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주택 업무로 만난 또 다른 공동체
공공에서 공동체주택이라는 정책을 10년간 진행하며 느낀 건 함께 하는 사람이 있어 가능한 일이었다는 점이다.
지난 10년간 만난 사람들을 떠 울리며 이 글을 써보려 한다. 혹시 언젠가라도 이 글을 보게 된 공동체주택 관계자분이 본인의 이야기가 포함되지 않아 섭섭한 마음이 든다면 그건 온전히 나의 기억력 때문이라 생각해주시면 감사하겠다.
공동체주택 업무를 시작하며 만나게 된 나이 지긋한 주임님은 나와 15살 정도 차이가 나는 분이었다. 인생의 선배라고 할까~ 토목을 전공하고 행정직 공무원으로 일하고 계신 능력자 공무원이셨던 거다. 꼼꼼함 아래 친절한 성품을 많이 배울 수 있었다.
공동체주택을 하는 전문가라고 나에게 편하게 일할 수 있도록 판을 깔아주셨다. 남자주임님이 승진을 위해 다른 팀으로 이동한 뒤에 자잘한 행정처리를 하며 주임님이 조용히 처리해 주셨던 수많은 일들을 알게 되었다.
공동체주택을 시작할 때 나의 상사는 나를 믿어주는 분이셨다. 그 자체로 힘이 되었고 정말 열심히 일해 그 분께 도움이 되고 싶었다. 인성도 능력도 만점에 가까운!! 평생 살면서 이런 상사를 만날 수 있을까 싶다.
처음 공동체주택 모델을 고민할 때 이미 여러 이웃들과 공동체주택 형태로 지어 살고 계신 분을 알게 되었다. 상황을 설명하고 방문을 부탁 드렸을 때 흔쾌히 개인 집을 보여주시고 다양한 조언들을 해주셨다. 쉽지 않은 일인데 적극적으로 응원해주셨다.
공공임대 형태의 공동체주택에 입주한 분들의 커뮤니티를 지원하기 위한 '공동체 코디'라는 시스템이 만들어졌다. 공동체주택과 관련된 교육과 정기적으로 진행하는 스터디 모임 덕분에 약 10명의 공동체 코디분들이 전문가가 되어 활동하고 계신다. 이제는 10년이 다되어가는 인연이 되었다. 청년들이 사는 공동체주택, 예술가들이 사는 주택, 다문화 가족, 신혼부부 등 다양한 유형의 공동체주택에 직접 찾아가 입주 직후부터 안내를 맡으신다. 표준규약을 함께 만들고 청소반장, 연락반장 등 역할분담도 정리하고, 소화기 쓰는 방법이나 응급처치법 등 실생활에 필요한 안전교육도 받고, 다양한 커뮤니티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도 하고 직접 프로그램을 만들어 운영하기도 한다. 이렇게 새로운 사람들이 함께 사는 공공임대형태의 공동체주택 생활의 근간을 만들어 주고 계신다. 이렇게 만들어진 관계망들로 가끔씩 일상이 힘들 때도 있다. 지원하는 공동체주택 집마다 단톡방이 있고 거기서 일어나는 갈등 등도 중재하다 보면 보이지 않게 업무의 시간이 늘기도 하지만 공식적인 증빙이 어려워 업무의 연장으로 인정해 드리기가 어려운 점이 있다.
정책을 기획하고 시범사업, 사업 가이드라인 마련, 시스템마련(인증제, 금융협약 등), 제도개선, 행정처리 등은 지방정부에서 하지만 주택사업의 실제 실행은 SH공사 등 공공기관에서 추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공동체주택의 경우에도 시범사업을 기획하거나 공동체주택 지원허브 신축 공사를 진행하는 경우에도 SH공사의 지원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라 생각한다. 건축, 토목, 전기 등 주택건설, 사업성 분석 등 주택사업과 관련된 전문가들이 모여있는 조직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함께 팀을 이루어 사업을 진행하며 서로 배우고 조율하는 과정을 통해 결과를 도출해 낼 수 있었던 것 같다. 문제가 발생하면 어떻게 함께 해결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그래서 단기간에 함께 해결할 수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할 수 있는 멋진 분도 만날 수 있었던 건 지금 생각해도 행운이었던 것 같다.
공모를 통해 선정된 신진건축가님과 공동체주택 지원허브 신축 과정을 함께 하며 배운 것이 많다. 건물 자체로 차별화되기보다는 주변 공동체주택마을과 어울려 배치된 '공동체주택 지원허브'라는 콘셉트를 제시해 주신 분 덕분에 건축물 자체가 튀진 않지만 디테일이 살아 있는 공동체주택 지원허브가 탄생할 수 있었다. 중랑구 면목동 거리 분위기를 변화시키는 것에 큰 역할을 하셨다.
