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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자라나는 아이들과 엄마
15화
그럭저럭 엄마
-마음 따듯한 사람
by
행복반 홍교사
Dec 7. 2024
첫째가 교육청 영재교육원 시험을 치르는 오늘.
교문 앞까지 데려다줄 수 있지만 그 이후는 온전히 아이의 몫. 부모들은 들어갈 수 없어 혼자 들여보내는데 힐끗 뒤를 돌아본다.
첫째가 환하게 웃으며 "안녕. 잘 다녀올게~"하며 손을 흔드는데, 마음이 뭉클하다.
연필의 사각거리는 소리, 시험지 넘기는 소리 모두 혼자 겪어내야 하는 시간.
언제 이렇게 많이 컸니. 혼자서 해내는 일들이 많아지는 우리 첫째.
둘째도 형아 따라 태권도를 시작했다.
자기는 학원 안 다니고 집에만 있을 거라더니만 어느 날 태권도를 하고 싶다고.
그렇게 형아 따라 일주일(2번) 가더니, 형아 안 가는 요일에 하루 더 가겠단다(놀이활동하는 요일). 형아는 안 가는데 괜찮겠냐고 했더니 괜찮단다. 혼자 할 수 있단다.
그렇게 어제 둘째는 태권도 차를 타고 형아 없이 태권도를 씩씩하게 다녀왔다.
유난히 엄마 껌딱지에 집돌이 우리 둘째도 이렇게 커서 혼자서 뭘 자꾸 하겠단다.
어제저녁에 저녁밥 준비를 한참 하고 있을 때였다. 둘째가 자기 태권도에서 받은 달란트가 어딨 냐고 묻는 거다.
"그거 너 신발에 넣어둔 거 엄마가 봤는데"
그랬더니, 대뜸 짜증을 낸다. "아니, 달란트 넣어둔 비닐!"
"그거 하얀 바구니에 엄마가 꽂아놨어~"
그랬더니 이번에는 첫째까지 합류해서 짜증을 낸다.
"아니! 엄마가 처음에 다르게 얘기했잖아."
"아니! 엄마가 처음에는 달란트 어딨 냐고 들었어. 잘못 들을 수도 있잖아"
말하고 나니까 슬슬 나도 화가 났다.
'아니, 지들 달란트 자기들이 잘 관리해야지. 기껏 돌아다니는 거 잃어버리지 말라고 비닐에 넣어 통에 챙겨줬더니 엄마한테 짜증을 내?'
서운했다. 좀 컸다고 엄마한테 대들고 엄마 때문이라고 짜증 내는 게... 너무 섭섭했다. 그냥 '따지고 대들 정도로 둘 다 많이 컸구나' 생각하면 될 일을 엄마도 갱년기인가 보다.
남편한테도 나의 정성과 마음을 알아주지 않고 자꾸 내 탓하고 더 잘 못하냐는 말을 들으면 참 서운했는데.
그 부분이
나의 약한 부분인가 보다. 자꾸 건드려지면 울컥 서럽고 섭섭하고 속상함이 잘 안 풀
리는 부분.
쿨하지 못한 나의 약한 부분이라 자꾸 가까운 사람에게 건드려지면 더 크게 아픈가 보다.
마음이 금방 추슬러질 줄 알았는데 계속 마음이 안 좋았다. 그래서 책을 계속 읽었다. 옆에서 아이들이 농담도 하고 나를 부르며 무슨 얘기를 하는데 평소처럼 반응해주지 못했다.
엄마도 성숙해지려면 아직 멀었다. 미안해. 우리 같이 자라자. ^-^;
아이들이 사춘기가 되고 점점 커나가면 더욱 엄마는 키도, 몸도, 생각도 작은 사람으로 기억될까... 정말 멋진 엄마이고 싶은데 말이다.
최소한 어떤 순간에도 넓은 품을 가진 엄마가 되고 싶다. 우리 아들들이 하고 싶은 말들 언제든 와서 꺼낼 수 있는 그런 엄마로 말이다.
"아들들아, 엄마 좋은 엄마는 글렀어. 그저 그럭저럭 괜찮은 엄마가 되도록 노력할게.
너희도 지금처럼 담대하게, 지혜롭게, 가장 '너희들답게' 자라나 줘. 기도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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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자라나는 아이들과 엄마
13
엄마와 함께 하는 아이들
14
세상가운데로 한 발자국 나아가는 너에게
15
그럭저럭 엄마
16
곧은 심지
17
햇살 엄마
함께 자라나는 아이들과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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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반 홍교사의 브런치입니다. 11살, 8살 남자 아이들을 더욱 행복하게 키우기 위해 고민하고 생각하고 글을 쓰는 엄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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