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10년, 나의 공동체주택
이번 주 발행이 하루 늦추어졌다. 나의 10년을 돌아보며 무엇을 느꼈는지, 이 사업이 어떻게 나아가면 좋을지 평소 생각했던 점을 정리하면 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필요했다.
이번 글은 공공의 입장이 아닌 내가 생각하는 공동체주택에 대해 정리해 보았다는 것을 미리 알리고 시작한다.
2014년 협동조합주택 모델을 검토하기 시작하면서 공동체주택 업무에 발을 담근 것 같다. 지난 10년간 공동체주택 기본계획을 시작으로 시범사업도 진행하고, 제도도 만들고, 금융지원 시스템과 결합된 인증제도 만들고, 지원허브를 운영하고 세미나나 박람회를 개최하는 등 제도가 잘 정착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나의 열정을 다해 본 것 같다. 개인적으로 새로운 정책이 만들어질 때 어떠한 과정을 거쳐 진행되는지 알 수 있었다는 것과 그 과정에 함께 할 수 있었다는 것에 인생의 행운을 맞았다 생각한다. 그만큼 나에겐 자식과 같은 정책이었던 것 같다.
[ 느낀 점 ]
1. 공공성이 무엇인가라는 것을 내내 고민하던 시간이었다.
자가소유형태와 민간임대형태를 구분하고 지원기간을 달리 한 부분도 이에 해당한다. 자가소유형태는 사익추구 부분과 주거안정, 커뮤니티 확산의 부분을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가에 대한 부분이 있었다.
공공토지 주변 진입로 몇 미터를 소유하지 못해 맹지를 가지게 된 집주인의 고민을 공공과 어떻게 합리적으로 풀어갈 수 있을지. 공공토지를 매입해 대형 개발을 하고자 하는 사업자와는 어떻게 협의를 해야 하는지 매 순간 난제들이 곳곳에 있었다.
공공은 개인에게는 피해를 최소화하고 개인의 사적 이익과는 관계되지 않도록 할 뿐만 아니라 향후 공공을 위한 사업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공익을 줄 수 있다면 그 사업을 우선하였다.
2. 정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어렵기도 하고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했던 부분은 민간과 어떻게 신뢰 관계를 형성해 함께 목표를 이루어 갈 것이냐라는 부분이었다.
다행히 간담회, 포럼 등의 방식으로 전문가, 사업자, 시민들과의 지속된 소통으로 서로 신뢰관계가 형성되었던 것 같다. 또한 인증제라는 가이드라인이 있어 인증제를 통과한 사업자는 공공에서 챙겨야 하는 대상으로 들어왔고 공정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사업자, 금융기관, 공공기관은 한 곳을 바라볼 수 있었다. 가끔 제도 변경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리스크는 공공과 공공의 협의구조를 통해 처리될 수 있었다.
그러나 이것도 한 기관만이라도 정책의 기조가 바뀌어 집행 방식이 달라질때면 나머지 주체들은 어려움에 봉착하기도 했다. 이럴 때도 이해당사자 중 공공기관이 나서야 해결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다 보니 상대 조직변화에 민감해지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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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공동체주택 정책이 얼마나 중요한지 설득하기 위한 작업은 결코 쉽지 않았다.
주택공급을 담당하는 부서에서 공급을 많이 하지 못하는 사업은 조직에서 인정받기 어려운 구조이다. 주택 한 채에 5~10호 정도 규모로 공급하는 공동체주택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1000호 정도로 공급하는 아파트 단지와 크게 다를 바 없다. 건축을 진행하는 대부분의 단계를 모두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아파트 한 개 단지를 공급한 담당자는 1000호를 공급했다고 할 수 있지만 공동체주택은 5~10호 공급건수가 된다. 공급효과 측면에서만 이 정책을 본다면 자신감을 갖기 어려웠다.
4. 동네에서 공동체주택이 만들어진다는 것에 대한 의미, 확장성에 대한 고민이 컸다.
