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경험 일기
오늘은 내가 지금까지 근무하면서 본 몇몇 국가별 승객의 특징에 대해서 공유해 보려고 한다. 물론 내가 전 세계의 사람들을 다 응대한 것이 아니고, 그 나라에 몇 년씩 살지는 않아 나의 관점이 매우 편협하고 빙산의 일각임을 잘 알고 있다. 때문에 너무 날 선 눈으로 내 경험 상으로는 '아뉜뒈?' 라고 바라본다기보다는, '아, 이 승무원은 이런 경험을 가지고 있어서 이렇게 생각하는구나. 그럴 수 있구나.'라는 너그러운 아량으로 봐주시기를 바란다. :) 아, 맞다. 중요한 말을 까먹었네. 나는 인종차별주의자가 아니다. 그리고 모든 승객들이 다 이러지는 않다는 점! 어딜가나 좋은 승객도 있고, 더 신경이 쓰이게 만드는 승객들도 있는 법. 다들 잘 알거라 믿는다.
인도승객
승무원들에게 있어서 1순위로 말이 나오는 국적의 사람은 당연코 나는 '인도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다. 전 세계 어느 노선을 가든 인도 승객은 한 명이상 꼭 있다. 내 경험상 인도 승객들은 음... 참을성이 좀 부족하고, 말을 쉽게 바꾼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예를 들어서, 서비스 중에 다른 승객이 커피를 달라고해서 커피를 따르고 있는 상황에, 옆에서 '익스큐즈미, 슈가 플리즈. 슈가.' 라고 말한다. 그러면 나는 잠시만 기다려달라고 말을 한다. 그러면 또 그새를 못 참고 빨리 달라고 재촉을 한다. 설탕을 주는 와중에 또다른 누군가가 뒤에서 날 부른다. '익스큐즈미! 코끄.' '익스큐즈미. 위스끼 윗 아이스. 원 큐브.' (아, 인도사람들은 위스키를 좋아한다.) 으아... 제발 하나씩 천천히 말 좀 해주면 좋을련만 그들은 그들의 요구를 빨리 그저 말하고 받기만을 원한다. 승무원이 바쁘던 말던 상관없다. 그래서 크루들 사이에서 장난으로 말하는 것이, 인도 비행에서 서비스가 끝나고 쉬는 시간에 복도를 지나갈 때 절대 눈을 마주쳐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그러는 순간 엄청난 요구사항들에 정신이 혼미해질테니 말이다. (추후에 내가 다른 크루분께 들은 사항인데, 인도에는 '도덕'이라는 과목이 없다고하더라.)
또한 말을 바꾸는 분들도 나는 개인적으로 많이 봤다. 본인은 베지테리안 밀을 주문했단다. 확인해보겠다고하고 다른 크루들과 확인해보니 주문한 내용이 없다. 결국 가서 말한다. 죄송합니다만, 제가 확인해보니까 따로 베지테리안 밀 주문하신 것이 없던데 저희가 따로 갖고있는 게 있는게 그거라도 드릴까요? 라고 말하니 알겠다고 하는 경우. 아주 다반사이다.
그외에 다른 특징들도 많다. 처음에 비행을 시작하고나서, 제일 승객들의 의사표현을 알아듣기가 어려웠던 순간이 바로 인도승객들을 응대할 때이다. 물론 지금도 어렵기도하고. 인도 승객들은 대답을 좌우로 까딱이는 고개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근데 이게 YES이든 NO이든 그냥 까딱이시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속으로 '이거 달라는 거야, 말라는거야...' 하는 경우가 너무나도 많다. 해서 나는 두 번 이상 물어본다. 언젠가 인도 크루에게 물어본 적이 있었는데, 그냥 어릴 때부터의 습관이라고하더라. 본인도 맞든 아니든 본인도 모르게 좌우도 까딱인다고 그랬다. 그래...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더니 맞구나.