지원허브를 지켜주셨던 직원분들은 공동체주택 지원허브와 지원허브 옆에 있는 '앞마당 숲'을 애정으로 가꾸어 줬다. 본인들의 역할만 해도 바빴을 텐데 그곳에 일하는 뉴딜일자리 전문가 분들과 합을 맞추어 교육, 홍보, 상담, 커뮤니티 프로그램 운영 등의 일을 묵묵히 해 나갔다. 특히 겨울에 눈이 오면 지원허브와 앞마당 숲의 눈쓸기까지~
공동체주택 업무는 앞서 설명한 것처럼 대규모 아파트단지 건설하는 것과 같이 건설의 전 과정을 함께 해야 하기 때문에 그 사업을 진행하는 사업자를 지원하는 업무 범위가 생각보다 넓다. 토지를 매입하는 단계에서부터 건축, 대출과 대출과 관련된 기관과의 협업(은행, 보증기관, 제도 보완을 위한 국토부와의 협업), 건축허가, 커뮤니티 프로그램, 주택관리, 공동체주택 인증제, 지원허브 운영, 홍보를 위한 박람회 개최 등 생각해 보면 다이내믹한 업무들의 연속이었던 것 같다. 많이 공급하지 못하니 담당 직원의 수도 최소라는 방향도 이해되다 보니 좋은 사람들과 함께 일하고 그들의 경력도 만들어 줄 수 있는 '뉴딜일자리' 지원사업의 도움을 받았다.
도시계획, 커뮤니티 전공자들 뿐만 아니라 금융기관, 공기업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 퇴직자분들을 만날 수 있었다. 실제 정책이 만들어지고 진행되는 과정을 함께 해 볼 수 있었을 거라 생각된다. 해외 사례를 조사하거나 교육 동영상을 제작하는 일, 금융 상담 등 여러 일들을 담당해 주었고 함께 했던 일이 경력이 되어 공기관에 들어가 결혼도 했다는 소식을 들으면 뿌듯하기도 하고 감사하다. 어떤 분은 인문 쪽 전공을 했으나 건축, 인테리어 대학원에 진학해 인테리어 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분도 있고 공무원이 된 분도 있고, 공동체주택 입주자였다 코디네이터로 이제는 연기자이가 영화감독까지 하게된 분도 있다. 뉴딜 일자리가 디딤돌이 되어 잘 되신 분들을 보면 괜히 울컥하기도 하고 기분이 좋다.
금융기관과 관련해서도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사업 초기 토지임대부 공동체주택의 경우 토지담보력이 없어 임차인들의 보증금 마련이 어려웠는데 저소득층의 소액 대출로 대출이 가능하도록 해준 신협 관계기관에도 고마운 마음이 든다. 대형 민간 은행과 보증 기관과의 협정체결로 금융시스템을 만들 수 있었다. 함께 일을 해보며 느낀점은 사람에 따라 업무의 속도는 너무나 다르다는 점이다. 일이 잘 되려면 본사 담당 직원과 지점 담당 직원이 같은 마음으로 진행될 때 금융 상품도 만들어지고, 일이 진행이 된다. 다행히 금융 상품을 만드는 그 시점에 딱 그랬던 것 같다. 본사 직원과 지점 직원과의 황금 궁합으로 6개월도 되지 않아 금융 상품을 만들 수 있었다.
전문가 분들도 정말 많은 도움을 주었다. 주택정책, 코하우징, 협동조합, 주택관리와 커뮤니티 프로그램, 회계사, 세무사, 건축가, 디벨로퍼, 일반 시민들 등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관계자들과 함께 할 수 있어 공동체주택이라는 정책이 진행될 수 있었던 것 같다. 어떤 분은 공동체주택 전도사라는 타이틀을 가지게 된 분도 있다.
두바이에 간다는 것이 정해지기 몇 달 전 처음으로 공동체주택 관계자 분들을 내가 살고 있는 공동체주택 공동체 공간에 초대할 수 있었다. 10년간 우리가 어떤 일을 했고 어떤 추억을 함께 할 수 있었는지.. 기간을 달리해 일을 했던 사람도 있어 어색할 수 있는 자리였을텐데 모두 다 함께 음식도 만들고 또 하나의 추억을 만들었다. 동영상과 사진을 통해 그 간의 모습을 보며 뭉클했다. 이 분들이 있어 함께 할 수 있었던 거라 생각하며 마음속으로 또 한 번 감사의 말을, 그리고 직접 감사의 말을 전할 수 있었다. 그때는 매해 이런 자리를 만들어야지 생각했는데 나는 가족들과 함께 두바이로 가게 되었고 이 일을 그만두게 되었지만 아직 공동체주택에 대한 애정은 그대로이다.
어떤 형태로든 나의 공동체주택에 대한 애정은 계속될 것 같다.
마지막으로 이곳을 통해 또 한 번의 감사의 말을 전하고자 한다.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공동체주택을 애정해 주셔서 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