그러나 공동체주택과 같은 주택은 저층주거지 등에 큰 파급력을 가지고 있다. 단순히 물량으로 많은 주택을 공급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낮은 주택들이 밀집한 동네에서 누구나 살고 싶다 생각할 수 있는 새로운 주거모델을 보여주는 모델하우스라고도 할 수 있다. 특히 공동체공간을 1층에 넣은 소규모 주택에 다양한 이웃들이 커뮤니티 활동도 하고 작은 가게도 있어 북적인다면 소위 집장사들이 날림집을 짓고 팔아버려 주차장만 가득한 빌라단지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 자체로 의미가 있고 이러한 소규모 공동체주택이 하나씩 늘어 네트워크를 이룰 때 또 다른 동네 환경이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공동체주택 커뮤니티에서 운영하는 동네요가, 동네서점, 동네스파, 동네 창고 등 대단위 아파트단지에서나 제공되는 고급 서비스가 동네에서 저렴하게 운영된다면 그건 동네 변화의 시작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공공에서 만들어진 많은 수의 공동체공간도 함께 네트워킹 할 수 있도록 고민하는 것 또한 업무의 범위가 되었다.
또 하나 동네에 공동체주택이 잘 운영되면 동네 건물주들도 움직이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공동체주택을 지은 건물주왈 동네에 괜찮은 건물이 지어졌는데 공동체공간이라는게 있어서 동네 이웃들도 거기서 차도 마시고 영화도 보고 한다더라는 소문이 퍼졌고 호기심에 주변 건물주가 직접 찾아오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어떤 건물 주는 어떻게 하면 이런 주택을 지을 수 있는 건지, 사업성은 있는건지 물어보았다고도 한다. 우선 공동체주택으로 공급할 수 없다 하더라도 주택의 외관(사람들의 교류가 일어나도록 복도 등의 공간을 고려하는 것)과 공동체공간만이라도 확보된다면 동네 작은 건물의 또 다른 변화를 유도하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았다.
5. 필요에 의해 제도적 틀을 갖추기 어려운 지방정부의 입장
지방정부에서 새로운 유형의 주택사업을 진행할 때 가장 어려움을 겪는 부분이다. 특히 임대형태의 주거모델을 갖추는 순간 공공임대주택 특별법이나 민간임대 특별법 등에서 갖추어야 하는 법률 요건이 구체적이고 까다롭다. 특히 요즘 회자되고 있는 토지임대부 형태의 경우 토지매입비용이 비싸 일반 시민들이 주택을 건설할 때 가장 걸림돌이 된 부분을 공공토지를 저렴하게 빌려주고 민간이 주택을 건설해 거주할 수 있도록 한 제도이다. 토지임대부 주택이 임차인 보호를 위해 가입해야 하는 임차보증금 보증상품에 가입할 수 없다는 것에 문제가 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 문제는 사실 여러 법률이 겹쳐 적용되어 발생되는 문제기도 하다. 보증기관의 입장에서는 최악의 경우 보증금 사고가 발생한 주택의 세입자에게 우선 보증금을 돌려주고 주택 매각을 통해 자금을 회수하는 게 일반적이나 토지임대부주택은 토지와 건물주의 소유가 다르니 매각을 통한 해결이 불가능하다. 보증기관은 민간사업자의 건물을 토지임대기간이 끝나는 시점에 매입해야 하는 민법을 준용해 공공기관에서 매입하는 매입가를 미리 정하면 그 금액이하의 총보증금을 인정해 보증보험 가입을 해준다는 가이드 라인을 제시했다. 그러나 토지주인 지방정부는 보통 공사 등에서 토지를 관리하고 있다. 지방공기업이 민간의 건물분에 대한 매입금액을 토지임대가 끝나는 시점이 아닌 현재 매입가격을 정하는 것이 지방공기업법상 채무로 볼 수 있어 지방공기업법에서 채무를 인정하지 않는 부분에 위배되어 매입가를 결정하는 것이 불가능하였지만 현재 다른 유권해석으로 매입가를 정할 수 있게 된다면 이 문제는 해결가능 한 것으로 예상된다.
