히 걱정이 되었다. 이러다가 치아가 썩거나 하면 그게 더 문제가 될 테니 말이다.
그래서 시작 했던게 스마트폰을 잠시 보여주고 그 사이에 양치질을 시키는 것이었다. 아이는 매우 얌전하게 있었고, 양치질은 꼼꼼히 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아이는 이미 ‘양치질 = 스마트폰 보는 시간’이 철저하게 습관으로 자리 잡아 버렸다.
놀라웠던 점은 어느 날 ‘치카 치카 하자~!’ 라는 소리에 갑자기 하던 행동을 딱! 멈추고는 달려가서 치약을 집어 들고, 평소 양치하던 자리에 딱! 누워서 날 쳐다보고 있는 것이었다. 그 때가 18개월 무렵이었다. 학습과 습관의 무서움에 놀랐고, 더 이상 이 방식은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먼저 나부터 아이와 있을 때는 의도적으로 스마트폰을 멀리하기 시작했다.
어차피 직장에서 올 전화도 없었기 때문에 급한 전화가 올 가능성은 적었다. 그러나 나는 무심결에 자주 아이 앞에서 스마트폰으로 검색을 하고, 문자를 확인하고 있었다. 그리고 가끔은 아이가 놀고 있을 때 혼자서 좋아하는 스포츠 관련 영상을 볼 때도 있었다. 나중에 든 생각이지만, 아빠가 매일 보는거 얼마나 재미있는지 궁금하기도 했을 것 같다.
그 다음은 아이가 말은 하지 못하지만 말을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에 아이에게 왜 스마트폰을 보면 안 되는지에 대해 설명을 해주고, 그래서 아빠도 스마트폰을 많이 보지 않겠다고 아이에게 약속을 했다.
당연히 처음에는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 라는 듯이 고래고래 소리 지르고, 스마트폰이 없으면 양치 안한다고 악을 지르기도 했다.
그렇게 일관성 있게 행동했다. 그리고 되도록 이면 주변사람들을 만날 때도 아이에게 스마트폰을 보여주지 않았으면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