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지금 아웃렛 얘기할 때가 아니잖아아~~~

한숨으로 전해진 마음, 너스레 덕에 풀린 긴장

by 단월

어제 오후, 아이들이 피곤해질 무렵이었다.
둘째가 걷기 힘들다며 바닥에 주저앉았고
그 손을 잡아 일으키려던 순간
툭, 하고 둘째 아이의 팔이 빠져버렸다.

이런 걸 ‘팔꿈치가 빠졌다’고들 하는데
정확히는 어린아이들의 관절이 완전히 단단하지 않아서 두 뼈가 순간적으로 어긋나는 ‘팔꿈치 탈구’라고 한다.

우는 아이를 안고 근처 병원을 검색했다.
급히 차를 타고 병원으로 향했다.

조수석에는 아픈 둘째
뒷좌석에는 나와 첫째, 그리고 막내가 앉았다.

아무도 말이 없었다.
아픈 아이의 울음은 잦아들었지만 공기는 여전히 무거웠다.

그런데 그때
운전 중이던 남편이 오른쪽 창밖을 보며 말했다.
“여기 아웃렛도 있네?”


순간, 나는 아무 말 없이

아주 길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창문은 닫혀 있었고 차 안은 고요했으며
내 한숨은 조용한 차 안을 아주 또렷하게 울렸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첫째가, 유치원생 남자아이 특유의 장난기 가득한 표정과 말투로 말끝을 길게 늘이며 말했다.

“아빠~ 지금 아웃렛 얘기할 때가 아니잖아아~~~ 지금은 OO(둘째 이름)이 팔걱정해야 할 때잖아~~~”

정확했다.
내 마음속 한숨의 의미를
말로 설명하지 않아도 알아차린 듯한 그 말투.
그리고 그 말에 우리 모두
참지 못하고 웃음이 터져버리고 말았다.

병원 가는 길
아픈 아이를 태운 차 안에서
예상치 못한 큰 웃음이 터졌다.




그날의 차 안에는
진심으로 아이가 걱정된 마음
조심스러운 아빠의 말
그리고 한숨으로 눌러 삼킨 엄마의 마음이 뒤섞여 있었다.

그런데 그걸
제일 먼저 알아채고
가장 가볍고 명쾌한 방법으로 풀어낸 사람은
다름 아닌 첫째 아이였다.

어른들은 아이들이
모를 거라 생각하지만,
아이들은 알고 있다.

엄마 아빠가 지금 얼마나 무거운지
이 순간 어떤 말이 필요한지
그리고 그 말을 자기 몫처럼 꺼내주는 일이
얼마나 값진지.

아이는 그 순간
우리 모두를 웃게 해 주기 위해
아주 멋지게 어른이 되어주었다.

작지만,
큰 울림.

오늘도 나는,
아이에게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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