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한 사람들을 만나는 기쁨
잘 모르는 사이라도 나와 같은 성향을 갖고 있는 걸 알게 되면 와락, 반갑다.
동류를 만난 기쁨이다.
초등학교 시절, 청소시간마다 매캐한 먼지 냄새에 코가 아팠던 기억이 있다.
회색빛 층계 참, 햇빛에 부옇게 떠 있는 먼지를 보면 코끝이 싸해지곤 했다.
그런데 먼지냄새가 난다는 나의 말에 동조해 주는 사람이 당시엔 없었다.
엄마조차도 무슨 먼지 냄새가 있냐고 했으니까.
대학에 와서야 먼지 냄새를 아는 친구를 만났다.
늘 책을 보고 눈을 혹사하는 편이라 자주 충혈되고 눈에 열이 나곤 한다.
눈 주변이 뜨거워진다고 말하면 그게 무슨 증세냐, 처음 듣는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비슷한 증세를 가진 친구를 대학원에서 알게 되었을 때의 기쁨이란.
그 친구는 "그럼, 눈에 열나면 안경에 김이 서려 부예지기까지 해."라고 말해서 날 기쁘게 했다.
어릴 때 장롱 밑을 들여다본 사람은 꽤 많았다.
문학을 하는 사람들이라서 비슷한가, 대학 스승에서부터 여러 사람들에게서
장롱 아래 어둑한 공간을 들여다보며 이런저런 상상을 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한 친구는 화려한 십장생 자수가 놓인 이불의 연두 빛이 이상하게 슬펐다고 했다.
슬픈 느낌까지는 아니었지만 봉황인지 학인지 새들과 모란꽃 같은 색색의 꽃들이 수 놓인 이불을 쓸어보며
놀던 기억이 나에게도 있다.
입사동기이자 마음이 잘 맞아 절친이 된 N교수님이 전화받는 모습을 보고 웃음이 나왔던 적이 있다.
무슨 카드를 홍보하는 전화였는데, 나처럼 빨리 거절하지 못하고 난감해하면서도 예의 바르게 끝까지
상담원의 말을 듣는 것이었다.
소설 속에서도 비슷한 인물들을 만난다.
하성란의 [옆집 여자]란 소설에 물건들에 말을 거는 여자가 등장한다.
심지어 물건들에 이름도 붙인다.
털털거리며 겨우 작동하는 고물 세탁기에 자신의 이름을 붙여놓고 "한번 더 힘을 내자꾸나, 영미야."라고 한다.
나도 전자제품을 쓰다가 문제가 생기면 "얘, 왜 이러니?" 타박하고, 예전에 자동차가 주행 중에 시동이 꺼졌다가 무사히 집에 도착했을 때 "수고했다."라고 했던 터라 그녀 마음이 고스란히 이해되었다.
오래전 MBTI 연수에 참가한 적이 있다.
첫날은 MBTI의 개념을 설명하고, 둘째 날 자신의 성향을 체크하고 같은 유형의 사람들끼리 모이게 했다.
서로 자기소개를 한 뒤 공통점을 찾아보라고 했는데, 마치 이산가족 상봉과 같은 분위기가 되었다.
여기저기에서 "맞아, 맞아." "어쩜 이렇게 똑같아요?" "너무 신기해요. 나도 그랬는데......" 등등
경탄의 소리들이 계속 터져 나왔다.
이해받지 못했던 특징들을 공유하고 있는 사람을 만났을 때의 기쁨과 흥분으로 연수장은 오래 웅성거렸다.
나도 같은 유형의 선생님과 이야기를 해보니 상당 부분 취향이 같아 곧바로 친밀감이 생겼다.
나의 경우,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직업으로 연결된 것이라면, 그 선생님은 간호대학 교수이므로 연극동아리 활동을 하고 그림을 그리러 다니는 등 예술적 감성을 위해 따로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는 점이 달랐을 뿐이었다.
'이웃사촌'이란 말이 있듯이, 피를 나눈 가족이 아니라도 마음이 통하는 이들이 있어 삶이 훈훈해지는 것일 게다.
나 혼자인 것 같다가도 이들 쌍둥이들 덕에 위안을 얻고 그 힘으로 삶을 지탱하는 게 아닐까.