[ 나아갈 방향 ]
1. 커뮤니티 기반으로 이웃과의 관계성을 만들어 나가는 공동체주택 모델을 저층 주택이 많은 동네를 중심으로 중점적으로 공급하고, 공동체 공간 운영에 대한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해준다면 공간의 활용도가 높아지고 동네에 대한 만족도가 커질 것 같다. 공공은 운영관리를 위해 주택들 간 주택과의 네트워크, 공동체주택과 민간 운영전문가와 연결시켜 주는 역할만 더 한다면 민간이 중심이 되어 재미난 방식으로 운영할 수 있을 거라 믿는다.
민간사업자가 주택만 관리하기에도 버거운데 커뮤니티 프로그램 운영비까지 고민하는 건 사업주체에게 큰 부담을 주는 것 같다. 지금까지는 의무화가 되어 있어 커뮤니티 프로그램을 잘 운영하는 곳도 있지만 형식만 갖추게 되는 곳도 있다. 시작하면 일부지원을, 잘하면 더 많은 지원을 하면 신이 나서 사업자나 입주민들이 재미있게 시작할 수 있고 주변에 살고 있는 대단한 분들의 능력이 발휘되는 곳으로 확장될 수 있을 거라 생각된다.
2. 아파트 형태는 위스테이 지축, 별내와 같이 입주민들이 주도하여 공동체공간을 계획하고 운영할 수 있도록 권한을 주고, 공동체공간 비용지원이 가능할 수 있도록 건설비 기준을 만들면 아파트 형태의 공동체주택도 가능하다. 중요한 전략이었던 일정 부분의 활동가들을 미리 모집하고 그분들이 아파트의 리더로 활동할 수 있도록 배려한 점도 성공의 이유였던 것 같다. 현재 토지가 없어 불가능하다면 현재 리모델링이 필요한 공공임대주택을 개선하는 방법으로 공동체주택 형태로 개선해보는건 어떨까! 공간개선도 필요하지만 집에서 할 수 있는 컨텐츠의 변화(합창 동아리, 수제 막걸리 동아리, 방과 후 돌봄 등)는 사는 사람들의 삶도 달라질 수 있게 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환영받는 집에 매일매일 돌아가는 기쁨은 생각보다 아주 클 것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3. 국내외 네트워크 확장이 필요하다. 지방정부 예산뿐만 아니라 포용도시 개념을 확장한 주거모델로 발전할 수 있다. 이 모델로 국내뿐만 아니라 영국, 프랑스, 북유럽과의 협업도 가능하고 유엔의 포용도시 개념으로 발전할 수 있다. 한국에서 진행해온 공동체주택이 K-주거모델로 정책의 연구대상이 된다는것은 꿈일까?
[ 감사한 점 ]
도시계획을 전공하고 주택시장분석, 협동조합주택 등을 시작으로 공동체주택이라는 업무를 해볼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저소득층에서 중산층까지 모든 계층에서 고민하고 있는 살고 싶은 동네, 살고 싶은 주거는 어떤 모습을 갖추어야 할까에 집중해 볼 수 있었다. 새로운 주거모델이 어떤 절차를 거쳐 진행되는지, 어떤 사람들과 조직들과 협업을 해야 하고, 이 정책이 어떤 사람들에게 혜택으로 돌아가고 삶의 변화를 이끌어 내는지 경험해 볼 수 있었다.
공동체주택 덕분에 만난 많은 사람들과 내가 일할 수 있었던 조직을 통해 성장한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이는 음으로 양으로 지지해 주었던 많은 사람들과 상사들, 동료들이 있어서 가능하지 않았을까 싶다. 다시 한번 감사한 마음이 크다. 특히 나를 믿고 지지해 준 사람들, 가족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현재 공동체주택 신규사업이 중단된 것으로 알고 있다. 다시 시작될 수 있도록 응원하고자 한다.!!!
지금 내 자리에서 할 수 있는 건 지금까지 해왔던 정책을 글로 정리하는 일이라 생각한다.
누군가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그것으로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