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남은 끝이 아니라, 넘어가는 것
모든 이별은
다음 계절로 건너가기 위한 준비였다.
마음이 먼저 움직였고,
이제 몸이 따라간다.
마지막 날 아침,
평소처럼 아이 셋 아침밥을 챙기고
유치원 가는 작은 손을 잡았다.
별일 아닌 듯 반복하던 하루를
오늘은 더 오래 바라보았다.
이 집에서의 ‘마지막 평범함’이었으니까.
이 집에 처음 왔을 때 즈음
나는 셋째를 품고 있었고
남편은 출장으로 자주 곁에 없었다.
밤마다
배를 감싸고 아이 둘을 재우고 난 후에
창밖 산을 보던 순간들이
얼마나 많았는지 모른다.
그 산은
한 번도 나를 몰아세우지 않았고
한 번도 등을 돌리지 않았다.
사계절 내내
그 자리에 서서
내가 버텨내는 모습을 지켜봤다.
그 풍경을
세 번이나 지나왔다.
첫째의 성장,
둘째의 변화,
셋째의 탄생.
한 해는 숨죽이며 버텼고,
한 해는 혼자 울며 견뎠고,
또 한 해는 웃으며 지나왔다.
그러니 이 집은
단순한 주거지가 아니라
내가 단단해진 자리였다.
정리되지 않은 마음을
자연이 대신 정리해 준 시간.
이제는 안다.
떠나는 이유가
힘들어서가 아니라,
충분히 잘 살았기 때문이라는 걸.
문을 닫기 전
창문을 활짝 열었다.
커튼이 바람에 흔들리고
빛이 부서지며 들어왔다.
마치 말하는 것 같았다.
“괜찮아. 이제 다음 계절로 가.”
그래서
고마웠던 기억만 챙기고
이 집에 머물러야 할 건
그 자리에 두고 간다.
이 집은
또 다른 가족에게
사계절의 풍요를 길러줄 테니까.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마음은 이미
새 계절의 문을 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