그러나 인도 승객들의 좋은 점이라면 그들은 우리가 잘한 부분에 있어서는 과감없는 칭찬을 해준다는 것이다. 물론 잘못하고 맘에 안드는 것이 있다면 바로 컴플레인을 갈겨버리는 것도 특징인데, 본인이 맘에 들었따면 바로 칭찬을 많이 해준다. 맘에 안드는 부분에 대해서 사과하고 서비스 리커버리를 해주고, 더 챙겨준다면 고맙다면서 따봉을 날려주는 그들이 바로 인도 승객들이다. 참고로 내게 인도 승객들은 너무 힘든 사람들은 없긴하다. 좀 짜증나게 하는 사람들이 많았을 뿐이지.
중국승객
그 다음으로는 중국 승객이다. 중국 승객들은 '대인배'의 느낌이 내겐 강하다. 그들이 요청하는 것을 가져다주면 그걸로 끝이다. 내 생각보다는 그렇게 중국 승객들은 본인들이 요청한 것만 받으면 끝. 그 이상으로 많은 것들을 요구하시지는 않는다. 서비스 중에 뭐가 없다거나 사과해야할 일이 생기면 죄송하다고 말하면 웃으면서 알겠다, 괜찮다고하고 그걸로 끝이다. 더이상의 뒤끝은 없는 경우가 많았다.
다만, 중국 승객분들은 칭찬에 약했다. 다른 중국인 크루에게 들었는데, 중국에서는 칭찬하는 문화가 그렇게 많이 발달하지는 않았다고했다. 해서 중국 비행에서는 승객들에게 잘가라고 웃으면서 인사하면 같이 '씨에씨에'라고 웃으면서 말해주는 승객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아무말도 없이 그냥 나간다. 중국 승객들이 나가면서 아무 말도 안하면 그럭저럭 만족했다는 거고, 컴플레인하거나 불만족인 것들은 말을 한다고한다.
중국 승객들은 인도 승객들처럼 따듯한 물 (참고로 인도 승객들은 이거 식도 녹는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더 뜨거운 물을 원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실제로 인도에 식도암 환자가 많다고 한다.) 을 좋아하시고, 콜라도 엄청 좋아하신다. 뭐 그렇게 내겐 특별하게 다가오지는 않고, 무난무난한 중국 승객들이다.
호주승객
나는 승객이 호주 출신이고 아니고를 한 단어를 통해서 알아차린다. 그건 바로 '레몬에이드'. 처음에 호주로 비행을 갔을 때, 한 승객이 레모네이드를 달라고 요청하셨다. 순간 당황해서 엇, 저희 레몬에이드는 없는데 레몬슬라이스에 소다워터해서 만들어드릴까요? 라고 물어보니 웃으면서 Sprite, 즉 스프라이트 사이다를 달라고하시더라. 그래서 깨달음을 안 표정으로 아! 라고 말하니 귀엽다는 듯이 웃으시던 승객과 그 주변분들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호주에서는 우리가 아는 일반적인 사이다를 레몬에이드라고 부른다. 이 이후로 나는 승객이 만약에 레몬에이드달라고하면 먼저 호주에서 오셨어요?라고 물어본다. 그러면 100이면 100은 맞다고 하셨다. 이렇게 단어를 말하는 것에 있어서도 나라마다 다르니 참 신기하다. 참고로 한국 비행에서는 특히 어르신들이 사이다를 요청하시면 외국인 크루들은 가끔 띠용하는 경우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칠성 사이다의 이미지가 강해서 그런데, 외국에서 사이다는 알코올이 들어간 음료이니깐.
그리고 호주 승객들이 왠만해서는 키와 덩치가 큰 사람들이 많다보니 많이 먹는다는 느낌이 내겐 강하다. 실제로 많이.. 드시기도 하고.
나는 다들 알만한 한국승객이나 일본승객 등은 다루지는 않고싶다. 이미 다들 잘 알거라 믿기 때문이다. 하지만 위에서 전제로 깔고 설명한 것처럼, 대부분의 승객들은 다들 좋으신 분들이 많다. 더 다양한 승객들의 특징에 대해서 공유하고싶지만, 내가 대부분 응대하는 승객들의 국가가 한정적인 부분이 없잖아있어서 말이지.
그럼에도 과거에 한국에서 일을 했을 때보다 현재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있으니... 역시 외항사승무원이라는 직업을 통해서 경험과 견문이 넓혀지는 건 맞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